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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의 연기 변신은 언제나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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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브로드밴드 2016. 4. 2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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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쌍화점>에 얼굴을 살짝 비춘 단역 배우 송중기를 처음 봤을 때 나는, ‘단역 배우가 참 귀엽게 생겼네. 눈이 가네’ 라고 생각했다. (이건 마치 <끝까지 간다>에 조연으로 나온 순경이 자꾸 눈에 아른거려 이름이 뭔지 검색해봤던 그 느낌과 비슷했다. 그 순경은 박보검이었고…) 엄마가 즐겨보던 주말연속극 <내 사랑 금지옥엽>에 그가 막내아들로 나왔을 때도 ‘귀엽네, 내 동생도 저러면 얼마나 좋아 쯧쯧’ 하며 게임 하느라 정신없는 남동생을 한심스럽게 쳐다봤더랬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 여주인공의 오빠로 잠깐 등장했을 땐 저 오빠 왜 죽냐며 이제 안 나오는 거냐며 안타까워했다. 


그렇게 곱상한 외모에 모범생처럼 생긴 외모로 자꾸 눈이 가던 ‘꽃미남 연예인’ 송중기를 ‘진짜 배우’로 인식하게 된 건 많은 이들이 그렇듯 <뿌리깊은 나무>의 세종대왕 젊은 시절 역,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의 호구 마루로 2연타. 그리고 서른 줄에 군 복무를 마친 후 밀크남 이미지를 내동댕이치고 ‘잘생기고 로맨틱하지만 남자답기까지 한’ 진짜 사나이(?)의 이미지를 득템한 <태양의 후예>. 송중기라는 남자의 얼굴은 변한 게 없지만, 송중기라는 배우는 변했다. 그리고 그의 변신은 언제나 옳다.




# 파릇파릇 청춘을 연기하는 송중기

데뷔 초반의 송중기는 너무나 풋풋했다. 20대 초중반의 그는 피부가 뽀송뽀송했고 눈과 얼굴이 동그랬고 머리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아도 예뻤다, 아니 오히려 단정해서 더 보기 좋았다. 어쩌면 화창한 봄날 대학 캠퍼스를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훈대딩 오빠 같았고 엄마들이 부러워할 아파트 동대표 아주머니네 말 잘 듣는 명문대생 막내아들 같았다. 

<트리플> 속 그의 짝사랑은 안타깝기보단 거침없어서 더 해맑았고, <산부인과>에서 레지던트였던 그는 직업적 사명감보다는 돈 때문에 의사를 택한, 삶의 고뇌 따위는 없는 밝은 20대였다.


+ 여기 주목!

그 시절의 귀요미 송중기가 그리운 분들은 지금 당장 ‘아 이쁘다 뽀뽀뽀’를 검색해봅니다. 한동안 송중기의 연관검색어에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던 아 이쁘다 뽀뽀뽀…는 언제 봐도 엄마 미소를 짓게 하는 것…(입틀막! 말잇못!)


청춘스타들만 할 수 있다는 음악방송의 MC를 하게 된 것도 그 시절의 송중기에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일이었다. 지금 다시 보면 어색하고 오그라들지만(그러니까 모두들 꼭 다시 보도록 하자. 흑역사란 보라고 있는 것ㅋ) 그 시절 20대 중반의 송중기에겐 포미닛의 'Hot Issue' 춤도 아웃사이더의 '외톨이' 속사포랩도 열심히 했기에 나름 어울렸다. 그는 자신의 반듯하고 부드럽고 선하고 어려 보이는 외모에 맞는 길을 잘 걸어왔다.

