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0. 28. 18:47

믿고 보는 연기력, 생활 연기 혹은 마초 연기 전문가, 먹방의 달인, 그리고 천만 배우. 하정우를 표현하는 수식어는 무궁무진하다. 비록 원근감을 파괴하는 머리 크기에 HD를 거부하는 피부를 갖고 있지만 그게 뭐가 중요하랴.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배우. 나도 모르는 사이, 이미 빠져있게 만드는 그의 마성. 작품마다 변화하는 그의 개미지옥 같은 매력 엿보기.



내 옆에 있다면 무섭겠지만 어쨌든 멋져. 마초 하정우

하정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캐릭터가 바로 마초 상남자가 아닐까 싶다.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의 조폭 두목 형배라거나 <군도 : 민란의 시대>의 도치라거나 <황해>의 김구남 등을 연기하는 하정우는 잘생긴 비주얼을 포기하고 괴팍한 눈빛과 허스키한 중저음으로 스크린을 장악한다. 혹자는 연기가 다 거기서 거기가 아니냐고들 하지만 그건 어떻게 보면 이 분야에 가장 최적화된 연기를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표정 없이 빤히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서늘함이 느껴지는 그의 눈빛은 그의 인지도를 급상승시켜준 영화 <추격자>에서부터 이미 검증된 것이었는데 거참 얼마나 리얼했길래 영화가 끝나고 꽤 한참 동안 동네 주민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그를 보고 흠칫 놀라거나 비명을 질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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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통수 한 대 때리고 싶어지는 찌질한 하정우

워낙 남자남자하게 생겨서인지 남성성이 강한 오만가지 캐릭터를 다 연기하는 것 같은 하정우. 여자를 함부로 대하는 ‘강한’ 남자 마초에 이어 여자를 함부로 대하는 ‘약한’ 남자, 찌질남 역시 그의 전매특허 분야다. 호스트 역할을 맡았던 <비스티 보이즈>에서 하정우는 여자에게 돈을 빌리러 갔다 여의치 않으면 그 여자의 머리채를 잡는다. 하는 짓, 표정 하나하나, 대사마다 “뭐 저런 놈이 다 있어?”라며 욕을 하게 만드는 찌질남 재현은 하정우라서 탄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이 연기가 <추격자> 바로 다음 작품이라는 것도 놀라운 부분 중 하나. 


하정우의 첫 로맨스영화라는 <러브픽션>은 포스터에서부터 찌질함이 줄줄 흘러넘친다. 물론 로맨틱한 남자를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지. 사랑하는 여자의 과거에 쿨하지 못하고, 쪼잔하게 계산하고, 혼자 오해하고, 끝내 집착하는, 여자들이 치를 떨만한 모든 찌질함을 갖춘 남자 구월. 하지만 사실 그게 현실이다. 우리가 현실에서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날 확률과 구월 같은 남자를 만날 확률 중 뭐가 더 높겠는가? 어쩌면 내 남친 같아서 더 짜증 났을 하정우의 구월. 생활 연기도 참 잘해 이 남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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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나는 웃고 있다. 능청스러운 하정우

그냥 힘 빼고 연기하는 것 같은데 그게 너무 리얼해서 몰입하게 하는 하정우의 생활 연기. 그의 능청스러움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매력 포인트이기도 한데, 웃기려고 작정하고 유머를 날리는 게 아닌 그냥 아무렇지 않게 툭, 하지만 적재적소에 내뱉는 그의 애드립에 안 웃어본 적이 없을 정도. 최근작인 <아가씨>나 <터널>은 물론 초기작인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도 그의 능청 연기는 빛났다. 아무래도 연기가 아니라 그냥 실생활인 듯. (실제로 목격담을 들으면 실생활 맞는 것 같다. “오빠 잘생겼어요!”라는 팬의 외침에 표정 하나 안 바뀌고 “응~ 알아~” 라고 대답을 한다거나….)

하정우라는 배우를 모르던 시절 보게 된 독립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의 유태정은 말년병장들은 다 저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로 리얼하면서도 능청스러웠는데 아무리 가르쳐도 배워먹지 못하는 신병 허지훈을 반복적으로 가르치면서도 평온함을 잃지 않는 하정우 특유의 연기는 전체적으로 어둡고 답답했던 영화의 분위기 속에서 숨통 같은 존재였다. 


그의 이런 안 웃긴데 웃긴(?) 블랙코미디적인 감성은 연기를 넘어 작품을 연출할 때도 그대로 반영된다.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했던 그의 감독 데뷔작 <롤러코스터>는 분명 다른 배우들이 다른 표정과 다른 목소리로 대사를 하고 있지만 내 귀에는 하정우의 표정과 목소리로 들릴 만큼 하정우 특유의 분위기가 담겨있었다. 비행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개성 넘치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벌이는 에피소드를 잘 지지고 볶아 한 그릇에 담아낸 작품. 누군가는 뭐 이딴 영화가 다 있어 라고 생각했겠지만 ‘병맛 코드’를 좋아하는 이라면 깔깔대며 감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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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로도 충분한 일당백 하정우 

어느새 누적 관객 700만을 넘어 흥행의 길을 달리고 있는 영화 <터널>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정우가 다 하는 작품이다. 무너져 내린 터널 속에 고립되어 구조를 기다리는 남자. 곧 구조될 거라는 기대, 구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절망, 기약 없는 기다림에 대한 분노, 옆에 있던 사고자의 사망을 지켜만 봐야 하는 무력함과 미안함, 제한된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모습, 그리고 끝내 살고자 발버둥 치는 모습까지 순차적으로 변해가는 사고자의 감정을 연기하며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모든 포커스가 하정우 단 한 명에게 맞춰진 영화,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을 원톱 영화를 그는 성공적으로 해냈다. 


그리고 그 이전에 또 다른 원톱 영화 <더 테러 라이브>가 있었다. 뉴스룸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테러범과 전화 연결 생중계를 하는 동안 일어나는 긴박한 감정 변화를 드라마틱하게 그려내며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까지 그 감정에 동화되게 만드는 연기. 하정우라서 가능했던 게 아닐까. (특히 마지막 엔딩 장면의 표정은 압권!) 혼자만으로도 충분히 스크린을 압도하는 장악력을 갖춘 거대한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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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대체 불가, 믿고 보는 하정우

못하는 연기가 없다. 선 굵은 연기부터 낭만적인 로맨티스트까지 맡은 역할은 100%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넓은 스펙트럼과 신뢰감을 주는 연기.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들도 좋아하는 호감형 남자 배우. 대중적인 상업영화뿐만 아니라 저예산 영화에서도, 그리고 원톱이든 작은 역이든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며 자기 몫은 다 해내는 믿음직한 배우. 그래서 대체불가.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말처럼 한마디로 하정우는 “동급 최강의 배우”다. 

그리고 뜬금없지만, 드라마로도 한 번쯤 다시 보고 싶긴 하다. 나름 풋풋하던 시절 출연했던 MBC 드라마 <히트>의 김재윤 검사가 나는 아직도 그립다. 그때 바로 시즌2를 했어야 했는데… 현재 촬영 중인 차기작 <신과 함께>의 개봉을 기다리며, 소처럼 일하는 그를 매주 2회 TV로 만나볼 날도 소박하게 살짝 꿈꿔보자. 아, 세 번째 연출작으로 준비 중인 <코리아타운>도 성공 기원! 이번에는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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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했습니다. *

* 이 컨텐츠는 필진 '허아람'님의 개인적인 관점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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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K브로드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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