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작가가 또 그 어려운 걸 해내고 말았다. <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 <상속자들> 등 줄줄이 대박 신화를 써온 김은숙 작가는 이번에 국내에서 거의 성공한 적이 없는 사전제작 시스템으로 만든 <태양의 후예>로 아시아 대륙을 뒤흔들었다. 스크린에선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등의 팩션 영화들이 '국뽕영화'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배트맨, 슈퍼맨, 엑스맨, 스파이더맨등 할리우드 슈퍼히어로들의 공세가 어느 해보다 거셌지만, <곡성> <아가씨> 등 한국영화의 다양성 지평을 넓혀준 작품들도 관객 동원에 성공했고 <노트북> <500일의 썸머> 등 재개봉 멜로영화들이 개봉 당시보다 더 많은 인기를 누렸다. 숱한 예능들이 자고나면 사라지는 방송계에서 <무한도전>은 500회 특집이란 기록을 남겼고, JTBC가 출범 5년 만에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로 등극하면서 뉴스 보도 지형을 재편하고 있다.
글 | 김아리
# 01 믿음 주고 사랑받는 JTBC 뉴스
지난 11월 8일 JTBC <뉴스룸> 본 방송을 시청한 가구는 100만 가구가 넘었다. 시청률은 9.091%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10월 25일의 순간 시청률은 무려 10%가 넘었다. 비슷한 시간대에 방송된 SBS <8뉴스>는 4.8%, MBC <뉴스데스크>는 5%의 시청률을 각각 나타냈다. 올해로 27회째인 <시사저널>의 언론매체 영향력•신뢰 도•열독률 조사에서 JTBC는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 1위에 올랐다. 2014년과 2015년엔 3위였다. '가장 열독하는 언론매체' 순위 역시 2년 사이 8위에서 2위로 껑충 뛰어올랐고,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 부문에서도 6위에서 4위로 올라섰다.
출범한지 5년도 안 된 종합편성채널의 보도부문이 지상파를 제치고 강자가 된 배경엔 손석희 앵커 겸 보도담당 사장의 치열한 기자정신이 있다. 2013년 손석희 앵커가 이적했을 때만 해도 신뢰받는 언론인이었던 그의 행보에 대한 비난이 일었고, 그의 소신 보도에 대한 전망 또한 비관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기존 뉴스의 백화점식 나열 방송에서 과감히 벗어나 선택과 집중을 통해 깊이 있는 뉴스 생산을 추구했을 뿐 아니라, 세월호, 지진, 최순실 사태 등에서 공영방송이 눈감거나 포기 한 권력 감시 기능을 충실히 이행해 국민적인 환호를 받았다.
# 02 <태양의 후예> 신드롬, 한국 넘어 중국까지
방송가 최고의 대박상품은 단연 드라마 <태양의 후예>였다. 가상의 오지인 우르크를 배경으로 파병군인 유시진 대위(송중기)와 의사 강모연(송혜교)의 사랑을 다룬 이 드라마는 14.3%으로 출발해 4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늘 비슷한 소재와 스토리가 한계였던 드라마 시장에 <태양의 후예>는 특수부대라는 독특한 소재, 눈길을 끄는 그리스 로케이션 촬영, 강도 높은 액션 장면 등 새로운 볼거리를 선보였다. 군 전역 후 첫 복귀작이었던 송중기는 이 드라마로 '아시아의 한류제왕'으로 우뚝 섰고, 송혜교는 한류 여신의 건재함을 알렸으며, 스타 작가 김은숙은 회당 1억 원이 넘는 고료를 보장받았다.
