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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아인의 태평양급 스펙트럼, 앞머리와 눈빛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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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브로드밴드 2016. 3. 1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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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의 소중한 월화 남친과 곧 이별이다. <육룡이 나르샤>가 종영이라니! 솔직히 여말선초 정도전과 이방원의 갈등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에 최고의 배우를 앞세운 것치곤 내 기대에 못 미쳤던 건 사실이지만 막상 끝난다 생각하니 넘나 서운한 것. 이유는 단 하나, 더 이상 유아인의 이방원을 볼 수 없으니까. 영화 <베테랑>과 <사도>로 연이어 대박을 터뜨린 그가 장장 50부작짜리 드라마, 그것도 사극에 출연한다 했을 때 주변에서는 전부 그를 말렸다고 한다. 그런 그들의 걱정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는 유아인의 대답은 간단했다. “역할이 이방원이에요.” 그리고 내가 <육룡이 나르샤>를 선택한 이유도 간단했다. 


“유아인이 이방원이에요” 


2015년을 가장 뜨겁게 보낸 남자 유아인을 한 개의 수식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하겠지. 모든 걸 압도하는 폭발적인 연기, 하지만 때론 한없이 부드럽고 편안하다. 화려하고 세련돼 보이다가도 어떨 땐 촌스럽기 그지없다. 섹시하고 관능적이지만 한편으론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소년 같다. 쉽사리 정의내릴 수 없는 남자. 그가 하나의 얼굴에 다양함을 가득 담고 있을 수 있는 요소의 하나로 나는 앞머리를 꼽아본다.



# 앞머리 없다 있으니까 사람이 착해져

영화 <베테랑>의 재벌 3세 조태오는 두상에 딱 붙는 포마드 헤어를 선보였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후로도 한동안 유아인은 그 헤어스타일을 고수했다. 마치 조태오의 삶을 살아가는 듯 유아인은 하루하루 아쉬움 없는 최고의 날들을 보냈고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섰다. 그리고 남자 영화배우라면 누구나 꿈꾸는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안고 수상소감을 날릴 때 그에게 포마드헤어보다 더 잘 맞는 스타일은 없었다. 


아, 잠깐! 청룡영화상 얘기가 나왔으니 내가 또 이 얘기를 안 하고 넘어갈 수 없네… 작년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유아인 명장면(이라 쓰고 덕후포인트라 읽는다)은 수상소감이고 뭐고 다 필요 없이 AOA <심쿵해> 무대 리액션 컷이다. 분명 가사 다 알고 따라불러 놓고 카메라에 잡히자 당황하지 않은 척 천연덕스럽게 생수를 마시는 모습이라니. 영화 배우 유아인도 걸그룹 앞에선 엄홍식(31, 남)일 뿐인 것.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하지만 새 영화 <좋아해줘>를 홍보하기 위해 공식 석상에 선 유아인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앞머리를 내리고 수트를 벗은 유아인은 31살이라는 나이를 무색케하는 소년미를 뿜뿜해댔다. 여기에 더해 상대 여배우를 멜로 눈빛으로 바라보면 사랑에 빠진 남자, 공허한 눈빛으로 허공을 주시하면 결핍을 가진 남자, 특유의 웃음소리인 “헤헤헤”까지 장착하면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그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주는 최대의 무기. 눈빛. 유아인은 그 어느 배우보다 더 다양한 눈빛을 갖고 있다.

