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최고 기대작 ‘밀정’이 개봉했다. 주인공은 송강호와 공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영화 표를 예매했다. 벌써부터 천만 관객은 맡아놨다는 소문이 돈다. 뚜껑은 열어보나 마나 당연한 얘기다. 두 배우가 만난다는 입소문이 돌면서부터 충무로는 충무김밥을 말 새도 없이 분주하게 돌아갔다. 글로벌 메이저 스튜디오 위너브라더스가 투자에 발을 들였고,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후 8년 만에 만난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는 마치 양현석과 GD처럼 필름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영화를 더 맛깔나게 보기 위한 몇 가지 팁을 생각해봤다. 썸타는 사람이랑 보든, 맛있는 카레멜 팝콘을 입에 쑤셔 먹으면서 보든 그런 건 내 알 바 아니다. 내 생각에는 작년에 개봉한 영화 '암살'과 비교해보기. 그리고 집에 와서 다음 영화들을 보며 두 배우가 얼마나 ‘쩌는 배우’인지 눈과 귀와 뇌로 느껴보는 거. 이미 봤다면 한 번 더 보는 것 정도가 적당하겠다.
#공유의 '부산행'
누적 관객 수 1,140만 명을 동원하며 역대 흥행영화 순위 9위에 오른 흥행영화. 시대상을 반영하여 보는 내내 통쾌하면서 찝찝함이 동시에 느껴지더라도 그러려니 할 것. 공유보다는 마동석, 김의성, 그리고 좀비 떼들의 연기가 지리기 때문에 기저귀가 필요하다. 어느새 우리 공유 오빠가 아이가 있는 아버지 역할이 어색하지 않은 나이가 됐다는 것에 눈시울이 붉어지더라도 당황하지 말 것. 연기는 그냥 공유같다. ‘공유 좀비라면 물려도 좋아’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훈내가 물씬 풍긴 기억밖에 없다.
■ 꿀잼 포인트
좀비를 철가방에 욱여넣듯 종이접기해버리는 마동석의 액션
#공유의 '용의자'
공유의 첫 번째 액션 영화. 각종 부상과 해외 로케 촬영을 불사했지만 안타깝게도 관객 수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에디터는 집에서 치킨을 먹으면서 참 재미있게 봤다. '아저씨'의 원빈처럼 머리를 짧게 잘랐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원빈이 근소하게 좀 더 잘생겼다. 그래도 러시아무술 시스테마를 시전하는 모습은 공유에 한 표를 던진다. 기럭지가 길어서인지 동작이 시원시원하다. 특히 클라이막스의 자동차 추격씬은 ‘분노의 질주’ 버금가는 명장면. 빈디젤이 그냥 커피면 공유는 TOP임을 알게 될 지도.
■ 꿀잼 포인트
공유와 박희순의 소름 돋는 긴장감. 그나저나 박희순 목소리 왜 이렇게 섹시함?
#공유의 '도가니'
전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작품. 너무 무능력하게 나오는 공유 때문에 자칫 그가 싫어질 뻔하기도 했다. 그만큼 연기를 잘했다는 얘기다. 확실히 우리가 그동안 알던 공유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학생들을 무분별하게 성폭행했던 쌍둥이 교장으로 나오는 장광 선생님의 연기가 일품. 어쩜 그렇게 얄밉고 미운지 자칫하면 일기장에 이름을 적을 뻔했다.
■ 꿀잼 포인트
꿀잼을 논하기에 영화가 너무 찝찝하다. 하지만 꼭 봐야 할 영화.
#송강호의 '변호인'
송강호의 인생영화이자 인생 연기를 보여준 영화. 영화를 보면 송강호가 노무현인지 노무현이 송강호를 연기하고 있는지 착각이 들 정도. 사투리가 어찌나 구수한지 어디서 청국장을 끓이는 게 아닌가 주변을 둘러봤다. 오달수, 김영애, 임시완 등 연기 구멍이 하나도 없어 바디 프렌드 안마의자에 앉아서 관람하는 것처럼 영화 전체 분위기가 아주 안정감 있고 편안하다. 정치성향을 떠나서 이런 명작은 무릎 꿇고 봐야 하는 거 아닌가?
■ 꿀잼 포인트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할 때 송강호의 눈빛 연기.
#송강호의 '설국열차'
양갱을 먹으면서 보면 더 재미있다. 영화 시작 1시간 즈음에 꼭 섭취할 것.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금수저 흙수저 논란과도 일맥상통한다.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가 나오지만 턱수염을 관자놀이까지 길러서 영화 소개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절대 알아채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송강호는 영화 중반부터 등장한다. 하지만 임팩트는 헐리웃 배우 뺨을 냅다 후려친다. '냄쿵민쑤'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마치 '살인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어쨌든 재미있다. 영화가 어려우니 끝나고 난 뒤에 '설국열차 해석'을 꼭 검색해볼 것.
■ 꿀잼 포인트
틸다 스윈튼의 신들린 연기. 얄미워서 스크린으로 들어가서 미들킥을 날리고 싶었다.
#송강호의 '우아한 세계'
인생영화 중 한 편. 처음 개봉했을 때의 감정, 1년 뒤에 다시 봤을 때의 감정, 또 다음에 다시 봤을 때의 감정이 다 다르고 좌심방 우심실에서 피를 쭉 내뿜게 하는 뭔가가 있다. 이 시대의 아버지가 보면 폭풍 오열할 영화. 에디터는 아직 미혼이라 다행히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다. 송강호는 조폭을 연기하지만 전혀 위화감이 없다. 월급쟁이 못지않게 치열하고 삭막한 조직생활에 혀을 끌끌 차게 된다. 오히려 집이 더 불편하다. 아내와 딸의 무시에 "차라리 콱 죽어버릴까?" 하며 칼을 꺼내는 모습을 기가 막힌 감정선으로 표현했다.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범접할 수 없는 찌질함을 연기하는 배우가 과연 몇이나 될까?
■ 꿀잼 포인트
혼자 라면을 끓여 먹다가 자신의 처량함에 상을 엎고는 그걸 또 주섬주섬 줍는 송강호. 왠지 몇 년 후의 내 모습 같아서 찡하다.
*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했습니다. *
* 이 컨텐츠는 필진 '박한빛누리'님의 개인적인 관점에서 작성되었습니다.
SK브로드밴드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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