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25 15:13

부산 국제영화제(BIFF)와 함께 우리나라 대표 영화제로 뽑히는 전주 국제영화제(JIFF)가 4월 28일 개막합니다. 벌써 17회를 맞이한 전주 국제영화제는 '도전과 실험 정신'이 영화제의 정체성이라 불릴 정도로 참신하고 다양한 영화들이 많이 상영되고 있는데요, 이처럼 대중들에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훌륭한 작품성을 가진 영화들이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소개되고 있다는 사실! 그래서 오늘은 영화제가 특히 사랑한 영화 중 세 편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Blog 지기와 함께 살펴볼까요?



은행원 리카(미야자와 리에)는 매뉴얼대로 사는 듯한 여자입니다. 군청색 유니폼을 입은 그녀는 어디 공익광고에나 나올 것 같은 이미지인데요, 남편과 둘이 사는데 생활이 별로 궁색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돈 좀 있는 늙은 고객이 투자를 미끼로 추근대지만, 그렇다고 은행을 그만두자 결심할 정도는 아니거든요.


그런데 그녀의 바른 생활에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우연히 들른 백화점에서 한 직원이 “가을이라 눈가가 당기죠. 이 화장품을 써보세요”라고 말을 건넨 것이, 리카의 삶뿐 아니라 전 일본을 경악 속에 몰아넣은 사건이 시작되는데요. 고가의 화장품을 사려는데 돈이 딱 1만 엔이 부족한 리카. 그쯤이야 가방 속에 들어있던 고객의 예금에서 꺼내 쓰고 곧장 다시 넣어둡니다. 그렇게 시작한 횡령이 점점 엄청난 스케일로 커져가고... 그녀의 삶에는 파멸을 닮아 되레 짜릿한 균열이 생기며 얼마 뒤 젊은 애인도 생깁니다. 추근대던 ‘노추’ 고객의 손자 코타(이케마츠 소스케)가 젊은 애인인데, 학비가 부족해 휴학할 위기입니다. 물론 리카에게는 고객의 예금이 있습니다. 


영화 <종이달>은 사람 죽이는 이야기도 아닌데 괜히 손에 땀이 납니다. 리카의 심리를 예리하게 파고드는 시선도 무척이나 날카롭습니다.물론 이 영화는 빗나간 욕망 탓에 파멸에 이른 여자를 보며 반면교사 삼자는 식의 도덕 교과서가 아닙니다. 파괴적인 방식일지언정 생의 주도권을 쥔듯한 환각에 빠져보고 싶은, 보통 사람들의 욕망을 세밀하게 잡아냈는데요. 영화의 일등 공신은 리카 역을 맡은 미야자와 리에의 연기입니다. 


+ 여기 주목!

제목 <종이달>은 일본에 처음 사진관이 생겼을 때 사람들이 종이로 만든 달 아래서 사진을 찍던 관습에서 나온 말로 '가장 행복하지만 가짜인 시간인 셈'이란 의미가 있는데요. 가쿠다 미쓰요의 소설을 영화로 만들어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일본 아카데미시상식을 점령해 버렸습니다.

■ 수상 내역

- 제27회 도쿄 국제영화제 관객상·최우수 여우주연상

- 제38회 일본 아카데미시상식 우수 작품상·우수 감독상·우수 각본상·최우수 여우주연상 등 12개   부문 수상

- 제57회 블루 리본상 남녀 조연상

- 제39회 호치영화상 최우수 여우주연상, 

- 제36회 요코하마 영화제 여우주연상, 남녀조연상

- 제27회 일간스포츠 영화대상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

- 제24회 도쿄 스포츠영화대상 여우주연상·조연상


■ 「종이달」 보기 : 영화/시리즈 > 가나다찾기 > 자



칸이 눈물을 흘린 영화가 있습니다. 하긴 엄마가 죽어가는 과정을 담았는데 안 울고 배길 수 없죠. 마르게리타(마거리타 부이)는 잘나가는 영화감독에 애인도, 딸도 있습니다. 뭐 빠지는 게 없어 보이지만, 자꾸 삶이 짜증이 납니다. 사춘기 딸은 엄마만 보면 데면데면하고 통 말을 안 하려 드는데요. 이혼한 전남편은 자꾸만 알짱거리고 애인과의 관계는 아직 확실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때 이 모든 문제를 하찮은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청천벽력이 떨어집니다. 엄마가 죽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엄마가 곁에 없다는 걸 상상해본 적 없는 마르게리타는 아연실색합니다. 여기서 눈물 콧물 짜내는 최루성 영화로 갔다면 콧대 높은 칸이 대놓고 울었을 리 없겠죠. 영화는 모든 사람에게 언젠가 찾아올 이별을 현실적으로 그리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습니다. 


+ 여기 주목!

