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12 19:23

높고 맑은 가을 하늘에 휘영청 밝은 달이 떴습니다. 폭염과 열대야가 끝없이 이어지던 모진 여름은 갔습니다. 귀뚜라미 소리가 귀를 간질이는, 고즈넉한 밤입니다. 햇곡식과 햇과일이 있어 더욱 넉넉한 한가위, 온 가족 함께 즐길 수 있도록 B tv가 더욱 풍성한 콘텐츠를 마련했습니다. 황금연휴엔 평소 눈도장 찍어둔 콘텐츠를 몰아보는 것도 좋겠죠. 좋은 영화를 한 편 보고 나면 연달아 한 편 더 보고 싶어지는 건 인지상정입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이어보고, 몰아보면 즐거움이 두 배가 되는 콘텐츠 열전! 최신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은 물론 해외 시리즈까지, 재미와 감동이 가득한 B tv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글 | 김아리 자유기고가



#내가 사랑한 스파이 : <제이슨 본> 시리즈, <007> 시리즈

이름부터 비슷한 제이슨 본과 제임스 본드는 많은 비교를 당했다. 1980년 로버트 러들럼의 소설에 바탕한 <본 아이덴티티>(2002)로 포문을 연 ‘본 시리즈’는 ‘007’로 대표되는 기존 첩보영화에 대한 안티 테제의 성격이 짙다. 제임스 본드처럼 정보기관에 소속돼 국가의 이익을 위해 작전에 임하는 스파이가 아니라, 조직에서 이탈해 국가 정보기관의 비리와 범죄에 맞서는 안티 히어로를 내세웠다. 제임스 본드가 최신 과학기술이 투입된 장비와 대규모 스펙터클로 승부하는 데 반해, 제이슨 본은 철저히 현실적인 배경을 토대로 집요한 첩보액션의 전개과정을 펼쳐보인다. 이처럼 상반된 영화인데도 여전히 둘이 닮았다고 느낀다면, 최근 두 시리즈의 액션설계를 책임진 이가 댄 브래들리라는한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007 퀀텀 오브 솔러스>(2008)와 <본 얼티메이텀>(2007)을 비교하면 보다 확실해진다. <007 퀀텀 오브 솔러스> 초반부 이탈리아에서의 추격 장면은 한해 앞서 만든 <본 얼티메이텀>의 모로코 탕헤르 추격 신을 업그레이드한 것처럼 보인다.


어쨌거나 2016년, 드디어 제이슨 본(맷 데이먼)이 돌아왔다. <본 얼티메이텀> 이후 9년 만에 돌아온<제이슨 본>에서 본은 다시 한 번 CIA의 음모에 맞선다. 전편의 트레드스톤 작전이 1950년대 MK 울트라 프로젝트(인간의 정신을 조종해 사람을 맘대로 움직이려 했던 CIA의 실험)와 테러리즘 이후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면, <제이슨 본>은 국가안보국(NSA)이 전 세계의 인터넷을 감시·감청하면서 과거와 다른 양상의 정보전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 침투하고 있음을 시사한 프리즘 폭로 사건과 SNS가 보편화된 현실을 배경으로 한다. ‘인터넷을 통한 세계 감시’라는 설정은 ‘007 시리즈’의 최신편 <007 스펙터>(2015)에도 나온다. 007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는 MI6에 보고 없이 멕시코시티에서 폭탄 테러를 막고 악당을 제거한다. 무단으로 임무를 수행한 본드에게 M(랄프 파인즈)은 정직 명령을 내린다. 본드는 정직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악의 뿌리를 파헤친다. 악의 실체에 가까워지면서 본드는 세계를 지배하는 스펙터라는 집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누가 누가 잘 속이나 : <나우 유 씨 미 2>, <봉이 김선달>

<나우 유 씨 미>가 더욱 화려하게 돌아왔다. 2편은 1편의 사건으로부터 3년 뒤 이야기를 다룬다. 전편에서 FBI의 추적을 피해 전 세계를 무대로 한 마술범죄를 성사시켰던 ‘포 호스맨’은 2편에서 강력한 적수를 만나게 된다. 월터 매브리(다니엘 래드클리프)라는 IT악동의 계략에 휘말려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함정에 빠지고, 세상의 모든 컴퓨터를 제어할 수있는 카드를 훔쳐야 하는 거대한 미션에 직면한 것. 1편의 세계적인 흥행에 힘입어 미션과 배경과 캐스팅의 범위를 확장한 존 추 감독의 선택은 성공적이어서, 국내에서 300만 관객을 동원한 것을 비롯해 1편의 흥행기록을 갈아엎었다.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는 마술을 ‘카메라 트릭’이나 ‘속임수’가 아니라 ‘환상’(illusion)으로 여겨주길 바랐다. 자연법칙을 거스르는 흥미로운 환영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어떤 쾌감을 느끼거나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일을 이루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기 때문이다. 마술이란 믿는 이들에게는 ‘위대한 환상’이지만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싸구려 눈속임’이 되곤 한다. <나우 유 씨 미 2>는 마술을 둘러싼 이 같은 대립을 영리하게 활용한다.


