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 공식 블로그 :: 이동진&김중혁의 '영화당' 제 61화, 시작도 끝도 기묘한 '마더'의 어깨춤


2017.07.17 11:53


한국 영화 최고의 걸작으로 칭송받는 영화 [살인의 추억], 장르의 규칙을 과감하게 비틀어버리며 1,3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 [괴물]은 물론 최근 [옥자]로 돌아온 봉준호 감독. 그의 모든 작품이 훌륭하지만 오늘 B tv 블로그에서는 2009년작 마더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 마더 (2009)


횃불 대신 단검을 들고 온 이 어둡고도 매혹적인 이야기는 기어이 마음의 현을 몇 개 끊어내고 나서야 끝이 납니다.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 이 검은 우물 같은 영화에서 봉준호의 미학적 야심을 살펴보시죠.

김혜자라는 이름의 모성 장르 자체를 파격적으로 변주하는 이 작품은 춤을 통해 열리고 닫힙니다. 적잖은 영화들이 수미쌍관의 형식으로 솜씨 좋게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마주 세우지만 그녀의 독무로 시작해서 그녀들의 군무로 끝나는 '마더'만큼 오프닝과 엔딩이 소름 끼치도록 탁월하게 조응하는 한국 영화는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억세풀밭 사이로 황망하게 걷는 한 여자가 갑자기 멈춰 서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그녀는 북소리가 들리고 기타 소리가 들려오면서 몸을 천천히 뒤채며 홀로 어깨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표정은 넋이 빠진 듯 멍해 보이는데 동작은 점점 커지는 걸 볼 수 있는데요.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풀처럼 두 팔을 들어 올려 흔들다가 한 손으로 눈을 가리는 순간, 입가에 알 수 없는 웃음이 번집니다, 이렇게 보지 않을 수 있으니 기쁘다는 듯이, 그러다 그 손으로 입을 가리며 춤을 출 때는 표정이 이제 말할 수 없는 끝장이라는 듯이 기묘하게 굳습니다.



그녀에게 그 손은 한약재를 작두로 써는 노동의 손이고, 침을 놓아 낫게 해주는 치유의 손이며, 누군가의 피를 묻히는 폭력의 손이고, 허공 속을 허위허위 젓는 춤추는 손입니다. 그러나 지금 그녀와 함께 춤을 출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어느덧 춤은 그칩니다. 그녀는 그 손을 자신의 옷 사이로 무심히 넣어 감추려 합니다.



이 장면은 후반부에 한번 더 등장하는데, 사실 그녀는 그때 춤을 추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마더'의 오프닝에서 춤을 추는 그녀를 오래도록 판타지 장면처럼 보여주었던 것은 이 영화에 기이한 무속의 기운을 불어넣고 춤은 이야기보다 먼저 시작해야 되며, 이야기보다 늦게 끝나야 합니다.



마지막 엔딩에서 모두들 관광버스에서 신나게 춤을 추지만 그녀만은 홀로 앉아있습니다. 나쁜 기억을 잊게 해준다는 허벅지 자리에 스스로 침을 놓고 갑자기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사라지면서 정적만이 남자 오프닝과 같은 북소리, 기타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리고 그녀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춤추는 다른 여자들에게도 합류합니다. 격렬하게 흔드는 춤사위가 격렬하게 흔들리는 카메라 앵글 속에서 어지럽게 뒤섞여 모두가 한 덩어리처럼 보일 때쯤 영화는 불현듯 막을 내리게 됩니다. 드넓은 벌판의 독무로 시작해 좁디좁은 관광버스 안의 춤으로 끝나는 마더는 그 자체로 위무의 거대한 굿판이었을까요?


그렇게 속된 몸짓이 해원과 망각의 가장 성스러운 제의가 되는 순간, 어느 기막힌 비극 하나는 한국인들의 한스러운 삶 전체로 녹아들어 갑니다.


■ '영화당' B tv 메뉴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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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K브로드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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