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 공식 블로그 :: 현실과 허구를 넘나든 이란의 큰 별,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2017.03.27 10:58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링크)

지난 2016년 7월 4일 소셜네트워크에는 눈물을 흘리는 이란 여인들의 얼굴이 올라왔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영화 <쉬린>(2008)의 장면들이다. 76살의 그가 위암으로 숨진 날이었다. <쉬린> 속 우는 여인들은 12세기 페르시아 서사시 <코스로우와 쉬린>을 그린 영화를 보는 ‘척’하고 있는 배우들이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작업을 계속했고, <쉬린> 역시 이런 그의 화두를 밀어붙인 영화다. 그는 1987년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1987)로 세계에 ‘발견’됐지만, 그때 이미 거장이었다. 소년이 친구의 공책을 돌려주려고 친구 집을 찾아헤매는 게 이야기의 전부인 이 영화는 극영화와 다큐멘터리가 뫼비우스 띠처럼 얽혀 있다. 그는 말했다. “관객을 인질로 잡는 영화보다는 졸린 영화가 더 나아요. 졸고 나왔는데 일주일 내내 생각이 나는 영화들이 있죠.” 2000년대 들어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자신의 화두를 극단으로 밀어붙였다. 한 시간이 넘는 영화 <파이브>(2003)엔 아예 서사가 없다. 관객이 서사를 만드는 과정이 현실이자 작품의 일부다. 이 영화를 보며 잠에 빠져드는 관객도 있을 거다. 그리고 깨면, 현실을 곱씹게 될 거다.


글 | 김소민



# 30살, 첫발을 내딛다(1970)

이미지 출처 : B tv 매거진 (링크)

1940년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난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1960년부터 7년간 150여 편의 광고를 찍었다. 누군가 “당신은 광고를 단편영화처럼 찍는다”고 말해줘서 영화에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빵과 골목>(1970)이 그의 데뷔작이다.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10분 45초짜리 단편인데 마지막에 큰 웃음이 터질 거라는 데 돈을 걸 수 있다. 빵을 들고 집에 가던 소년이 멈춰 섰다. 골목 저편에 개가 지키고 선 탓이다. 이 정도만 말해도 감이 올 거다.



# 47살, 세계 무대에 등장하다(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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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한국 관객도 매료했다. 자기 실수로 친구 네마자데의 공책을 가져오는 바람에 친구가 숙제를 못할까봐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달리고 또 달리는 아마드. 아마드의 마음이 그대로 관객에게 달려든다. 전문배우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을 영화에 등장시키면서도 극영화의 관습적인 문법은 살렸다. 그러다가도 논픽션인가 싶은 장면들이 등장한다. 관객들은 그의 영화를 ‘진짜’라고 느끼기 시작했다.



# 52살, 연출을 뺀 연출을 선보이다(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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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는 이란 대지진 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 출연한 두 어린 배우의 생사가 염려된 감독이 그들의 행방을 찾아나서는 이야기다. 험난한 산들을 다니면서 주민들을 만나는 과정을 담은 이 영화는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체험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것 같지만, 계산된 ‘연출’을 토대로 한 극영화다. 프랑스의 거장 장 뤽 고다르 감독이 “영화는 그리피스에서 시작해 키아로스타미에게서 끝난다”고 상찬한 것이 이 무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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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4살, 이란 북부 3부작을 완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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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나무 사이로>를 키아로스타미 스타일의 ‘끝판왕’이라고 하면 과할까? ‘영화 속 영화 속 영화’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부터 이어온 ‘이란 북부 3부작’의 마지막 작품.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를 찍는 중인 케샤바르츠 감독이 신혼부부 역에 아마추어 배우를 캐스팅한다. 그런데 남편 역의 청년이 여자 배우 앞에선 말을 더듬는다. 연출 없는 연출에 남녀의 마음이 말갛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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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7살, 칸 황금종려상을 거머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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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차를 몰고 간다. 그가 누굴 찾는지는 영화 <체리 향기>가 시작하고 20분쯤 지나야 나온다. 영락 없는 극영화인데 이야기가 끝나자 <체리 향기> 제작현장이 4분여 이어진다. 방금 전 구덩이에 있던 남자는 담배를 맛있게 피우고 있다. 주인공 엘 샤드는 원래 건축가였는데 이 영화를 계기로 전문배우가 됐고, 키아로스타미는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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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살, 이야기로 돌아오다(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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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 비노쉬가 주연한 <사랑을 카피하다>는 반전이었다. <파이브>에서 아예 서사를 지워버렸던 감독이 극영화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배경이 이탈리아, 그가 이란 아닌 곳에서 찍은 첫 영화다. 영화는 독자와 작가로 만난 두 사람의 하루 여정을 쫓아간다. 둘은 어느 순간부터 부부역할극에 열중하는데 계속 보다 보면 이 둘이 원래 부부였는데 독자와 작가 행세를 한 건 아닌지 헷갈린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서사로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지워버렸다.



# 72살, 영원한 물음표가 되다

이미지 출처 : B tv 매거진 (링크)

말년에 이르러 더욱 과감하게 관객과 스크린 사이의 장벽을,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현실과 허구를 구분 짓는 장애물을 허물고 돌파하려 했다. 원래 <디 엔드>였던 제목을 <사랑에 빠진 것처럼>으로 바꾼 것은, 마침표로 남기보다 영원한 물음표가 되길 원했던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바람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그는 이 작품을 끝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 베이징의 큰 건물에서 일하는 이란 청소부의 이야기 <바람 속의 걸음>은 보여주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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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했습니다. *

* 본 포스팅의 원본 글은 B tv 매거진 2016년 9월호(링크)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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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K브로드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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