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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하라, 그 끝에 부활 있으리 <엑스맨: 아포칼립스> 관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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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브로드밴드 2016. 7. 2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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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시리즈의 프리퀄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찰스 자비에(프로페서X)와 에릭 렌셔(매그니토)의 과거로 돌아가, 오랜 친구였던 두 사람이 신념의 차이를 확인하는 과정을 그렸다. 아직 엑스맨 군단이 탄생하기 전의 이야기다. 프리퀄 3부작의 최종장으로서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드디어 엑스맨의 탄생을 보여준다. 찰스 자비에와 에릭 렌셔의 과거사를 총정리하는 작품이자 새 시리즈를 위한 포석이기도 한 <엑스맨: 아포칼립스>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자. 

글 | 송경원



#최강의 적, 최강의 뮤턴트 <아포칼립스>

태초에 그가 있었다. 아포칼립스는 최초이자 최강의 돌연변이다. 5천 년 전 고대 이집트에서 태어난 ‘엔 사바 누르’는 미지의 존재들(원작에서는 외계종족 셀레스티얼)에게 힘을 받아 최초의 뮤턴트로 거듭난다. 강력한 능력을 과시하며 신으로 추앙받던 그는 문명사회를 건설해 인류의 야만성을 없애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여긴다. 긴 잠을 자고 깨어나길 반복하며 그때마다 파괴를 통해 인류를 새로운 곳으로 이끌려 하는 그가 처음으로 일으킨 ‘아포칼립토’는 기원전 3100년 이집트 첫 번째 왕조. 아카바 클랜이라는 충성스런 추종자 집단을 선발해 강자만 존재하는 세상을 만들었다. 이후 기원전 1900년 소돔과 고모라, 1450년 미노스 문명의 멸망, 1200년 미케네 문명의 멸망, 1070년 이집트 문명의 붕괴, 서기 64년 로마대 화재, 79년 폼페이 화산 폭발, 서기 800년 마야문명 멸망이 모두 그와 아카바 클랜의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1980년에 깨어난 아포칼립스는 인류의 모습에 다시 한 번 실망해 멸망의 칼날을 휘두르고자 하고, 엑스맨이 여기에 대항한다. 오랜 세월 신으로 살아온 아포칼립스는 수사적인 의미가 아니라 모두 힘을 합쳐야 겨우 저항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최강의 적이다. 팬들 사이에선 (인기 있는 끝판왕이라는 의미에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타노스와도 비견되는 존재로, 강력한 힘과 텔레파시, 사이킥 능력, 자신의 몸을 분자단위로 조정해 거대화하는 능력도 있다. 다른 뮤턴트의 힘을 빼앗거나 강화할 수도 있다. 파괴를 통해 세상을 정화하는 이 지고의 존재는 인류가 살아남을 가치가 있는지 묻는다. <인사이드 르윈> <엑스 마키나>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에 출연한 연기파 배우 오스카 아이삭이 배역을 맡아 한층 신뢰를 더한다.



#묵시록의 네 기사들

아포칼립스는 종말을 몰고 온다는 묵시록의 네 기사를 대동하고 나타난다. 단순히 묵시록을 흉내낸 것이 아니라 묵시록이 그를 묘사한 것이라는 추측에 걸맞게 아포칼립스는 뮤턴트의 능력을 증폭시켜 네 명의 기사를 만든다. 정복의 백기사는 사이킥 에너지를 두른 칼로 물체를 절단하는 샤일록이다. 원작에서부터 인기 캐릭터로 <엑스맨: 최후의 전쟁>에 짧게 등장하기도 했다. 최대한 원작에 가까운 비주얼로 등장하는, 팬들을 위한 선물 같은 캐릭터로 올리비아 문이 연기한다. 전쟁의 적기사는 <엑스맨> 시리즈의 영원한 악역 매그니토(마이클 패스벤더)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 이후 홀연히 사라졌던 그가 뮤턴트들이 인정받는 평화로운 시대에 왜 다시 아포칼립스의 수하가 되어 돌아왔는지가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기근의 흑기사는 <엑스맨> 시리즈 최고 인기 캐릭터 중 하나인 스톰이다. 엑스맨 원년 멤버이기도 한 스톰이 적으로 등장할 수 있는 건 이 영화가 엑스맨 결성 이전인 1983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꾸준히 스톰 역을 맡아온 할리 베리 대신 신예 알렉산드라 쉽이 젊은 시절 스톰을 연기한다. 죽음의 청기사는 <엑스맨: 최후의 전쟁> 에도 나왔던 엔젤(벤 하디)이다. 사실 <엑스맨: 최후의 전쟁>에 나온 엔젤과는 전혀 다른 존재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전편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를 통해 시간과 역사를 뒤바꿔놓았기 때문에 출연이 가능했다. 격투 중 날개를 잃고 상심한 엔젤에게 아포칼립스가 기계 몸과 강철 날개를 줬고, 한층 강력한 존재로 거듭났다.



