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 공식 블로그 :: 이동진&김중혁의 '영화당' 제 20화, 알프레드 히치콕의 전성기 영화


2017.06.26 15:48

왜 수많은 영화 평론가들과 매니아들은 앨프리드 히치콕을 위대한 감독이라고 칭송할까요? 훌륭한 감독들은 작품 속에서 아이러니를 잘 다룰 줄 알고 히치콕 역시 그렇습니다. 게다가 히치콕은 감독으로서의 이력 자체도 그랬습니다.

다수의 최대 쾌락을 겨냥하면서도 가장 개인적인 영화들을 만들어냈고, 순수영화라는 절대적 가치를 바라보는 이상주의자이면서 영화제작 전반에 걸친 당대의 현실적 제약에 대해 능숙하게 타협할 줄 아는 현실주의자이기도 했으니까요.

오늘 B tv에서는 위대한 감독 앨프리드 히치콕의 전성기의 열었던 시초인 <이창>과 그 절정에 도달했던 <현기증>을 만나볼까 합니다.

 

# 이창 (1954년)


다리를 다쳐 휠체어에 앉아 있어야 하는 사진작가 제프(제임스 스튜어트)는 무료함으로 인해 자신의 카메라 렌즈로 맞은 편 건물 사람들을 훔쳐보다가 라스라는 남자가 아내를 살해해다고 믿게 됩니다.제프는 확신을 얻기 위해 애인 리사(그레이스 켈리)를 건너편 건물로 보내게 됩니다.



우연히 살인사건을 목격하게 된 사람의 모험담이라 보이시나요? 하지만 사실 그 밑바닥에는 제프와 리사의 미묘한 관계가 의미심장하게 깔려 있습니다. 리사는 제프의 집으로 처음 들어올 때 키스를 하지만 이 장면에서 제프의 얼굴을 뒤덮는 리사의 그림자가 분위기를 불길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현기증>, <싸이코>를 포함한 적잖은 영화들에서 그렇듯이 상대를 원하면서도 두려워하는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 제프는 리사를 사랑하면서도 시종일관 그녀로부터 안전하게 심리적 거리를 확보하려는 역설을 보여줍니다.



본의 아니게 금욕적인 상태에 놓여져 있는 제프는 망원경으로 라스가 두어 차례 밖에 나갔다 돌아온 것과, 이전에 라스의 집에 있었던 그의 아내가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게 되었던 것 뿐인데도 불구하고 그 정도의 단서만으로 살인을 추론할 정도로 아내에 대한 라스의 권태와 환멸에 감정적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프는 결혼하고 싶어 하는 리사의 소망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비추는데, 이런 그의 두려움은 세계를 누비면서 일하다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꼼짝도 못하고 집에만 있게 되어 권태에 빠진 제프의 상황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말하자면 기이한 공범의식을 느끼고 있는 제프는 앞집 남자의 범행을 파헤치고 고발함으로써 자기 안의 라스와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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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기증 (1958)


현기증 때문에 높은 곳에 올라가지 못하는 스카티(제임스 스튜어트)는 자신이 도움을 주지 못하는 사이에 종탑에서 떨어져 죽은 매들린에 대한 사랑과 죄책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매들린과 매우 비슷하게 생긴 주디(킴 노박)을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스카티는 그녀를 매들린과 똑같은 모습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현기증이라는 증상에는 두려움과 쾌감이 아이러니하게 공존하고 있습니다. 현기증은 대지에 늘 버티고 서야 하는 고단한 책무를 돌연 포기해버렸을 때 생겨나는 쾌감과, 그와 정반대로 끝내 쓰러져 땅과 하나가 되어버리는 마는 것에 대한 두려움 사이 어딘가에 유령처럼 존재합니다. 그것은 곧 삶과 죽음의 마찰에서 생겨나는 역설적 희열이기도 한데요.



주디는 곧 스카티를 원하게 됩니다. 스카티는 주디를 강렬하게 욕망하면서도 결코 그녀를 취하지 않습니다. 스카티는 주디를 통해 이미 죽어버린 매들린을 되살려내는 데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마침내 주디가 매들린과 똑같은 옷을 입고 매들린과 같은 헤어스타일을 한 채로 욕실 문을 나오자 스카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탄성을 내지르게 됩니다.

하지만 그 사랑은 무방합니다. 사실 스카티는 죽은 여인을 되살려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동시에 정말 그녀가 되살아날까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죠. 스카티는 매들린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매들린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녀를 사랑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인력과 척력이 동시에 작용하는 그의 욕망은 솟구치는 순간 곧바로 추락할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요.

그 사랑은 곧 죽음에 대한 사랑이고, 그렇기에 이 이야기는 해피엔드일 수 없습니다. 아마도 스카티는 모든 주인공들 중 가장 비극적인 인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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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K브로드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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