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포스팅은 2016년 2월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소개된 영화는 현재 B tv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갑자기 추워졌다. 꽃뱀추위인지가 몰려온단다. 꽃뱀추위에 물려서 감기 걸리면 쌍화탕도 소용없다는데 이런 날일수록 전기장판이 절실하다. 사실 이런 날씨는 집구석에서 귤을 음미하며 영화 한 편 보는 게 최고다. ‘뭘 보면 좋을까’ 봤더니 최근에 개봉한 작품 중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이 눈에 띈다. 왜 그런 거 있잖나. ‘충격 실화’, ‘감동 실화’ 이런 문구가 있으면 중박 이상은 치는 느낌. 흥행이 돼서인지 관객들의 취향을 타는 것인지 최근 이런 실화 영화들이 잇달아 개봉하는 추세다. 심지어 각종 영화제의 상을 쓸어가기도 한다. 재미뿐만 아니라 작품성도 인정된 셈이다. 최근 개봉한 작품 중 실화를 배경으로 한 작품. 실제와 무엇이 다른지 한번 샅샅히 살펴봤다.
# 귀향
감독 : 조정래
출연 : 강하나, 최리, 손숙, 황화순
개봉 첫주만에 데드풀을 원펀치 쓰리강냉이로 털고 바로 1위를 탈환한 작품이다. 얼마 전에 이동진 평론가가 별점 ★★개를 줘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만큼 화제의 중심에 서있다. 에디터는 욕먹기 싫으니까 별점 ★★★★★개를 주기로 했다. 이 영화는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의 그림에서부터 시작됐다. ‘태워지는 처녀들’. 강일출 할머니가 미술심리치료를 통해서 그린 작품이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 그림과 똑같은 장면이 나온다. 1943년 일제강점기 당시 열여섯이었던 소녀가 피부로 느낀 두려움과 잔인함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아니, 영화보다 현실은 훨씬 더 심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제작부터 개봉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무려 14년이나 걸렸다. 한 아이가 태어나 중학교에 입학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투자자를 찾기가 어려웠고 돈이 없으니 출연할 배우를 찾기도 힘들었다고 한다. 배우가 부족하여 조연출, 프로듀서들이 직접 일본군으로 출연했다. 7만여 명의 후원자와 명품 배우들의 재능기부가 아니었다면 아마 자동차가 하늘을 날 때쯤 개봉했을 지도 모르겠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한동안 자리를 뜰 수 없었다. 그만큼 여운이 오래가는 영화다. ‘한국 사람이라면 꼭 봐라’ 이런 말은 너무 진부하다. 남들이 영화 얘기할 때 뻘쭘하고 싶지 않으면 꼭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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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출 할머니의 ‘태워지는 소녀들’
※ 실제와 영화의 다른 점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판타지 기법으로 위안부 당시 세상을 떠난 영혼이 한 소녀와 만나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감독은 일부러 이 구도를 짰다고 밝혔다. 국내에 등록된 238명의 위안부 할머니, 그리고 현재 생존해 계신 44명의 할머니로 축소되지 않고 그 숫자는 훨씬 많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다. 당시 피해자 수는 약 20만 명 정도. 그중 상당수가 폭행이나 질병으로 사망했다. 2015년 굴욕협상으로 불리는 10억 엔이라는 숫자도 이 20만 명이 아닌 소수의 희생에 대한 대가에만 해당된다는 것이다. 감독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애통함이 영화에서 드러나길 바랬다며 이런 샤머니즘 요소를 넣었다고 밝혔다.
# 동주
감독 : 이준익
출연 : 강하늘, 박정민, 김인우, 최홍일
간만에 느낌있는 영화가 나왔다. 흑백영화다. 이게 바로 ‘이준익 간지’다. <동주>를 보고 스틸컷과 시 한편을 SNS에 올리면 완전 감수성 풍부한 애국자 느낌 낼 수 있으니까 참고하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서시’를 알고 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크... 벌써부터 시 한편에 취하는 느낌이 든다.