어머니의 마지막을 바라보는 딸의 시선은 먹먹하고 절제되어 표현되었습니다. 그래서 더 슬픈지도 모르겠지만요. 엄마가 죽어가는 와중에도 일상은 계속됩니다. 난니 모레티 감독의 자전적 영화 <나의 어머니>는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 수상 내역

- 제 68회 칸 국제영화제 특별상 수상


■ 「나의 어머니」 보기 : 영화/시리즈 > 해외영화 > 드라마


 

<나의 어머니>로 울었다면 <오늘영화>로 미소를 지을 수 있습니다. 서울독립영화제 공모에 당선된 세 영화를 엮은 영화 <오늘영화>는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인데요. 첫 영화 <백역사>를 만든 윤성호 감독은 “제작비 600만 원으로 말도 안 되게 잘 만든 영화들”이라고 말할 정도로 자부심이 강하게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이 윤성호 감독이 만든 영화가 옴니버스 <오늘영화>의 첫 장을 여는 <백역사>입니다. 왜 '흑역사'가 아닌 <백역사>일까요? “연애 이야기를 할 때 흑역사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왜 백역사라고는 안 하지, 하는 생각을 했다”며 “너무 눈이 부셔서 앞이 안 보이는 상태”라고 윤성호 감독이 말합니다.  영화는 공장 노동자인 남자 주인공과 중국집 종업원인 여자 주인공의 상황이 점점 '백역사'로 치닫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요, 이 남녀주인공은 간밤에 나이트에서 만난 사이인데, 남자가 일하다가 조퇴하고 여자를 찾아갑니다. 영화를 볼 요량으로 가끔 일하는 야구연습장에서 가불도 받았는데요. 여자도 처음엔 별생각 없는 것 같더니 난데없이 사랑의 증표를 요구해댑니다. 어찌 됐든 영화관에 들어갔는데 그만! 불꽃이 튀고 맙니다. 키스가 확 불을 댕기자 영화야 끝나건 말건 둘은 황급히 영화관을 빠져 나갑니다. 


옴니버스 두 번째 작품인 강경태 감독의 <뇌물>은 영어 제목이 러시아 인형 ‘마트로시카’입니다. 까도 까도 또 '영화'인 이 영화와 '마트로시카'는 닮은꼴인데요. 영화과 학생 대일이 졸업작품을 만드는데 천지사방이 복병이 따로 없습니다. 이 현실이 또 영화가 되고 그 영화가 다시 영화 속 영화가 되는 블랙 코미디를 그리고 있습니다.


세 번째 작품은 구교환•이옥섭 감독이 공동연출한 영화입니다. 둘은 벌써 여러 차례 함께 작품을 만들었는데, 특히 구교환 감독은 둘이 만든 영화에 출연도 자주 했는데요. “스케줄이 자유롭고 개런티를 안 줘도 되기 때문”이랍니다. 그렇게 완성한 영화는 쌈박한 페이크 다큐멘터리 <연애다큐>입니다. 

주인공 구교환 감독과 연인인 이하나는 500만 원을 벌어보겠다고 자신들의 연애를 다큐멘터리로 만들 계획을 세웁니다. 둘은 교육방송 다큐멘터리페스티벌에 참가해 사전제작을 통과하지만, 덜컥 헤어지게 되는데요. 영화를 깨자니 500만 원이 아쉬워 결국 둘은 제작을 강행하기로 합니다. 기똥찬 남녀 캐릭터가 빚어내는 ‘케미’가 아주 신선한 영화입니다.


+ 여기 주목!

세 편의 작품 중 첫 번째 작품을 만든 윤성호 감독이 누구냐. 영화계를 뒤흔든 <은하해방전선>(2007)을 만든 감독입니다. <은하해방전선>으로 말할 것 같으면, 우선 말로만 베테랑인 초짜 영화감독의 실어증을 그린 영화인데요. 주인공인 '감독'은 입만 열면 하모니카 소리를 내고, 여기에 진실을 말하면 저절로 다리가 떨리는 '카메라맨'과 복화술의 화신인 '배우'가 합세합니다. 하여간 줄거리를 말하는 게 참 부담스럽지만, 최소한 헛웃음이라도 시원하게 뀔 수 있게 해준 전설의 웃기는 영화이자, 미친 듯한 상상력이 폭발하는 작품이랍니다. 

■ 수상 내역

- 제 40회 서울 독립영화제 개막작

- 제 17회 정동진독립영화제 땡그랑 동전상(관객상) 수상


■ 「오늘영화」 보기 : 영화/시리즈 > 한국영화 > 로맨스




돌이킬 수 없는 덫에 빠진 한 여자의 이야기 [종이달] 부터 죽어가는 어머니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하게 하는 [나의 어머니] 그리고 세 편의 청춘 영화를 엮은 옴니버스 [오늘영화] 까지! 오늘은 대중들에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영화제에서 특히 사랑받은 영화들을 소개해드렸는데요. 세계적인 영화제뿐만 아니라 앞으로 대중들에게 더 알려지길 바라면서! 이상 Blog 지기였습니다:)



Posted by SK브로드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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