#익숙하고도 새로운 엑스맨들

거대해진 적에 걸맞게 엑스맨 진영도 강화됐다. 엑스맨 결성 이전 주요 멤버들의 젊은 시절을 만날 수 있는 이번 영화에서는 익숙한 캐릭터들의 새로운 모습을 접할 수 있다. 엑스맨의 리더 사이클롭스는 그 동안 원작에 비해 영화에서는 비중이 크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더욱 좀 더 적극적으로 활약한 다. 할리우드의 주목받는 아역배우 타이 쉐리던이 어느덧 훈훈한 청년이 되어 새로운 사이클 롭스를 선보인다. 진 그레이는 오리지널 <엑스맨> 시리즈에서 핵심을 담당했던 캐릭터로 원작에서는 이후 초월적인 존재인 피닉스 포스로 거듭난다. 프리퀄 3부작에 이어 새로운 <엑스맨> 시리즈가 나온다면 핵심인물로 유력한 캐릭터다. <왕좌의 게임>의 산사 스타크 역으로 국내에도 얼굴을 알린 소피 터너가 연기했다. <엑스맨 2>(2003)에서 백악관에 침입해 대통령 암살 직전까지 갔던 순간이동능력자 나이트크롤러(코디 스밋 맥피)도 새롭게 태어났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아직 어린 나이트크롤러는 2편보다 좀 더 생기 넘치고 영적이며 순수한 캐릭터”라고 밝혔다. 이들은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로 인해 바뀐 시간축에 있는 캐릭터들이기 때문에 앞서 등장했던 오리지널 시리즈 속 캐릭터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마지막으로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선보인 퀵 실버(에반 피터스)도 다시 활약한다. 짐 크로스의 명곡 <Time in a Bottle>이 흐르는 전작의 2분짜리 장면은 촬영에만 17일이 걸렸을 정도로 공을 들였는데 이번에는 그것과 다른, 하 지만 확실히 특별한 장면이 준비돼 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유머는 줄고 좀 더 복합적인 캐릭터가 됐다”고 귀띔했다.



#오리지널 3부작과 프리퀄 3부작의 연결 고리

1973년 매그니토의 대통령 암살을 막은 일을 계기로 돌연변이의 존재는 세상에 알려졌다. 역사의 궤도를 수정해 오리지널 엑스맨들과는 다른 타임라인 속을 살게 된 1983년의 돌연변이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1980년대가 “평화 속 불안을 표현하기 적절한 시대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찰스 자비에(제임스 맥어보이)는 자비에 영재학교를 운영하며 세상과의 화합을 꿈꾸지만 세상의 어둠을 맛본 레이븐/미스틱(제니퍼 로렌스)은 여전히 인간을 불신한다. 찰스는 전투를 위한 팀을 꾸릴 생각이 전혀 없지만 레이븐은 다가올 전투를 대비하고 싸우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래에 대한 두 사람의 견해 차이는 <엑스맨> 시리즈가 반복해오던 것이지만 이번에는 공동의 적 아포칼립스의 등장으로 한데 뭉친다. 이번 작품은 시리즈의 출발인 1편 <엑스맨>(2000)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이며 엑스맨 결성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는 프리퀄의 마지막 작품이다. 서로 다른 타임라인상 에 있는 두 시리즈(오리지널 3부작과 프리퀄 3부작)를 잇는 여러 장치들이 있지만 이미지적으로 가장 강력한 한방을 고르라면 아무래도 민머리의 찰스 자비에가 아닐까 싶다. 이번 영화에서 드디어 민머리가 된 제임스 맥어보이를 만날 수 있다. 제임스 맥어보이는 2011년 처음 자비에 역에 캐스팅됐을 때 너무 기쁘고 흥분한 나머지 바로 머리를 밀고 촬영장을 찾았다고 한다. “이번 작품(<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서는 머리가 긴 자비에를 연기할 것”이라는 브라이언 싱어의 말을 듣고 당황했다는 맥어보이는 이번에야말로 머리를 밀게 된 소감을 묻자 “좋았다! 다음 작품을 위해 기를 필요만 없었다면 계속 머리를 민 상태로 지냈을 것”이라며 감격했다고.