■ 「산부인과」 보기 : TV다시보기 > SBS > 명작드라마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송중기가 자신의 비주얼만 믿고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배우의 길을 걸어온 건 결코 아니었다. <쌍화점>에서 대사가 겨우 “예 형님” 한 마디였던 송중기는 연기 도중 말에서 떨어져 “괜찮냐”고 묻는 감독에게 “괜찮다. 바스트신 하나 주시면 10km는 더 뛸 수 있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고 덕분에 대사가 세 마디로 늘어났다고 한다. 생초짜 신인으로서 대선배들 사이에서 긴 호흡을 갖고 연기를 배우고 싶어 주말연속극의 조연을 선택했고, 피겨스케이팅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준비 중이라는 얘기를 듣고 먼저 미팅을 잡아달라 매니저에게 부탁했다. 드라마 속 송중기는 한없이 밝고 행복한 청춘이었지만 배우 송중기는 나름대로 고민을 갖고 치열하게 한 작품 한 작품 나아가고 있었다.



# 잘 노는 성균관 유생 여림에서, 아버지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싶었던 세종까지

송중기는 <성균관 스캔들>을 통해 주연급으로 거듭난다. 물론 메인은 박유천과 박민영이었지만 송중기는 유아인과 함께 잘금 4인방 중 한 명으로서 전작들에 비해 훨씬 비중 있는 배역을 소화하게 된다. 겉보기에 여림 구용하는 그동안 그가 맡아왔던 역할들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금전적으로 부족할 것 없는 부잣집 도련님, 잘생기고 똑똑하고 말 잘하는, 주변에 사람이 끊이지 않는… 더없이 행복한 삶을 사는 화려한 성균관 유생, 여림 구용하. 

하지만 알고 보니 여림은 돈 주고 산 양반 신분으론 넘을 수 없는 현실의 벽에 고뇌하는 중인의 자식이었고 자신의 꿈을 위해 성별을 숨기고 형의 복수를 위해 품속의 칼을 숨기고 사는 친구들을 꿰뚫어보고 가장 깊이 걱정하는 인물이었다. 오랜 절친이었던 걸오를 향해 능글맞은 멘트를 날리다가도 그의 위험을 감지하면 눈빛과 목소리가 변하는 여림에게서, 조금씩 청춘스타가 아닌 배우의 냄새가 났다.

■ 「성균관 스캔들」 보기 : TV다시보기 > KBS > 명작드라마



그 후 그가 선택한 작품이 바로 그!! <뿌리깊은 나무>다. 모두가 반대했던 세종대왕의 젊은 시절 역. 주변 사람들은 주연을 맡아야 할 시기에 왜 아역을 맡냐며, 대중은 곱상한 얼굴 하나 믿고 감히 세종대왕을 연기하려 하냐며 모두가 못 미덥게 바라봤던 그 역할을 송중기는 보란 듯이 해냈다. 백윤식, 한석규라는 걸출한 배우의 앞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곱상한 얼굴에서 내뿜는 강렬한 눈빛은 신뢰감을 주었고 안정적인 발성과 목소리는 호감을 안겨 주었다. 이젠 단독 주연을 맡아도 될 때가 된 것이다.


+ 여기 주목!

<뿌리깊은 나무> 이도 송중기의 명장면으로 대부분 “왕을 참칭하지 말라”던(또한, 무사 무휼의 명장면이기도 한) 이방원과의 독대 씬을 꼽지만 나는 나이든 세종의 현실도피를 비웃던 젊은 세종의 도발 씬이 기억에 남는다. 그 장면에선 송중기의 선한 얼굴 넘어 독기와 악인의 모습까지도 발견할 수 있다.