할리우드에 마술사기단이 있다면, 조선에는 천재 사기꾼이 있다. 조선 효종 때, 천재사기꾼 김인홍(유승호)은 두둑한 배짱과 수려한 외모로 조선팔도를 휘젓고 다닌다. 청나라에 끌려갔다가 함께 돌아온 보원(고창석), 견이(시우민), 그리고 윤 보살(라미란)과 함께 사기패를 조직해 임금의 내탕고까지 털어먹을 정도다. 한편 조선에서 가장 비싼 값에 거래되는 담파고를 탈취하던 중 당대 최고의 권력자 성대련(조재현)에게 견이가 붙잡힌다. 즐기며 사기치는 것을 철칙으로 삼던 인홍은 처음으로 동료를 위해 성대련을 향한 인생 최대의 사기판을 준비한다. <봉이 김선달>은 매력 있는 캐릭터를 중심에 두고 한바탕 신나는 모험을 선보인 뒤 악인을 징벌하고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코믹 어드벤처물이다. 할 말 다 하고 보여줄 것 다 보여주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다.



#마지막 황실의 추억 : <덕혜옹주>, <마지막 황제>

고종황제의 외동딸이자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의 삶을 그린 동명 소설을 각색한 <덕혜옹주>는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등을 만든 허진호 감독의 작품이다. 고종이 의문의 죽임을 당한 뒤 덕혜옹주(손예진)는 친일파에 의해 강제로 일본 유학길에 오른다. 독립운동가인 장한(박해일)은 그녀를 상해임시정부에 망명시키려는 계획을 꾸민다. 그 과정에서 허진호 감독은 시대극이 가진 스펙터클을 전시하는 대신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덕혜옹주와 장한의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해내는 데 공을 들인다. 섬세한 연출력과 손예진의 호연 덕에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선전했다.


<덕혜옹주>와 비교해볼 만한 작품으론 1980년대 세계적 화제작이었던 <마지막 황제>가 있다. 푸이(존론)는 1906년 자식이 없는 광서제의 뒤를 이어 4살에 황제에 올랐다가 즉위 3년째 신해혁명으로 자금성에서 오랜 연금 생활에 들어간다. 1924년 군사 쿠테타에 의해 일본으로 피했다가 일본 특무기간원의 감언에 넘어가 만주국의 황제가 되고, 소련군 포로를 거쳐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간다. 원작의 제목인 <황제에서 시민으로>처럼 파란만장한 한 사람의 일대기를 시대극의 스펙터클과 내밀하고 복잡한 심리극을 오가며 촘촘히 따라가는 연출력이 뛰어나다.



#그날 어찌 잊으랴 : <인천상륙작전>,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과 <국제시장>은 한국의 굵직한 현대사를 정면으로 다룬 흥행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인천상륙작전>은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첩보작전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인천으로 가는 해로를 확보하기 위한 첩보작전 ‘X-RAY’에 해군 대위 장학수(이정재)가 북한군으로 위장해 침투하고, 북한군 인천 방어사령관 림계진(이범수)은 장학수를 첩자로 의심한다. 결국 장학수의 위장이 발각되고 작전은 실패로 돌아갈 위기에 처한다. 스케일이 큰 전쟁영화보단 인물간의 미묘한 심리전을 다루는 첩보영화으로 완성된 이 영화는 600만 명 이상의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국제시장>은 어린 덕수(황정민)가 6·25 때 흥남부두에서 빅토리아호를 타고 북한을 떠나는 데서 시작한다. 월남 과정에서 아버지, 막내동생과 이별한 덕수는 부산 국제시장에 흘러들어와 어머니와 동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서독 광부 파견, 베트남전 참전, 이산가족찾기 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과 궤를 같이 하며 웃음과 눈물을 황금비율로 배합한 이 영화는 1400만 명이라는 경이적인 관객 수로 보상받았다.



#B급 히어로의 유쾌한 반란 : <닌자 터틀 : 어둠의 히어로>, <슈퍼 프렌즈>

듣도 보도 못한 슈퍼히어로라고 얕보지 마시라. 이들이 없으면 도시는 악의 세력의 검은 음모로 쑥대밭이된다. <닌자터틀: 어둠의 히어로>의 주인공 레오나르도(피터 블로스잭), 도나텔로(제레미 하워드), 미켈란젤로(노엘 휘셔), 라파엘(앨런 리치슨)은 밤에만 활동한다. 우람한 체구의 거북이 소년들이 백주대낮에 뉴욕을 활보했다가는 뉴욕시민들이 놀라 자빠질 테니까. 하지만 감옥에서 탈출한 최악의 범죄자 슈레이더(브라이언 티)가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 무차별 테러를 감행하리라는 사실을, 뉴욕경찰은 꿈에도 모른다. 닌자터틀 4인방만이 이 황당하고 사악한 계획을 저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 피자만 실컷 먹을 수 있다면 뉴욕의 평화쯤이야 365일 지킬 수 있는 매력적인 영웅들이다.