#규모가 가장 큰 영화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엑스 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 이어지는 프리퀄 3부 작의 최종장이자 엑스맨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진정한 출발이라 할 수 있다. <엑스맨> <엑스맨 2>를 연출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잠시 하차하고 <엑스맨: 최후의 전쟁>이 시리즈의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길을 잃자, 이십세기폭스는 브라이언 싱어 감독을 다시 불러들였다. 망가진 세계를 살리기 위한 그의 선택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1950년 냉전 시기로 돌아가 엑스맨의 탄생, 프로페서X와 매그니토의 탄생을 그린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에 이어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에서는 아예 시간여행을 통해 기존의 설정을 스스로 파괴해버릴 수 있는 알리바이를 확보했다. <엑스맨: 아포칼립스>에서는 프리퀄 3부작에서 재조립했던 시간을 정돈해 다시금 2000년 <엑스맨>으로 연결되는 다리를 놓는다. 동시에 프리퀄 3부작을 마무리하는 영화인 만큼 상상할 수 있는 제일 방대한 판을 벌이고, 쏟아부을 수 있는 최대물량을 투입했다. 제작자 사이먼 킨버그의 말대로 “여러모로 규모가 가장 큰 영화”인 이번 작품에서 아포칼립스와 4명의 기사 진영과 엑스맨 진영이 맞붙는 상황은 ‘인류의 미래를 건 전쟁’이라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다만 고민 없는 물량투입으로 쓴맛을 봤던 <엑스맨: 최후의 전쟁>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엑스맨> 시리즈가 꾸준히 고민해온 주제를 놓치지 말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차별받는 능력자들, 설득이냐 저항이냐

<엑스맨>은 전통적으로 차별받는 소수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왔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뮤턴트들이 다수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을 때 억압받는 소수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다시 말해 소수자로서의 삶의 방식과 선택이 원작부터 반복된 화두다. 능력이 자유가 아닌 억압의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기존의 히어로물과 궤를 달리하는 이색적인 시리즈라 할 수 있다. 뮤턴트들은 늘 서로의 차이와 다름에 대해 폭력으로 저항할지, 인내하고 설득할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왔다. 그래서 <엑스맨> 시리즈는 늘 내부의 전쟁이었다. 뮤턴트 그룹을 이끄는 수장 찰스 자비에와 매그니토가 각각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말콤X를 모티브로 삼았다는 이야기는 이미 유명하다. <엑스맨: 아포칼립스>에서는 최초의 뮤턴트인 아포칼립스의 등장으로 엑스맨들이 하나로 뭉친다. 얼핏 외부의 적이 내부의 결속을 다져준 것 같지만 파괴와 정화를 주장하는 아포칼립스의 사상은 인간을 배제하고 뮤턴트 왕국을 만들려는 매그니토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차이가 있다면 <엑스맨: 최후의 전쟁>처럼 소수에 의한 테러에 가깝던 그들의 투쟁이 전쟁 혹은 재해 규모로 확장되었다는 점이다.




*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했습니다. *

* 본 포스팅의 원본 글은 B tv 매거진 7월호(링크)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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