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 공식 블로그 :: 이동진&김중혁의 '영화당' 제 59화, 대안을 생각할 수 없는 독보적 존재감 이자벨 위페르의 영화들


2017.07.10 17:00


위대한 배우는 전형을 뛰어넘습니다. 인간의 지문이 모두 다르듯 감정의 표현도 같을 리가 없죠. 위대한 배우는 이전까지 쌓였던 수많은 배우들의 흔적을 지워내고, 완전히 새로운 인간을 창조하며 각인된 것들을 편평하게 한 다음 전혀 새로운 무늬를 아로새기게 됩니다. 그런 배우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알 수 없지만 첫 줄에는 반드시 '이자벨 위페르'의 이름이 새겨져야만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칸과 베니스 영화제에서 두 번씩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연기파 배우이자 많은 여배우의 롤모델이며, 감히 대안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없게 만드는 독보적 존재감의 프랑스 국민배우 이자벨 위페르. 

영화당 59화에서는 그녀의 영화를 다뤄보고자 합니다.

 

# 다가오는 것들 (2016)


미아 한센 러브 감독의 '다가오는 것들'에서 그녀는 철학 교수 나탈리를 연기합니다. 나탈리는 수십 년 동안 피로감이 몸에 묻어 있는 사람입니다. 익숙한 것이라 생각했던 일상이 실은 권태였을 때, 그녀의 무표정이 실은 무표정이 아니었단 사실을 관객은 뒤늦게 깨닫게 되죠. 초보 배우들에게 감정의 단계가 열 개라면, 위페르에게는 백 단계쯤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죠.

나탈리는 감정으로 이미 모든 정보를 전달한 다음 대사로 방점을 찍는데, 이번에는 브람스와 슈만을 인용합니다.

"20년 동안 브람스와 슈만만 들었어. 지겨웠어"


 

돈 드릴로의 소설 마오에는 이런 문장이 등장합니다. 

"그는 소년이 문가에 서 있는 것을 알았고 그가 어떻게 생겼을지 상상하면서 피부, 눈, 이목구비, 얼굴이라 부르는 외양의 측면을 언어로 표현해 보려고 애썼습니다. 만일 그에게 얼굴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면 만일 저 후드 아래에 실제 무엇인가가 존재함을 우리가 믿는다면" 

소설가들은 여전히 몇 안되는 단어와 문장으로 인간의 얼굴을 묘사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그 아래에 실제로 무엇인가 존재하고, 그 존재가 표정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믿는 사람처럼. 소설가들의 바람과는 달리 얼굴 아래에는 아무것도 없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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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니스트 (2001)


미하넬 헤네케 감독의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피아노 선생 에리카 코후트로 등장하는 위페르는 음악과 침묵과 언어를 미세한 표정만으로 설명합니다. 누군가의 연주를 듣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클로즈업할 때, 우리는 그 속에서 한 개의 명확한 감정과 그에 따른 열 가지의 부수적인 감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보면서도 믿을 수 없는 표정, 그러면서 코후트 선생은 학생들에게 이렇게 다그칩니다.

"넌 바흐나 베토벤 같은 작곡가들에게 한 가지 접근법 밖엔 없구나"


 

위페르가 추구하는 연기는, 어쩌면 소설이 추구하는 방향과 닮아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표정, 문장이 닿을 수 없는 감정, 숨길 수 없는 감정의 융기, 입꼬리의 방향이 가리키는 감정의 불확실성, 그럼에도 끝까지 써 내려 가야만 하고, 표현해야만 하는 인간의 숙명, 그녀의 표정 연기는 구글맵이 아니라 에스키모들이 직접 손으로 깎아 만든 나무 지도입니다.

정확한 좌표는 없으며, 우리는 나무의 윤곽을 더듬으면서 그녀의 감정을 느껴야 합니다, 그리고 가끔 그게 더 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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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K브로드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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