서양에 <닌자터틀>이 있다면 동양엔 <슈퍼 프렌즈>가 있다. 천재 과학자가 만들어낸 괴짜 로봇 삼총사 손오공, 사오정, 저팔계가 주인공이다. 거북이 이름이 미켈란젤로인데 로봇 이름이 손오공인 게 이상할 까닭이 없다. 이 ‘서유기 3인방’은 거대 로봇을 동원해 도시를 침공한 악당 오스카에 맞선다.기대 이상의 빠르고 현란한 액션 틈틈이 손오공의 수다와 사오정의 4차원 유머,저팔계의 먹방이 맛깔스럽게 끼어든다.



#얼음나라 대모험 : <아이스 에이지 : 지구 대충돌>, <빅>

빙하시대, 북극곰을 소재로 한 <아이스 에이지: 지구 대충돌>와 <빅>은 가을 늦더위 가장 맞춤한 애니메이션이라 할 수 있겠다. 2만 년 전 빙하시대. 동물들은 줄을 지어 피난 행렬을 이룬다. 우연히 동행이 된 매머드 맨프레드와 나무늘보 시드에겐 아기 하나를 인간에게 무사히 데려다줘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하지만, 이들 앞에는 위험천만의 빙하계곡과 아기를 산 채로 잡아가려는 검치호랑이 일당이 있다. <아이스 에이지: 지구 대충돌>의 빙하시대라는 설정은 절묘하다. 일행의 모험을 스릴 있게 창조해내고, 관객을 사로잡는 시드의 유머에 멍석을 깔아주는 것 역시 빙하시대라는 조건 덕이 크다.


도시 한복판에서 종횡무진 대활약을 펼치는 북극곰 이야기 <빅>은 자연 보호를 주제로 한 아동용 애니메이션으로, 단순한 주제와 선악 대립 구도를 통해 어린이 관객도 자연 보호라는 주제에 더 쉽게 다가가게 만들었다. 춤도 잘 추고 말까지 할 수 있는 특별한 북극곰 ‘빅’은 동정심 때문에 사냥도 제대로 못하는 착한 곰이다. 그런데 그린건설의 사장이 북극의 자연을 파괴하는 대규모 주택단지를 세우려 하자 빅은 그린건설의 본사가 있는 뉴욕으로 건너가 이 계획을 저지하기로 한다.



#정글을 누빈다, 밀림이 부른다! : <정글북>, <레전드 오브 타잔>

정글에서 자라난 인간과 정글에서 나간 인간은 어떻게 됐을까? <정글북>과 <레전드 오브 타잔>은 비슷한 소재를 다른 각도에서 조명하는 영화다. 디즈니에서 1967년에 선보인 애니메이션이 50년 만에 실사영화 <정글북>으로 재탄생했다. 늑대 무리에서 길러진 인간 소년 모글리(닐 세티)는 정글이 자신의 보금자리고, 어미 늑대 락샤(루피타 뇽오)와 늑대들의 리더 아킬라(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가 자신의 부모라 여기며 살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 휘두른 횃불에 큰 상처를 입고 인간을 증오하게 된 정글의 무법자 쉬어칸(이드리스 엘바)은 모글리를 정글에서 쫓아내려 한다. 모글리는 쉬어칸의 위협을 피해 인간세상으로 향하고, 그 여정에 든든한 멘토 바기라(벤 킹슬리)와 유쾌한 곰 발루(빌 머레이)가 동행한다. 존 파브로 감독은 정글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놀라운 시각효과로 관객을 정글의 세계로 친절히 안내한 다음, 모글리의 모험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난파된 배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아 부모님과 함께 밀림에 남겨진 갓난아기. 곧 부모를 여의고 홀로 남아 유인원의 손에서 길러진 아이. <레전드 오브 타잔>에서 익숙한 타잔 이야기는 회상장면에서만 잠시 등장할 뿐이다. <레전드 오브 타잔>은 밀림에서 벗어나 문명사회에 완전히 정착한 타잔에서 출발한다. 그레이스토크 백작이자 존 클레이튼 상원의원이 된 타잔(알렉산더 스카스가드)은 밀림의 세계를 그리워하지도, 지금의 삶을 낯설어하지도 않는 차가운 도시인이다. 그는 자신을 타잔이라고 부르는 이에게 딱딱하게 말한다. “나는 타잔이 아닙니다. 나는 존 클레이튼 3세입니다.” 그가 풀어지는 순간은 아내 제인(마고 로비)과 함께일 때 정도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콩고를 식민화하는 과정에 타잔을 이용하려 한다. 벨기에 왕의 특사 레온 롬(크리스토프 왈츠)은 탐욕을 부리다 위기에 빠지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타잔을 밀림으로 끌어들일 음모를 꾸민다. <레전드 오브 타잔>이 가진 서사상의 가장 큰 특징은 야생의 삶에서 문명의 삶으로 옮겨가는 기존의 방식에서 방향을 틀어 문명에서 야생으로 역행한다는 것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후반부를 마무리 지은 데이비드 예이츠 감독의 신작이다.



*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했습니다. *

* 본 포스팅의 원본 글은 B tv 매거진 9월호(링크)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



Posted by SK브로드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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