특히 지금까지 줄줄이 실패한 사전제작 드라마라는 점이 이 드라마의 특징. 한•중 동시 방영을 계획하다 보니 중국 당국의 사전 심사를 위해 사전제작이 불가피했다. 드라마는 중국 시청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고, 송중기는 국내뿐 아니라 중화권 광고를 줄줄이 낚아채면서 올 한해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에선 회당 조회 수가 1억 뷰를 돌파하며 <별에서 온 그대>의 인기를 뛰어넘었다. 또 <태양의 후예>를 보다가 급성 녹내장이 걸린 학생이 중국신문에 보도되자, 공안부는 "드라마를 시청하면 안전이 위험할 수 있다. 송중기 상사병을 주의하라"는 이례적인 경고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OST 판매 수익뿐만 아니라 PPL로 등장한 식품•패션•뷰티•관광 등까지 부가가치를 창출해 경제적 효과만 3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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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 해외 드라마 리메이크 열풍
올해 방송가엔 해외 드라마 리메이크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7월 방영된 <굿와이프>와 현재 방영 중인 <안투라지>는 인기 미국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중국 드라마 <보보경심>은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로 리메이크됐고, 김희애, 지진희 주연의 <끝에서 두 번째 사랑>은 시즌 2까지 제작된 동명의 일본 드라마의 리메이크판이다. JTBC에서 방영중인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역시 일본 후지TV의 드라마가 원작이다. 하지만 전도연, 유지태의 호연으로 화제가 된 <굿와이프>를 제외하곤 시청률이나 화제성 면에서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굿와이프>는 초반의 3%대 시청률이 꾸준히 올라 마지막 회에선 두 배의 시청률로 마감됐지만, 다른 드라마들은 초반의 시청률을 정점으로 서서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인기가 검증된 스토리들이었지만, 한국 실정에 맞는 각색의 실패에 원작을 뛰어넘는 재미를 보여주지 못한 탓이다. 그래도 당분간 해외 드라마의 리메이크는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 CBS의 장수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도 곧 한국 드라마로 리메이크될 예정이며, 일본의 인기 드라마였던 <마더>도 이보영 등을 주연으로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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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 팩션 영화 & 드라마 열풍
올해 극장가를 사로잡은 키워드는 '팩션'(faction)이었 다. 실제 역사(팩트)에 상상력(픽션)을 가미해 만든 <밀정>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가 각각 740만 명, 700만 명, 5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2016년 흥행 영화 10위 권에 이름을 올렸다. 위안부 할머니의 실제 삶을 시나리오에 담은 <귀향>도 350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 20위권에 진입했다. 시인 윤동주의 삶을 다룬 <동주>도 평론가 들의 호평을 받으며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고, 강우석 감독도 20번째 연출작이자 첫 번째 사극인 <고산자, 대동 여지도>를 통해 김정호의 일대기를 다뤘다.
팩션의 인기가 가열되면서 논란도 많이 양산됐다. <인천상륙작전>과 <덕혜옹주>는 역사왜곡와 인물미화 등의 비난을 받으 며 '국뽕영화'라는 오명까지 썼다. 팩션의 인기는 안방극 장으로도 이어져 <구르미 그린 달빛> <달의 연인: 보보 경심 려>는 각각 조선의 단명한 효명세자와 고려 4대 주상인 광종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뮤지컬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잃어버린 얼굴 1895>는 명성황후을 주인공으로 삼았고, <곤 투모로우>는 갑신정변을 주도한 김옥균의 암살을 소재로 했다. <노서아 가비>는 고종 커피 독살 음모에 영감을 받았고, <팬레터>는 1930년대 경성 문인들의 사교 모임 구인회를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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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정 / 인천상륙작전 / 덕혜옹주 / 귀향 / 동주 / 고산자, 대동여지도 : 영화/시리즈 > 한국영화 > 드라마
# 05 재개봉 영화 인기몰이
재개봉 멜로 영화들이 흥행불패의 신화를 썼다. 지난해 재개봉한 <이터널 션샤인>이 개봉 당시 관객의 2배 가량인 32만 명을 동원한 데 이어, 지난 10월 재개봉한 <노트북>은 16만 명을 돌파하며 올해 재개봉 영화 중 흥행 순위 1위에 올랐다. 지난 6월 재개봉한 <500일의 썸머>도 14만 명을 불러 모으며 개봉 때(13만 명)보다 더 많은 인기를 누렸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글루미 선데이> <색, 계> <미드나잇 인 파리> 등이 줄이어 개봉했다. 이들 재개봉 영화의 선전은 마블 스튜디오의 대작인 <닥터 스트레인지>와 한국 영화 <럭키> 등의 스크린 독식과 다양한 신작의 잇따른 개봉에도 불구하고 얻은 성적이라 더욱 값지다.
특히 이들 재개봉 영화들은 안방극장 의 VOD 수요로도 그대로 이어져 IPTV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재개봉 영화 중에서 특히 멜로영화가 흥행을 하는 이유를 두고, 확실한 멜로 영화 관객층이 형성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멜로물이 이들의 갈증을 채워주지 못하면서 검증된 러브스토리를 다시 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영화 <오페라의 유령>과 <시카고> 등도 12월 재개봉 대열에 합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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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 마블 VS DC 슈퍼히어로 대격돌
올 한해 할리우드의 슈퍼히어로들이 대거 한국을 찾았다. 슈퍼히어로 만화의 양대 산맥인 마블과 DC코믹스의 영웅들이 스크린에서 맞붙은 것. 승리는 마블에게 돌아갔다. 4월 개봉한 마블의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평단의 후한 점수와 함께 860만 명의 관객까지 동원하며 작품성•흥행성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이로써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기존 마블의 영웅물 흥행 순위 3위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원래 3위는 70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2012년 의 <어벤져스>였다.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대립을 통해 어벤져스의 역할과 그들이 가진 딜레마, 그리고 어쩔 수 없는 한계까지 보여주는 매력을 발산했다. 기존의 어벤져스 멤버는 물론 판권 문제가 해결된 스파이더맨까지 가세했으며, 그 많은 히어로들 각각의 특징을 살리면서 한 공간에 모여 대결하는 전투 장면은 압권으로 꼽힌다.
