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 8. 17:36

겨울만 되면 왜 싱숭생숭해지는 걸까. 먹고 사는 데 정신 팔려 종종거리다가 가끔 공격해오는 질문에 멍해질 때가 있다. 사는 게 뭔지, 삶이 가능한 사회는 어떤 건지, B tv가 그 뜬금없는 질문들에 대한 정답은 아닐지라도 곱씹어볼 만한 생각거리를 던지는 다큐멘터리 세 편을 마련했다.


글 | 김소민



# 제주 해녀들이 사는 법 <물숨>

해녀들에게 삶과 경계를 나누는 숨이다. 누구나 자기만의 숨이 있고 그 숨만큼 바다에 들어갈 수 있는데 자기가 참을 수 있는 숨 넘어를 욕망할 때 해녀는 죽음의 물숨을 쉬게 된다. 그 반대는 휘파람을 닮은 '숨비'다. 물 밖으로 머리를 내미는 순간 해녀들은 이 경쾌한 삶의 소리를 낸다. 오래 함께 일한 해녀들은 그 소리만 듣고도 누구의 '삶숨'인줄 안다. 제주 우도 해녀들의 숨들을 담아내는 데 7년이 걸렸다. 후반작업에 2년이 보태졌다. 제주 출신인데다 사회부 기자 시절부터 시작해 독립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십여 년 활동해온 베테랑 고희영 감독에게도 그랬다. 해녀들은 그렇게 호락호락 삶의 자락을 펼쳐주지 않았다. 감독은 "초반 2년 동안은 카메라 버튼도 못 눌렀다"고 한다. 해녀들은 민감했고 거절은 빈번했다. 그는 ‘빵 배달’부터 시작했다. 우도엔 빵이 귀하다. 자전거로 배달하다 마당에 앉아 조금 이야기하고 그러다 자고 가게 됐다. 


그는 왜 이 작업에 매달렸을까? "13년째 베이징에서 독립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살다 마흔 살에 암 진단을 받았다. 욕심만 부리며 산 게 부끄러웠다. 힘차게 자맥질하는 해녀분들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나도 저분들처럼 내 인생에 뛰어든 적이 있었던가." 상군, 중군, 하군. 해녀사회는 엄격한 계급사회다. 그 급은 숨의 길이로 결정한다. 그 숨을 결정하는 건 하늘이다. 서로를 알뜰하게 돌보는 공동체이기도 하다. 상군이 먹거리를 싹쓸이하는 경우는 없다. 고희영 감독의 <물숨>은 해녀의 삶을 밀착취재하면서 동시에 ‘욕망’을 들여다본다. 그 욕심에 몸이 얽힐 때 해녀에게 바다는 삶터가 아니라 죽음의 공간이 된다. 노장 해녀는 초보 해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바다 가면 욕심 내지 마라. 딱 너의 숨만큼만 있다 와라. 그러면 바다는 놀이터가 되지만 뭔가를 더 갖겠다고 하면 바다는 표정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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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신작 <다음 침공은 어디?>

마이클 무어 감독, 다큐멘터리계의 스필버그라 하겠다. 그가 매번 수만 명 사상자들만 쏟아내는 미국의 침공 대신 다른 나라에서 좋은 것만 쏙쏙 빼오는 내실 있는 침공을 벌이겠다고 나섰다. 9개 나라를 지목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삶의 여유, 프랑스에서는 고교 1학년용 <즐거운 성생활> 교재, 핀란드에서는 과제 없는 학교, 슬로베니아에선 대학 무상교육, 독일에서는 노동자의 권리, 포르투갈에서는 마약까지 합법화해 지키고자 하는 인간의 존엄, 튀니지에서는 여성이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아이슬란드에서는 사회 깊숙이 뿌리내린 여성성이다. 


이 모두, 한국인들이 더 갈망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가운데 무엇보다 교육. 마이클 무어는 1960년대만 해도 미국과 함께 교육 하위그룹에 머물러 있던 핀란드가 어떻게 교육 강국이 됐는지 비밀을 캐낸다. 핀란드 교육부장관, 의외로 쉽게 비밀병기를 밝혀버린다. "우리 학교에는 숙제가 없어요." 주의, 보다 보면 가슴이 아릴 것이다. 학원에서 밤 10시나 돼야 돌아오는 당신의 아이를 보면 당장 이민 가방을 싸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아이들에게는 시간이 필요해요. 아이로 머물 시간, 젊음을 만끽할 시간". 저학년 아이들은 주 20시간만 학교에 머문다. "뇌는 휴식이 필요해요. 계속 일만 하면 배우기를 멈추게 되죠. 그렇게 되면 긴 시간 일하는 게 쓸모 없게 돼요." "학교는 행복을 찾는 곳이에요. 자기를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는 곳이죠." "최고의 학교는 자기 마을에 있는 학교죠. 핀란드에서는 모든 학교가 동등해요(핀란드에는 사립학교가 없다)."


특히 이 질문은 우리 폐부를 찌를 거다. "미국 아이들은 언제 놀고 친구를 사귀고 인간으로 성장하나요?" 마이클 무어는 어찌보면 당연한 '행복한 삶의 조건'을 들으려고 대통령, 초등학생, 언론인, 테러 희생자 유족 등등을 만난다. 그래서? 누구 약 올리는 건가? 누가 이탈리아의 8주 휴가가 좋다는 걸 모르나? 이게 한국사회에서 가능한가? 마이클 무어도 거기에 대한 뾰족한 답을 줄 수는 없다. 그가 약탈한 9가지 모두 그 사회가 지난한 토론과 갈등과 노력으로 얻어낸 결과물들이다. 다만 마이클 무어는 '행복의 조건' 뷔페를 차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을 아우르는 한 가지 키워드를 제시한다. 바로 '여성성'이다. 그는 이렇게 종합 정리했다. "각국을 침공하며 줄곧 확인한 것은, 여성에게 힘이 있는 평등한 나라는 '사람'이 살기 좋은 나라라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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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여 년 만에 외출한 7남매 <더 울프팩>

이 소년은 외계인 같았다. 가면을 쓰고 머리를 허리까지 늘어뜨렸다. 누군가 경찰에 신고했다. 체포된 소년은 자기는 한 평생 가족과 아파트에서만 지냈는데 가족이 아닌 사람과 대화하는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한다. 크리스탈 모셀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더 울프팩>은 10년 넘게 한 아파트에 갇혀 지낸 일곱 남매를 따라가며 여러 지점을 건드리는 작품이다. 인간의 사회화에 대해, 영화가 인생에 미치는 의미에 대해, 인간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두려움에 대해서 말이다.


일곱 남매의 아버지는 오스카 앙굴로다. 가족만으로 이뤄진 '이상적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뉴욕의 작은 아파트 안에 6남1녀를 가둬 길렀다. 남매는 집에 쌓인 DVD 2천여 편으로 세상을 배웠다. "정말 무서운 건 이런 곳에서 나가고자 하는 열망도 없었다는 거예요." 이에 대해 '사는 게 다 그런 거지'라고 한다면, 우리는 정말 나가고자 하는 열망마저 잃어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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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했습니다. *

* 본 포스팅의 원본 글은 B tv 매거진 11월호(링크)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


Posted by SK브로드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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