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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아웃'으로 돌아온 호러영화의 거장 제임스 완, 공포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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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브로드밴드 2016. 8. 2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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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완의 <쏘우> 시리즈는 존 카펜터 감독의 <할로윈>(1978)이나 댄 미릭•에두아르도 산체스 감독의 <블레어 윗치>(1999)에 비견될 만한 2000년대를 대표하는 공포영화 브랜드다. 2004년 각본가이자 배우인 리 와넬과 의기투합해 탄생한 <쏘우> 1편은 제작비 대비 50배의 수익을 올리며 전설로 남았고, 아직까지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다. 

제임스 완은 이후 <인시디어스> 시리즈와 <컨저링>을 연이어 선보이며 그 이름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재기발랄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젊은 호러 거장은 최근 장르의 한계를 넘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도 러브콜을 받는 중이다. 2015 <분노의 질주: 더 세븐>으로 안정적인 흥행은 물론 평단의 호평까지 이끌어냈고, 현재 DC의 블록버스터 <아쿠아맨> <모탈 컴뱃> <맥가이버> 등 리부트영화의 연출도 확정지었다.

할리우드가 주목하는 대세 제임스 완 감독이 <컨저링 2>를 소개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주최로 열린 마스터클래스에서 제임스 완 감독은 아낌없이 자기만의 비결을 공개했다. 그가 직접 밝힌 공포영화 잘 만드는 법, 삶과 영화 이야기를 일인칭 화법으로 전한다.

 글 | 송경원



#호러 장르의 새 역사를 쓴 <쏘우>의 탄생

나는 17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호주 멜버른에 자리한 로열 멜버른 인스티튜트에서 미디어 아트를 전공했고 거기서 리 와넬을 만났다. 동기들이 다 나이가 많았고 어른들 사이에서 아이 둘이 공부하는 꼴이라 자연스레 친해졌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인디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 안에서 어떻게 하면 주목받을까 고민했다. 언젠가 샘 레이미 감독이 호러 장르를 통해 진출하는 게 수월할 거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원래 둘 다 호러물의 팬이기도 했기에 호러영화 제작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적은 예산으로 남다른 독창적 시선을 드러내는 게 관건이었다. 영화의 출발은, 두 사람이 좁은 방에 갇혀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시작했다. “같은 방에 두 명이 갇혀 있고, 바닥엔 시체가 있으며, 중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나도 모르지만 영화가 끝날 때는 시체가 두발로 걸어나간다.” 이 얘기를 듣고 리가 당황하더니 그럼 나보고 중간을 다 만들어내라는 거냐고 하더라.(웃음)

시나리오 쓰는 데만 꼬박 1년이 걸렸다. 훌륭한 영화와 경쟁하려면 각본이 탄탄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 예산이 없었으니까. 이후 1년 동안 호주에서 투자를 받기 위해 노력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상당히 우울한 시기였다. TV 일을 하다 계약이 끝나서 6개월 정도 실직상태였고 월세 내기가 버거운 상황에서 LA TV 에이전트에게 연락이 왔다. 나는 회의적이었지만 리가 일생일대의 기회라며 나를 설득했다. 그리고 기왕 에이전트를 만나러 갈 거면 전체 시나리오에서 가장 독창적이라고 생각하는 장면을 골라 단편을 하나 찍어 가자고 했다.

리가 마련한 5천 달러로 이틀간 찍고 3일간 편집해서 가져갔다. 알다시피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일주일 동안 LA에 있었는데 첫날 첫 미팅에서 제작자 그렉 호프먼(2005년 세상을 떠났다)단편을 너무 잘 봤고 각본도 좋다며 내가 감독을 맡고 리가 주연을 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의했다. 심지어 출연료를 받지 않고 나중에 수익분배로 받고 싶다는 요청에도 응해줬다. 이후 드림웍스, 이십세기폭스 등 유명한 스튜디오와도 미팅을 했지만 망설임 없이 첫 미팅을 했던 이들과 작업을 했다. 그렇게 <쏘우>(2004)가 장편영화로 만들어졌고 지금 나를 이 자리에 서게 했다.



