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13 16:54

추석 연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일가친척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스트레스가 밀려오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충무로와 할리우드의 지지고 볶는 가족 영화 두 편. 아아, 사람 사는 건 어디나 똑같구나.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

할리우드판 김수현 드라마를 본다면 이런 기분일까?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가족들이 하나둘씩 모이면서 싸우기 시작하는데, 하나같이 말 빨이 장난 아니다. 특히나 막말하는 엄마 메릴 스트립과 한마디도 지지 않고 따박따박 대드는 첫째 딸 줄리아 로버츠의 쫄깃한 대화 연기가 일품. 공간 이동이 거의 없어 주로 집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보니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알고 보니 시나리오작가 트레이시 레츠의 희곡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덕분에 배우들의 연기 하나만큼은 원 없이 감상할 수 있다. 메릴 스트립과 줄리아 로버츠 이외에도 이완 맥그리거, 베네딕트 컴버배치, <킬러>와 <길버트 그레이프>의 줄리엣 루이스 등등 명품배우들의 호연이 이어진다. 


어찌 보면 김수현보단 임성한 드라마에 더 가깝다는 생각도 든다. 출생의 비밀 같은 막장스러운 사건이 빵빵 터지니까. 게다가 엄마에게 “생선이나 처먹어, XX 년아!”라고 소리치는 줄리아 로버츠를 보면 패륜도 이런 패륜이 없다. 


하지만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의 미덕은 이런 자극적인 설정에 있지 않다.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MSG 코드보다 그 안에 배어 있는 블랙 유머 때문에 우린 자주 피식하게 된다. 게다가 또 얼마나 용감한지! 서로의 상처를 기어이 후벼 파야 직성이 풀리는 이상한 성격들이건만 애써 상처를 감추려고 하지도 않는다. 까지고 피가 나도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고 살아간다. 이게 바로, 임성한표 막장 드라마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힐링 없는 가족 영화가 필요한 당신, 어쩌면 이 영화를 보고 위안을 찾을지도 모른다.

■ 한 줄 평

이 집구석을 보고 있자면 누구나 '아, 그래도 우리 집은 낫구나' 싶어집니다.



#허삼관

요즘 영화 같지 않다. 칭찬으로 받아들이면 순수한 영화란 얘길 테고 욕으로 해석하자면 촌스러운 영화란 뜻이겠지. 어느 쪽이든 <허삼관>이 명절날 가족들과 둘러앉아 시청하기 딱 좋은 선택이란 사실은 부인하기 힘들다. 원작 소설 <허삼관 매혈기>가 비극성이 짙게 밴 쌉쌀한 작품이었다면 감독 하정우가 연출한 <허삼관>은 해학성을 바탕에 둔 구수한 영화다. 마을의 절세미녀 허옥란(하지원)과 결혼에 골인한 허삼관(하정우)은 피를 팔아서 삼 남매를 키우는 가장. 그러던 어느 날, 애지중지하던 큰아들 일락이가 다른 남자의 자식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멘붕에 빠지게 된다. 이때부터 배우 하정우의 장기가 드러난다. 시대 배경은 다르지만 <러브픽션>의 구주월을 떠올리게 하는 찌질남 연기가 폭발한다. 큰아들과 단둘이 있을 땐 ‘아빠’ 대신 ‘아저씨’라고 부르게 시키고, 맛있는 고기만두는 친자식들에게만 먹이는 식. 물론 후반부에 어떠한 사건을 겪으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한다.


어떤 이들은 이 영화의 억지웃음과 억지 눈물을 지적하고, 어떤 이들은 <롤러코스터>부터 계속되어온 하정우 특유의 문어체적인 대사에 불만을 표시한다. 그런데 말이다. 이 영화를 일반적인 내러티브가 아닌 우화로 본다면 어떨까? 그럼 연극적인 설정이나 인물들의 다소 급작스러운 감정 변화도 순식간에 다 설명이 된다. 물론 감독이 노린 것인지 얻어걸린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안나 카레니나>에 이런 말이 나온다. 행복한 가정은 저마나 같은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고. 어디에 갖다 붙여도 말이 되는 이 아포리즘이 2016년인 지금까지 여전히 유효한 이유도 마찬가지일 거다. 정말로, 우리네 가정사 하나하나가 커다란 은유이기 때문에.

■ 한 줄 평

원래 울고불고 온갖 추한 꼴은 다 보여야 진정한 가족 아닙니까?



*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했습니다. *

* 이 컨텐츠는 필진 '모로즈미'님의 개인적인 관점에서 작성되었습니다.

SK브로드밴드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Posted by SK브로드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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