영화 <동주>는 민족시인 윤동주와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아, 송몽규는 조금 낯설 수 있다. 그는 윤동주의 고모의 아들. 즉 동주와 사촌지간이다. 윤동주와 같은 집에서 석 달 먼저 태어나 학창시절은 물론 거의 평생을 같이 했다고 한다. 일본 유학도 같이 다녀왔고 독립운동으로 같은 감옥에 투옥되기도 했다. 심지어 세상을 떠난 일자도 비슷하다. 에디터는 개인적으로 송몽규 역을 맡은 배우 박정민을 참 좋아한다. 눈빛이 살아있는데 무엇보다 반항적인 느낌이 사춘기 중학생 못지않다. 조만간 충무로에서 다리 좀 떨어도 되는 배우로 성장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동주>는 이준익 감독이 직접 “길이 남을 명작”이라고 평가할 만큼 기승전결이 뚜렷한 영화다. 개인적으로는 뭔가 좌심방 우심실에서 애국심이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것 같아서 가슴이 뜨거워졌다. 얼음찜질 좀 하고 다시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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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와 영화의 다른 점
사실 윤동주는 1943년 교토의 도시샤(同志社) 대학 재학 중 ‘조선어로 글을 썼다’는 죄목으로 체포된다. 영화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윤동주가 은진중학교 시절 축구선수로 활약하고 웅변대회에 나갔던 일화도 있다. 보통 윤동주라 하면 여리고 순수한 이미지로만 알고 있지만 그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다. 유학 직전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3부 필사해 연희전문 교수 이양하와 후배 정병욱에게 1부씩 증정하기도 했다. 우리말이 금지된 시대에 위험을 무릅쓰고 시집을 간직한 고 정병욱 교수(서울대 국문과) 덕분에 윤동주의 시가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다.
# 스포트라이트
감독 : 토마스 맥카시
출연 : 마크 러팔로, 레이첼 맥아담스, 마이클 키튼, 리브 슈라이버
이미 아카데미상에서 저력을 증명했다. 작품상과 각본상을 받은 작품이다. 늘 그렇듯 상 받은 작품은 어느 정도 빅재미를 보장한다. <버드맨>의 마이클 키튼, <비긴 어게인>의 마크 러팔로, <어바웃 타임>의 레이첼 맥아담스 등 익숙한 배우들이 나와서 더 몰입이 된다. 이 영화는 가톨릭 역사상 최악의 사건으로 꼽히는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미국 3대 일간지 ‘보스톤 글러브’의 스포트라이트 팀은 ‘가톨릭 사제 성추행 사건’을 맡고 취재하던 중 피해자들을 만난다. 사태는 심각했고 실제로 그 피해자들의 모임까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건은 파헤칠수록 더 커져간다. 한 명인 줄 알았지만 결국 80명에 달하는 수십명의 사제들이 연관되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피해자들 중 생존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으며 그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다는 사실까지.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할 정도였다. 영화가 끝나고 아동 성추행이 일어났던 교구 리스트가 크레딧으로 올라간다. 뒤끝이 찝찝한 영화다. 이런 정의로운 언론인들이 더 늘어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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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와 영화의 다른 점
2002년 미국 보스턴의 한 신부가 10세 소년을 성추행한 혐의로 법정에 선다. 근데 알고 보니 무려 30년 동안 130명의 신자에게 몹쓸 짓을 한 것이 밝혀진다.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보스턴에서 지난 60년 동안 235명의 신부와 가톨릭 관계자가 무려 1,000명이 넘는 아이들을 성추행해온 것이 수면위로 드러나게 된다. 가톨릭 단체가 이를 은폐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당시 ‘보스톤 글로브’의 기자들이 부패한 가톨릭과 변호사 단체에 맞서 싸웠다. 이 팀은 실제로 진실을 파헤쳤고 결국 300명이 넘는 신부가 사제직에서 쫓겨났다. 그렇게 ‘보스톤 글로브’ 기자들은 그해의 ‘플리처 상’까지 거머쥐게 된다.