#공포영화 감독이 생각하는 공포란

사람들마다 두려워하는 대상이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쟁이 벌어지는 곳에 살고 있는 이에게 공포란 집 문 앞에 날아드는 총알일 수 있고, 어떤 이에겐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일상적인 공간이 비일상적으로 변했을 때 공포심은 커진다. 그래서 공포영화는 집이 배경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집처럼 일상적이고 일반적이어서 지루하기까지 한 장소도 없다. 아무도 나를 침해할 수 없는 안전한 장소라 생각한 공간이 침범당하면 굉장한 공포를 느낄 거다. 그곳에 다른 사람이 들어온다고 해도 무서운데, 내 집을 점령한 무언가가 실체 없는 영혼이나 악령이라고 하면 무섭지 않겠나. 내가 어쩔 수 없는 상대가 내 공간을 온전히 차지하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공포와 유머는 닮은 면이 있다. 매우 즉각적이고 개인적이며 현지의 문화적 체험이 반영된 감정이다. 그래서 오히려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테마나 미장센에 심혈을 기울인다. 누구나 보편적으로 무서워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자고 있는데 문이 삑 하고 열리면 누구나 깜짝 놀라지 않을까. 보편적인 공포를 불러일으킬 요소를 잘 찾아서 영화에서 효과적으로 설계해 전 세계 사람들이 공감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또 하나, 인간의 본성에 대해 연구하는 게 좋은 공포영화를 만드는 비결이 아닐까 한다. 좋은 공포영화는 관객의 심리를 활용할 줄 안다.

 


#속편 성공의 법칙

<쏘우 2>(감독 대런 린 보스먼, 2005)의 연출 제의도 들어왔지만 당시엔 감독으로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 속편은 어쩔 수 없이 첫 영화의 내용을 반복해야 하는 면이 있다. 개인적으론 반복작업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제작자로 참여했다. 결과적으로 <쏘우>는 공포영화의 브랜드가 됐지만, 기본적으로는 시리즈보다 다양한 영화들을 좋아한다.

세번째로 만든 <데스 센텐스>(2007)는 고전적인 스릴러물이었다. 감독 혹은 작가로서 한 가지만 잘한다고 알려지는 것은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 모든 경험과 시도가 성공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분노의 질주: 더 세븐>(2015) 같은 블록버스터 시리즈도 그중 하나다. 내가 항상 기억하려고 애쓰는 건 영화 장르와 상관없이 캐릭터를 개발하는 일이다. 관객이 애착을 가질 수 있는 캐릭터를 개발해야 몰입도가 높아진다.

예컨대 <컨저링>(2013)은 공포물이지만 드라마가 강조된 영화다. 캐릭터들이 초자연적 현상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다는 게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 영화를 위해 만든 캐릭터가 다른 상황이 주어졌을 때는 어떻게 행동할지, 다른 영화에 들어가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늘 고민한다.

 


#청년이여, 도전을 멈추지 말라

<쏘우>를 만들 때 명확한 두 가지 목표가 있었다. 첫째는 남들의 이목을 끄는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자는 것. 둘째는 적은 예산으로 그걸 달성해야 한다는 거였다. 그렇다고 부족한 예산을 핑계로 아이디어를 미뤄선 안 된다. 거꾸로, 주어진 예산 안에서 효과적으로 아이디어로 승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SF나 액션에 비해 호러 영화는 작은 소품이나 요소로도 공포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 점에서도 코미디와 호러는 유사한 부분이 많다. 코미디도 훌륭한 배우와 위트 있는 각본으로 할 수 있는 게 많다. 둘 다 사람의 본능을 자극하는 장르고, 웃음이 터진다거나 비명을 지르는 등 반응도 즉각적이다. 그만큼 호흡과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어떻게 보면 거의 모든 영화가 그렇다.

나 역시 어려웠던 시기를 생각해보면 굉장히 우울한 기억이 대부분이다. 열세 살 때부터 감독이 되고 싶었는데 20대가 거의 끝나가는 상황에서도 감독에 가까워진 것 같지 않았다. 분명히 열정과 인내가 필요한 일이다. 절대 포기하지 말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지금은 젊고 재능 있는 감독들이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많다고 생각한다. 내가 제작을 맡은 <라이트 아웃>(2016) 연출가도 집에서 아내와 함께 찍은 단편영화로 시작했다. 최고의 단편영화라고는 할 수 없지만 내 관심을 끌기엔 충분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묵묵히 꿈을 좇아간다면 언젠가 기회가 올 거고, 그 기회가 왔을 때 굉장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했습니다. *

* 본 포스팅의 원본 글은 B tv 매거진 7월호(링크)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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