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 어게인]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귀향] 등 여러 히트작의 공통점은? 바로 제작 규모는 작지만 개성 있는 영화라는 점인데요, 대스타가 나와서가 아닌 오로지 영화의 주제와 연출력으로 승부를 보는 다양성 영화들! 오늘은 여러분의 영화를 보는 눈을 한층 더 높여드리기 위해 흥미로운 '다양성 영화'들을 준비했습니다. 자 그럼 Blog 지기와 함께 살펴볼까요?
[택시]의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이란에서 저항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데요, 2009년 정권타도 운동에 참여했다가 이란 법원은 그에게 20년간 영화 연출, 제작, 시나리오 집필을 불허한다고 선고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2년 간격으로 영화 세 편을 선보였는데요,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 [닫힌 커튼]에 이어 공개된 세 번째 영화가 바로 [택시]입니다.
[택시]는 무척 특이한 형식의 다큐 영화인데요, 영화가 시작되면 카메라는 정면 유리창 앞으로 고정됩니다. 관객은 뒷좌석에 탄 승객들의 대화만 들을 수 있는데요, 이때 택시의 운전자는 바로 감독인 '자파르 파나히'! 직접 택시를 몰며 승객과의 대화를 영화로 만들어낸 파나히 감독은 가짜와 진짜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운전하며 무엇이 실제 상황인지 질문하게 합니다.
택시에는 온갖 손님들이 다 탑니다. 비디오 대여업자는 검열이 심한 이란에서 자신이 아니었으면 자파르 파나히 감독도 외국영화 보는 건 꿈도 못 꿨을 거라 너스레를 떨기도 하는데요, 감독의 조카도 우연히 그의 택시에 타게 되는데, 그 조카조차도 다큐를 찍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여줍니다. 조카의 학교에서 내준 주제는 ‘배급할 만한’ 다큐를 찍어오라는 것! 조건이 현실을 찍되 추악한 건 찍어선 안 된다는 겁니다. 현실이 추악할 경우는 대체 어쩌란 말인지... 이 조카가 찍는 ‘다큐’란 대체 무엇을 뜻하는 걸까요? 조카가 영화 찍는 과정은 곧 이란 사회에서 영화를 찍어야 하는 감독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답니다.
+ 여기 주목!
택시에 탄 손님들의 대화는 지금의 이란과 이란에서 영화 만들기에 대한 질문입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는 감독 이름밖에 없는데요. 감독이 독불장군이라서가 아닙니다. 그가 영화 찍는 것을 도와줬던 배우나 시나리오 작가는 체포되거나 해외출국 금지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죠. 까만 엔딩 크레딧에는 이 영화 동지들을 향한, 말로 전하지 못하는 고마움과 이마저 말 못하게 틀어막는 갑갑한 이란의 현실이 담겨 있습니다. “영화인들은 믿을 수 있잖아요.” 첩보작전 방불케 만들어진 이 영화에 2009년 베를린국제영화제는 황금곰상으로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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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본 관객이라면 기대가 클 만한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비장애인 남자와 장애인 여성의 사랑을 그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사실 이 영화는 남자가 떠나버리는 냉정한 영화입니다. 다리를 못 쓰는 여자는 혼자 남게 되지만, 이 여자는 동정 따위는 바라지 않습니다. 홀로 계란말이를 만드는 그 등이 처연하면서도 당차 보이기까지 합니다. 남자 주인공과 사랑하는 동안 여자는 그만큼 자랐기 때문이죠.
이누도 잇신 감독의 차기작 [서툴지만, 사랑]은 만화가가 되고 싶은 '히카루(아이바 마사키)'와 소꿉친구 사이인 조각가 '안나(에이쿠라 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안나는 히카루를 좋아하는데 히카루의 마음은 안나의 직장 상사 '소연(한효주)'을 향하고 있어 안타까운 삼각관계의 상황.
만화가가 꿈인 히카루가 그리는 만화 캐릭터는 산타클로스의 반대인 데빌이란 뜻의 ‘데비쿠로’인데요, 히카루는 이 캐릭터와 대화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 '데비쿠로'는 그의 사랑을 탐탁치 않아합니다. 판타지인지 로맨스물인지 도대체 알 수 없는 이 영화, [서툴지만, 사랑]은 사랑에 서툰 네 남녀에게 일어나는 크리스마스의 기적 같은 사랑 이야기를 이누오 잇신 감독 특유의 서정적이고 수채화 같은 연출로 그려냈습니다.
+ 여기 주목!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아름다운 까닭은 사랑의 낭만 때문이 아니라 그 쓴맛에서 진국을 우려낸 솜씨 때문입니다. '에이, 그래도 영화인데 꼭 그렇게 남자는 떠나야 했나.' '둘이 행복하게 내버려 두면 안 되나.' '현실은 이미 쓴데 영화까지 써야 하나.' 이렇게 껄끄러웠던 관객을 위한 이누도 잇신 감독의 산뜻한 입가심 영화가 [서툴지만, 사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장담하건대, 구질구질하고 냉정하고 때론 잔인한, 현실의 사랑이 주는 실망감 따위는 영화에 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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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제시카(카밀라 마르질라)와 엄마 발(헤지나 카제)은 13년째 데면데면 남처럼 살고 있습니다. 엄마는 부잣집 가정부라 그 집에서 살며 딸과 멀어졌는데요, 그러다 제시카가 대학입시를 준비하려고 엄마 곁으로 돌아오면서 둘 사이 갈등이 고개를 들게 됩니다.
엄마는 주인집 눈치 보는 데 이력이 났는데, 제시카는 눈치 볼 일이 없습니다. 주인집 수영장에서 맘껏 수영하며 엄마의 애간장을 태우는 제시카와 달리, 엄마를 더 따르는 것은 주인집 아들 '파빙요(미셰우 조에우사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 속, 13년 만에 재회해 갈등을 겪는 엄마와 딸의 이야기 [세컨드 마더]. 이 영화는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 밑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 대한 중요한 메세지를 전하며 가족의 의미를 깨닫게 해줍니다.
+ 여기 주목!
이 영화는 어디에 포커스를 맞춰 보느냐에 따라 결이 다른 두 무늬가 나타납니다. 엄마와 딸이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을 따라가면 가족드라마지만, 대체 이 엄마는 애초에 왜 주인집 아들에게 더 엄마 같은 사람이 될 수밖에 없나, 왜 이렇게 노심초사 안절부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나에 초점을 맞추면 지금 브라질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도 읽힐 수 있습니다.
■ 「세컨드 마더」 보기 : 영화/시리즈 > 해외영화 > 드라마
정부의 탄압이라는 절망 속에서 소신 있게 영화를 찍어, 택시 속 상황을 다큐 영화로 만들어낸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영화 [택시]부터 도쿄라는 도시 속 사랑에 서툰 네 남녀의 사랑을 그린 [서툴지만, 사랑] 그리고 모녀의 갈등 속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세컨드 마더]까지! 오늘은 작품성과 예술성 모두 뛰어난 다양성 영화 세 편을 만나봤는데요, 이 작품들을 통해 다양성 영화에 관한 관심이 더 높아지길 바라면서! 이상 Blog 지기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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