■ 「뿌리깊은 나무」 보기 : TV다시보기 > SBS > 명작드라마



# 어느새 주연

<뿌리깊은 나무>로 연기력을 인정받기 시작한 그가 드라마 인생 처음으로 메인 남주 자리를 꿰찬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는 꽤나 똑똑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극 초반 아픈 동생을 보살피며 꿋꿋이 살아가는 순수한 의대생 강마루는 그동안 잘해왔던 밝고 긍정적인 연기였다. 자신을 배신한 한재희에게 복수하기 위해 독한 남자가 된 2단 변신 강마루는 연기력을 점차 인정하던 대중의 반응에 쐐기를 박았고 복수에 이용하기 위해 접근했던 서은기와 절절한 사랑에 빠진 3단 변신 강마루는 그동안 보여준 적 없던 치정멜로연기를 폭발시켰다. 이렇게 송중기는 한 작품 속에서 변화를 거듭하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맡아 다양한 가능성과 능력치를 보여주며, 잘생겼는데 연기까지 잘하는 배우로 이미지를 굳히게 된다.

■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보기 : TV다시보기 > KBS > 명작드라마



그리고 같은 시기, <늑대소년>을 통해 그동안 재미를 보지 못하던 영화계에서마저 흥행과 화제성까지 다 잡으며 믿고 보는 배우 송중기로 거듭난다. 오직 표정과 몸짓으로 말 못 하는 야성의 소년을 연기해야 했던 그는 더벅머리와 지저분한 얼굴, 다 떨어진 누더기 옷을 걸치고도 미모를 발산했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멍청한 표정과 어버버한 옹알이는 보호본능을 자극했다. 그가 머리를 쑥 내미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어 허공을 쓰다듬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곱상한 얼굴, 선한 이미지가 싫어 얼굴이 돋보이는 역할보다 몸을 쓰고, 망가지고 편하지 않은 작품을 선택해왔다는 그는 결국 군대도 그 힘들다는 최전방 수색대대로 갔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군대를 다녀왔는데도 여전히 잡티 하나 없고 뽀얗다. (얼마나 다행인가. 문득 잘생긴 얼굴이 싫어 일부러 미간을 찌뿌려댔다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떠오르는 것... 아, 아닙니다. 오빠는 여전히 세계 최고 미남이십니다)

■ 「늑대소년」 보기 : 영화/시리즈 > 한국영화 > 드라마



# 제대, 태양의 후예, 성공적.

그가 군 제대 후 선택한 첫 작품이 <태양의 후예>인 것도 그의 일관적인 작품 선택 기준을 다시 한 번 입증한다. 송중기에게 대본이 가기 전까지 <태양이 후예> 캐스팅을 거절한 배우들 대부분이 남성적인 매력이 돋보인 배우였을 만큼 유시진은 상남자를 대변하는 캐릭터였다. 제작진들도 송중기의 곱상한 이미지를 걱정했을 정도. 하지만 그는 곱상한 얼굴로 특전사의 액션을 거뜬히 소화했고 때론 능글맞게 때론 저돌적으로 강모연에게 다가갔다. 미션 성공이다. 이제 송중기라는 배우가 못할 역할은 없는 것이다.


그는 많은 것을 타고났다. 누가 봐도 잘생긴 얼굴과 우월한 피부를 타고났고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으로도 아주 너무 굉장히 매우 적합한 목소리를 타고났다. (다큐 <남극의 눈물>에서 그의 목소리는 말 그대로 꿀이다 꿀!!). 하지만 그를 지금의 자리에 올려놓은 건 이러한 타고난 것들을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이끄는 확고한 배우로서의 신념에 있지 않을까. 

■ 「태양의 후예」 보기 : TV다시보기 > KBS > 드라마



데뷔 8년. 서른둘. 아직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게 많은 송중기의 배우 인생이 기대된다. 그 잘생긴 얼굴, 꿀 떨어지는 목소리, 말이 필요 없는 연기력을 함부로 낭비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으니까. 작품을 위해 삭발도 두렵지 않다는 그의 차기작이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라는 점이 그 믿음에 응답하고 있다. 


오래도록 좋은 배우로 남는 것. 그 어려운 걸 해낼 것이다, 이 남자는.




*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했습니다. *

* 이 컨텐츠는 필진 '허아람'님의 개인적인 관점에서 작성되었습니다.

SK브로드밴드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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