# 룸
감독 : 레니 에이브러헴슨
출연 : 브리 라슨, 제이콥 트렘블레이, 윌리암 H. 머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 사건이다. 전세계를 경악에 빠뜨린 ‘요제프 프리츨 사건’을 다룬 영화다. 이 사건이 모티브가 되어 소설 <룸>이 탄생한다. 이 영화는 원작 소설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다. 7년 전 한 남자에게 감금되어 지속적으로 유린당하면서 원치 않은 임신까지 하여 아들 잭을 낳은 조이. 잔악한 범죄의 결과로 태어난 잭은 갇힌 방을 세상의 전부로 알고 방의 모든 것을 친구로 여기며 살아간다. 가로와 세로 3.5m 남짓한 작은 방에서 감옥 같은 생활을 하던 그녀는 잭이 5살이 되던 해. 아들만이라도 이곳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결심을 한다. 지옥 같은 방에서 탈출한 두 모자. 자유를 만끽하는 것도 잠시 세상은 이 모자의 뒷이야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언론의 부정적 기능이 절절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실제 사건의 잔혹함보다는 절망을 이겨낸 두 모자의 이야기로 감동 요소를 곳곳에 배치했다. 여배우 브리 라슨은 이 작품으로 88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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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와 영화의 다른 점
실제로 요제프 프리츨 사건의 잔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는 셋째 딸 엘리자베스가 11살이 되던 해 그녀를 처음으로 성폭행 한다. 심지어 방공호 용도로 쓰이던 지하철을 직접 개조하고 철문에 방음벽까지 설치하여 그녀를 가둔다. 그리고는 경찰에게 사이비 종교에 빠져 딸이 가출했다고 신고한다. 그리고는 무려 24년간을 감금하여 지속적으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짓을 한다. 그렇게 24년 동안 총 7명의 아이를 출산했다. 엘리자베스는 세상 밖에서 산날(18년)보다 감금되어 산날(24년)이 더 길었으며 그 기간 동안 3일에 한 번씩 나쁜 짓을 당해야만 했다. 그것도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요제프의 아내나 다른 가족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하늘이 도운 것인지 19살이 된 첫째 커스틴이 신장에 이상이 생겨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자 병원을 가게 된다. 하지만 주민등록번호도 없고 의료진료 카드가 없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한 병원이 경찰에 신고하여 이 사건의 진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 조이
감독 : 데이빗 O. 러셀
출연 : 제니퍼 로렌스, 브래들리 쿠퍼, 로버트 드 니로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여배우 제니퍼 로렌스가 출연한다. 몸값만 높은 게 아니라 얼마전에 골든 글러브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연기파 배우들도 대거 출연한다.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브래들리 쿠퍼와 미국의 안성기로 불리는 로버트 드 니로까지. 완전 콤비네이션 피자처럼 조합이 훌륭하다.
이 영화는 여성 CEO 조이 망가노의 삶을 담았다. 현재 그녀는 미국 최고의 홈쇼핑 채널 HSNI를 운영하고 있다. 인생사 새옹지마. 그녀는 이혼한 부모님과 전남편, 할머니, 그리고 두 아이까지 책임져야하는 싱글맘이었다. 깨진 와인잔을 치우던 중 손으로 짜지 않아도 되는 밀대 걸래 ‘미라클 몹’을 발명한다. 빚까지 져가면서 상품을 만들었지만 첫 방송에서 단 한 개도 팔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막 시작한 홈쇼핑 채널 QVC의 사장을 찾아간다. 그리고는 방송 20분 만에 완판한다. 이 ‘미라클 몹’은 미국 홈쇼핑 역사상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 이후에도 그녀는 계속해서 발명품을 출시한다. 세계 최초의 미끄럼 방지 옷걸이 ‘허거블 행거’도 그녀가 만든 제품이다. 역시 인생은 한 방이다. 아주 간편한 아이디어 상품 하나만 개발해도 평생을 놀고 먹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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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와 영화의 다른 점
영화 <조이>의 제작자 ‘켄 목’은 10여년 전 기업관련 TV 프로그램에 조이 망가노를 섭외하고 인연이 되어 이렇게 영화까지 만들게 되었다. 브래들리 쿠퍼가 맡은 영화 속 홈쇼핑회사의 이사 닐 워커와 걸레 회사에 자본을 투자해 준 아버지의 여자친구 트루니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다.
*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했습니다. *
* 이 컨텐츠는 필진 '박한빛누리'님의 개인적인 관점에서 작성되었습니다.
SK브로드밴드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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