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의 새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로 돌아온 베네딕트 컴버배치. 그의 필모를 살펴보다가 묘한 공통점을 발견했다. 탐정 셜록 홈즈부터, 수학자 앨런 튜링,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해커 줄리안 어산지, 화가 반 고흐까지... 그가 비범한 천재 캐릭터 전문 배우라는 사실. 그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작품 세 편을 꼽았다. 같은 듯 다른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천재 연기. 비교하면서 감상하시라.
# 이중인격 천재 <셜록: 유령 신부>의 셜록
만약 당신이 아직 bbc 드라마 <셜록> 시리즈를 안 봤다면, 제발 부탁하건대 이 영화 전에 드라마를 먼저 클리어하시라. 2015년 크리스마스 스페셜 에피소드로 제작된 이 작품은 이례적으로 북미의 대도시 몇 곳과 우리나라에만 극장에 걸렸을 뿐, 일종의 드라마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시즌 1, 2, 3과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스토리, 아는 사람만 아는 디테일한 유머코드는 드라마 팬들이라면 물개 박수 감이지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셜록 홈즈> 같은 볼거리를 기대하고 온 관객에게는 이 모든 게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차이점도 많다. 드라마에선 아이폰 유저에 파워 블로거인 셜록과 왓슨이 여기선 아서 코난 도일의 원작과 같은 19세기 사람으로 분한 것. 이제는 셜록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린 산더미만한 곱슬머리 대신 깔끔하게 빗어 넘긴 올백 헤어를 하고 머플러 대신 케이프 코트를 입고 택시 대신 마차를 타는 셜록을 만날 수 있다. 똑똑한데 무식하고, 사교적이면서 괴팍하고, 히어로이면서 루저인데다가, 왓슨을 귀찮아하면서 또 그에게 집착하는 셜록의 별난 성격만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지만. 모리아티는 정말 죽었을까? 라이헨바흐 폭포 사건은 셜록에게 어떤 영향을 줬을까?
영화를 보고 남은 질문은 2017년 1월 1일 공개되는 마지막 시즌 4에서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몇 개월 안 남았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하는 마지막 ‘셜록’을 좀 더 깊이있게 즐기고 싶다면 반드시 이 영화를 거쳐 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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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톨이형 천재 <이미테이션 게임>의 앨런 튜링
앨런 튜링은 ‘컴퓨터의 시조새’로 불리는 수학자이자 1954년 청산가리를 주사한 사과를 베어 물고 자살한 비운의 인물이다. 당시 영국에서 동성애가 ‘범죄’로 취급되었던 탓에 세계사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도 허무하게 잊혀 졌다가 21세기에 동성애자 인권운동 물결과 함께 재조명됐다. 이 흐름에 맞춰 기획된 영화가 바로 <이미테이션 게임>.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하는 앨런 튜링이라니 이보다 더 적절한 타입 캐스팅이 또 있을까. 외골수적인 성격으로 사람들과 트러블을 일으키지만 비범한 능력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가고 그 와중에 몇몇 동료와 뜨거운 우정을 나누는... 셜록, 아니 앨런 튜링. 물론 장면 장면마다 영국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가 베어 있던 <셜록>과 달리 이 영화는 좀 더 건조하고 어둡다. ‘히어로’에 가까운 셜록과 달리 보통의 인간으로 묘사되는 ‘앨런 튜링’. 그래서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연기도 좋게 말하면 담담하고 나쁘게 말하면 밋밋한 편이다.
관객 입장에선 그래서 더 안타깝고 처절하다. ‘아무도 나에게 상처 따위 줄 수 없어’ 류의 표정으로 감추었을 뿐, 앨런 튜링은 셜록처럼 외로움이 아무렇지 않은 ‘소시오패스’가 아니니까. 나치의 군사 암호였던 ‘이니그마’를 해독해 나가는 과정이 이 영화의 표면적인 서사라면 그 안에 담긴 진짜 함의는 따로 있다. 어쩌면 이 영화에서 앨런 튜링이 그토록 풀고 싶어 했던 건 자신의 정체성과 인생에 대한 암호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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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성 돋는 천재 <페인티드 위드 워즈>의 반 고흐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팬이라면 반드시 한번쯤은 찾아본다는 bbc의 50분짜리 다큐드라마. 반 고흐가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 그리고 주변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반 고흐의 생애를 더듬어보는 작품이다. 자료 사진과 관계자 인터뷰 중간 중간에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반 고흐가 했을 법한 말과 행동을 재현하는 형식이다. 한마디로 mbc <서프라이즈> 같은 식이란 얘기. 그런데 그의 미친 연기력 덕분인지 전혀 오글거리지 않는다. 오히려 보호본능이 일 지경이다. 앞서 소개한 두 캐릭터가 자기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 무뚝뚝한 이과형 천재였다면 이번엔 예술가 아닌가. 덕분에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감성 돋는 눈물 연기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자신의 귀를 잘라낸 격정적인 순간은 물론,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하며 독백을 내뱉는 씬에서조차 시종일관 눈물이 그렁그렁한 상태를 유지하는 연기 신 베네딕트 컴버배치. 오버 연기 아니냐고? 전혀. 우리는 흔히 반 고흐를 자기 귀를 자른 광기어린 예술가로 알고 있지만, 사실 그는 성직자가 되고 싶어하던 여린 감성의 소유자였으니까.
한 가지 재미난 점은 드라마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마치 최면에 걸린 것처럼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정말 반 고흐로 보인다는 것. 별다른 분장도 없고 그저 수염 하나 붙였을 뿐인데. 하긴 ‘잘생김’도 연기하는 배우인데 뭔들 못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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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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