10월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에선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외과의사 출신 마법사로 등장했다. 마법을 휘두르는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이 팬들을 설레게 했다. 2월 개봉한 <데드풀>도 마블 소속의 슈퍼히어로다. 암 치료에 참여했다 엄청난 자기 치유력과 흉측한 얼굴을 동시에 갖게 된 이 괴짜 영웅은 안티히어로에 가까운 배꼽 잡는 캐릭터의 매력으로 320만 명을 불러 모았다. 마블 영웅 중 올해 가장 실적이 나빴던 건 <엑스맨: 아포칼립스>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은 칭송을 받았지만, 시리즈의 명성에 못 미치는 흥행 성적표를 받았다.
마블에 맞선 DC의 무기는 '저스티스 리그'였다. 3월 개봉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마블의 어벤져스 군단에 맞서 내년에 나올 DC 슈퍼히어로들의 올스타팀 '저스티스 리그'의 전초전으로, 원더우먼, 사이보그, 아쿠아맨 등 DC 전통의 슈퍼히어로들이 대거 등장했다. 외계인이자 절대적인 힘을 지닌 슈퍼맨과 백만장자에 힘이 좋은 인간인 배트맨을 맞붙인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슈퍼매치로 큰 관심을 끌었지만, 220만 명이라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둘의 싸움이 길고 지루할 뿐만 아니라 왜 싸우는지도 모르겠다는 평이 많았다.
어벤져스에 맞서기엔 아직은 약체이지만, 저스티스 리그는 내년에 다른 캐릭터들을 참여시킨 <저스티스 리그 파트1>을 개봉할 예정이니 지켜볼 일이다. 8월 개봉한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조커 등 DC 코믹스의 대표 악당들이 뭉쳐 화제가 된 작품이다. '자살특공대'라는 뜻의 이 작품은 할리 퀸 역의 마고 로비가 등장하는 예고편이 공개된 이후 줄곧 DC의 구원투수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으나 국내에선 180 만 명을 불러모으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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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시리즈 > 해외영화 > 액션
# 07 500회 맞은 <무한도전>의 독주
"매주 이런 식으로 어떻게 11년을 끌고 왔어요?" <무한도전> 500회 특집에 출연한 배우 곽도원이 유재석에게 한 말이다. 이는 상상을 뛰어넘는 기획과 웃음으로 이 프로그램을 끌어온 김태호 피디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자 찬탄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 1위, 한국갤럽이 조사한 광복 이후 가장 잘 만든 프로그램 1위, MBC 최우수 프로그램상 6회, 2008년 백상예술대상 예능 작품상 수상 등 각종 기록을 보유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 예능 <무한도전>은 숱한 예능들이 명멸을 거듭한 주말 예능의 강자 자리를 꿋꿋이 지켜왔다.
어떤 때는 콘셉트가 없는 게 콘셉트로 보일 정도로 다른 예능과 확연히 차별화된 콘셉트를 가지고 있으며, 멤버들의 스캔들과 이탈 등 잇단 위기에도 11년을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500회 특집은 더욱 빛나는 성과다. 물론 500회 이후에도 <무한도전>의 도전의 계속된다. 11월엔 10주년 기념 5대 기획 중 마지막인 우주특집을 위한 러시아 우주센터에서의 무중력훈련을 선보여 시청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로써 포상휴가, 무한상사 액션 블록 버스터, 무한도전 가요제, 식스맨 프로젝트 등 <무한도전>이 공언했던 5대 기획이 모두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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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 <곡성>, <아가씨>, <부산행> 등 마이너 장르 약진
올해 한국영화 최고의 화제작은 단연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와 나홍진 감독의 <곡성>이었다. 이들 영화는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과 비경쟁부문에 초청됐음은 물론이고, 각각 420만 명과 68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흥행성까지 인정받았다. 또 세계 3대 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하나인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곡성>은 포커스 아시아 최우수 작품상과 최우수 촬영상을 수상했고, <아가씨>는 관객상을 받았다.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를 통해 상업영화에선 거의 다루지 않은 동성애를 소재로 진일보한 미장센과 디테일을 선보이며 한국적인 판타지의 세계를 열었으며, <곡성>은 오컬트 스릴러의 걸작으로 불리는 <엑소시스트>의 한국판이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공포영화의 신세계를 열어젖 혔다.
또 1100만 명의 관객몰이에 성공하며 올해 흥행 1순위를 기록한 <부산행>도 한국 영화에서 거의 다룬 적이 없는 '좀비'를 다뤘다. 이 작품의 프리퀄인 애니메이션 <서울역> 역시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확장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경미 감독의 <비밀은 없다>는 장르의 관습을 뛰어넘고 유례없는 여성 캐릭터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올해의 발견' 이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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