■ 「사도」 보기 : 영화/시리즈 > 한국영화 > 드라마

■ 「베테랑」 보기 : 영화/시리즈 > 한국영화 > 액션



# 눈빛으로 변해요

유아인에 관심이 없던 시절 친구와 보러 갔던 영화 <완득이>는 유아인에 대한 나의 인식을 ‘촌스럽고 돈 없는 남자’로 못 박게 했다. 이후 영화 <깡철이>, 드라마 <패션왕>에서도 유아인은 밑바닥 인생이었고 <밀회>의 선재 역시 돈 없고 빽 없이 그저 피아노만 잘 치는 청년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알게 됐다. 죄다 가진 것 없는 가난한 캐릭터였음에도 이들의 본질은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 매번 다르게 빛나는 그의 눈빛이 그 차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했다. 단순히 눈에 힘을 주고 빼고의 차이가 아니라 그 눈 안에 제각각의 감정이 실려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한 작품 내에서도 유아인의 눈빛은 수시로 돌변한다. 입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해야 할 때 꼭 필요한 것이 이런 급격한 감정 변화를 그려내는 것인데 그 단적인 예로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장면, <육룡이 나르샤>에서 자신의 측근들을 고문하는 이성계와 정도전을 막기 위해 동궁전 앞에서 석고대죄를 하던 씬이 있다. 동생을 향해 세상 슬픈 표정으로 눈물 짓다가 숙적 정도전이 다가오자 보란 듯이 섬뜩한 눈빛으로 내리깔아보던 이방원의 눈빛. 그 눈빛을 보는 정도전뿐만 아니라 나까지 소름 돋게 만드는 섬세한 눈빛 연기! 아~ 나만의 명장면이어라…


■ 「깡철이」 보기 : 영화/시리즈 > 한국영화 > 드라마

■ 「패션왕」 보기 : TV다시보기 > SBS > 명작드라

■ 「밀회」 보기 : TV다시보기 > 종합편성채널 > JTBC > 명작드라마

■ 「육룡이 나르샤」 보기 : TV다시보기 > SBS > 드라마



# 부족하기에 더 처연히 폭발하는 남자

이쯤에서 우리는 유아인의 연기 스펙트럼 전체를 관통하는 한 가지 공통적인 감정이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결핍. 유아인은 왠지 무언가가 채워지지 못한 결핍으로 인해 가슴에 울분이 들어찬 역할에 최적화되어 있는 듯하다.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20살 많은 유부녀를 사랑하는 선재, 까탈스런 아버지 밑에서 끝내 신뢰를 받지 못하고 뒤주 속에서 죽어간 사도세자, 아버지의 최측근으로서 개국에 몸 바쳤으나 배다른 막냇동생에게 세자 자리를 빼앗긴 이방원. 결핍에 고통스러워 슬퍼하던 눈빛이 싸늘하게 돌변하는 순간 감정은 폭주하고 연기는 폭발한다. 그 폭발하는 연기가 과하게 보이지 않는 건 (의외로 소처럼 일해오는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을 겪어왔기 때문이겠지.


연예계 생활 12년. 힘들지 않았을 리 없다. 찬사와 야유의 경계를 오가며 버텨온 시간들. 진위를 알 수 없는 루머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기도 했고 때론 과한 언행과 오그라드는 멘트로 욕을 먹거나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것들을 후회하며 이불 속에서 하이킥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당했다. 대중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시행착오들을 대중을 향한 실험이라고 얘기한다.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수상소감이 오그라들었다는 여론 반응을 보고 “아, 괜히 했어. 창피해~”라고 생각하지 않고 “뭐 그렇게 볼 수도 있지~ 다음엔 이렇게 해볼까?”라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그의 단단한 멘탈이 좋다. 참 좋다. 그렇다면 나는? 얼마든지 실험용 쥐가 되어줄 용의가 있다. 그러니 더 많이 실험하고 더 많이 부딪혀라. 그 과정을 통해 더 업그레이드될 유아인을 계속 지켜보고 싶으니까.


연달아 힘이 들어간 강렬한 캐릭터를 맡으며 성공만 해오던 그가 전작들에 비해 어쩌면 가볍디가벼운 <좋아해줘>에 출연한 것도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고 본다. 가끔은 힘을 빼도 괜찮지. 아니, 힘 빼니까 더 잘생겨 보이잖아! 그리고 군대 갔다 와선 꼭 <성균관스캔들>의 걸오 같은 캐릭터를 다시 보고 싶다. 왜? 멋있잖아요?! (여림 같은 송중기랑 같이하면 베스트! 보고 싶다 여림중기도….)

■ 「성균관 스캔들」 보기 : TV다시보기 > KBS > 명작드라마



* 이 컨텐츠는 필진 '허아람'님의 개인적인 관점에서 작성되었습니다.

SK브로드밴드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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