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Expo Korea 2019

Insight from Chatbot UX


몇 해 전, 여름철 더위를 맞아 그 해 처음으로 에어컨을 틀었을 때의 끔찍한 냄새를 잊을 수 없다. 1년동안 방치돼있던 에어컨을 갑자기 트니 필터 관리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고약한 냄새를 풍겼던 것이다. 바로 조치를 취하고자 제조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시도했으나, 미리 걸려온 전화를 처리 중이라는 수화기 너머의 응답 앞에서 기약없는 기다림만이 이어질 뿐이었다.
수 차례 통화시도에도 번번히 실패만 하다 결국 1:1 문의를 남기려고 제조사 홈페이지에 접속했을 때, 우연히 홈페이지 구석에서 ‘챗봇’ 서비스를 발견했다. 챗봇을 처음 써보는 것이어서 매우 생소하긴 했지만 조심스럽게 “에어컨에서 냄새가 나요”를 입력했고, 몇 차례 턴을 주고받은 후 어렵지 않게 필터청소 출장 예약을 잡을 수 있었다.


상담사 연결을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엔지니어 출장예약을 잡아주는 챗봇 서비스


이처럼 챗봇은 고객 입장에서는 기존의 전화상담이나 1:1 문의에 비해 궁금한 점, 불편사항에 대해 빠르게 응답받을 수 있는 창구이고,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불만에 빠르게 대처하고 상담업무를 효율화할 수 있는 유용한 솔루션이다. 이러한 챗봇의 유용성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이번 국제인공지능대전(AI EXPO KOREA 2019)에서는 챗봇 솔루션을 선보이는 참가업체를 유독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자사의 챗봇 시스템을 홍보하는 수많은 부스들


참가업체 부스를 넘어 컨퍼런스 세션 발표 목록에서도 챗봇과 관련된 발표를 찾아볼 수 있었는데, 참가업체 중 하나인 와이즈넛(WISEnut)의 장정훈 이사가 발표하는 ‘인공지능 기반 챗봇 비즈니스 사례 및 전망’이라는 주제의 발표였다. 다양한 업계의 챗봇 활용사례를 들으며 우리회사에 응용할 방법은 없을지 고민해보고자 발표 세션에 참석했고, 발표를 들으며 느꼈던 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에 적용된 챗봇 서비스

챗봇의 비즈니스 적용사례 소개를 통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분야에서 챗봇 서비스가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적용분야를 크게 대민 서비스와 사내 서비스로 나눌 수 있었는데, 대민 서비스로는 공공(행정), 교육(대학), 금융, 쇼핑, 여행, 물류 등의 수많은 영역에서 챗봇 서비스가 활용되고 있었다. 사내 서비스 부분은 기존에 ‘챗봇’을 떠올릴 때 쉽게 생각해보기 힘든 영역이어서 보다 신선하게 다가왔다. 사내 설비 관련 문의, 사내 시스템 장애나 오류 관련 조치, 그리고 HR 관련 문의 등 평소 사내 구성원이 빈번히 질문할만한 영역에 대해서도 챗봇 시스템이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챗봇은 지치지 않는다

발표 도중 흥미로운 영상이 소개되기도 했는데, 바로 챗봇 시스템과 사람이 소개팅을 하는 장면이었다. 소개팅에 참여하는 여성 참가자 1명과 4명의 남성 참가자들은 메신저를 통해 대화를 주고받았는데, 남성 참가자 중 하나는 AI 챗봇이었다. 챗봇은 간혹 필요 이상으로 진지하거나 문맥상 부자연스러운 답변을 내놓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준수한 수준으로 답변을 이어나갔다. 발표자에 따르면 오전에 진행된 네 차례의 세션에서는 매번 사람 남성이 여성의 선택을 받았지만, 오후에 진행된 네 차례의 세션에서는 반대로 모두 챗봇이 승리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것에 대해, 아마 반복되는 태스크로 인해 오후에는 사람 남성들이 지쳐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추론했다고 한다.

이처럼 챗봇은 사람과 달리 체력적, 감정적 소모로부터 자유로운 존재이기에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상담, 응대 서비스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챗봇은 반복되는 감정노동에도 지치지 않는다

 

커피 자판기에 마이크를 달아 놓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 서비스라 하면 음성 인터페이스 기반의 서비스를 떠올린다. 실제로 대부분의 상용화된 AI 에이전트들은 음성 인터페이스를 차용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AI 에이전트가 사람과 동등한 수준으로 대화할 수 있는 대상이라기보다는 특정 기능을 사용하기 위한 하나의 입력 인터페이스로 간주되는 상황에서, 음성 인터페이스는 오히려 고객이 이용 가능한 서비스의 범위를 흐리는 부정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발표자는 이를 마이크가 달린 커피 자판기에 비유했다. 평범한 커피 자판기라면 선택 가능한 옵션이 버튼으로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돈을 투입하고 원하는 옵션의 버튼을 누른다. 하지만 커피 자판기에 버튼이 없고 마이크만 달려있다면 사람들은 샷 추가는 되는지, 휘핑크림을 올릴 수 있는지, 주스나 탄산 같은 다른 음료는 없는지 물어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선택 가능한 옵션을 시각적 인터페이스로 명확하게 제공해주는 챗봇은 사용자의 목적을 보다 빠르게 달성시켜줄 수 있는 효율적인 형태의 AI 서비스라 할 수 있겠다.


커피 자판기에 마이크가 달려있다면 사람들은 온갖 질문을 던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회사에서 챗봇을 활용한다면 어떤 채널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까? 단순히 홈페이지, 앱이나 메신저 상에 챗봇을 구현하는 것이 좋을까? B tv x NUGU의 디스플레이 UX를 적극 활용해 챗봇과의 인터랙션과 유사한 형태의 인터랙션을 구현할 수는 없을까? 고객이 나에게 맞는 요금제를 물어보거나 장애현상에 대한 조치방법을 물어보면 디스플레이를 통해 답변과 함께 선택 가능한 옵션을 제공하는 식으로 말이다.
어느 한 채널을 고집할 필요도, 어느 한 인터페이스 양식만을 고집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고객의 의도와 목적을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해줄 수 있는 서비스 이용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서효범기자


Posted by SK브로드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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