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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된 이야기의 묵직한 힘, 원작이 탄탄한 영화 '오베라는 남자' 외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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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브로드밴드 2017. 3. 1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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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링크)

믿어도 좋겠다. 원작의 힘, 이미 검증 끝났다. 이 원작들을 바탕으로 만들었으니 이야기가 허접스러울 리는 없겠다. <오베라는 남자> <미나미 양장점의 비밀> <산이 울다>다. 이야기에 보태 1+1로 스웨덴, 일본, 중국의 풍경을 안긴다. 애써, 외쳐본다. 해외로 휴가 가는 사람들, 안 부럽다.


글 | 김소민



#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각색한 '오베라는 남자'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링크)

<오베라는 남자>의 원작자 프레드릭 배크만, 부럽다. 스웨덴 무명작가였는데 이 작품 하나로 전 세계적 스타작가 반열에 올랐다. 그야말로 메가 히트다. 엄청난 반전이 숨어있지도, 스펙터클을 자랑하지도 않는다. 다만 인류 공통의 콧등을 시큰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당신이 집에 없으니까 되는 게 하나도 없어!” 59살 오베는 죽고싶다. 사랑하는 아내 소냐가 여섯 달 전에 숨졌다. 직장에서도 예고 하나 없이 잘리고 말았다. 고지식한 오베가 그리 잘못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어느 날 보니 그는 혼자다. 무채색이던 그의 삶에 아내는 색깔을 입혔던 사람, 이제 아내 묘지 앞에서 ‘당신 곁으로 가리라’고 읊조리는 게 그의 일상이 됐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링크)

드디어 결행의 날, 원래 꼼꼼한 성격인 오베는 밧줄도 쫀쫀하게 잘 걸어뒀다. 드디어 목을 매려는데, 앞집으로 이사 온 파르바네 부부가 후진을 잘못해 오베의 잔디를 망쳤다. 오베가 애지중지 가꿨던 잔디다. 자살은 일단 뒤로 미루고 이 부부부터 혼쭐을 내야겠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오베가 결행만 할라치면 이 부부, 망치며 사다리며 뭘 자꾸 빌려달라고 부탁을 해댄다. 이 태평양 오지랖 민폐 이웃이 있는 한 집에서 결행은 불가능해 보인다. 오베는 기차에 몸을 던지기로 하는데, 그 순간 다른 사람이 선로로 떨어지고 오베는 얼떨결에 그 사람을 구한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링크)

아이패드는 컴퓨터가 아니라고 우기는 남자, 길고양이에게까지 잔소리를 늘어놓는 괴팍한 사람. 이 늙은 남자 주위에 자꾸 ‘문제적’ 이웃이 모인다. 하루 멀다고 사고를 치며 오베의 자살을 방해한다. 그런데 또 오베는 무슨 오지랖인지 그들의 문제를 못 본 척하지 못하고 도와준다. 저 인간들 때문에 못 살겠다, 아니 못 죽겠다 오베의 투정은 늘어나지만, 주변 사람들과 그렇게 푸닥거리 하는 하루가 늘어갈수록 오베 일상의 온도가 올라간다. 그리고 마지막, 그 온기에 관객이 조금은 울고 말 거라는데 돈도 걸 수 있겠다. 관객도 오베의 집 현관문을 두드리며 그의 마지막을 늦출 수 있는 어떤 오지랖 부탁이라도 하고 싶어질 거다. 그 부탁들 안에 이런 말을 담고 싶어질 거다. ‘잘 살았어요, 오베.’ 오베가 늙어가는 모습을 보는 게 애잔한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플래시백도 한몫 한다. 관객은 오베의 찬란했던 과거를 볼 수 있다. 행복만 있었던 건 아니다. 화려하지도 않았다. 누구나의 삶이 그렇듯, 행복은 짧고 고통은 길었다. 

소냐의 임신을 기뻐한 것도 잠시, 아기를 잃게 된다. 그래도 가난한 오베가 아름다운 소냐를 기차에서 처음 만나는 순간, 레스토랑에서 첫 키스를 나누는 그 황홀한 순간, 관객은 느낄 수 있다. 이 세상에 무채색의 삶은 없다는 걸 말이다. 스웨덴의 풍경과 문화를 보는 재미는 덤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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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 '수선하는 사람'이 원작인 '미나미 양장점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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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뭔지 느끼기도 전에, 손가락 사이로 술술 빠져나가 버리고 있는 것 같은 관객에게 삶의 속도 조절용으로 추천할 만한 영화다. 이케바 아오이의 만화 <수선하는 사람>을 <해피 해피 와이너리> <해피 해피 브레드> 등을 만든 미시마 유키코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다. <해피 해피…>를 본 관객이라면 짐작할 수 있을 거다. 장인의 삶을 소개하는 유키코 감독의 영화는 천천히 흐른다. 다이마루 백화점 영업사원 후지이는 미나미를 당최 이해할 수가 없다. 백화점에 브랜드 걸고 입점하게 해주겠다는데 미나미는 딱 잘라 거절이다. 작은 마을인 아오이네 가게 한 곳에서만 옷을 팔 뿐 자기와 할머니가 한 땀 한 땀 만든 옷을 백화점 상품으로 만들 생각은 없다. 미나미에게 옷은 패스트푸드나 장식이 아니라 인생의 나이테가 살아있는 나무고 이웃과 소통하는 도구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링크)

미나미라는 완고한 장인을 중심으로 감독은 관계의 실핏줄이 흐르는 작은 마을과, 가업을 이어가는 진중한 태도를 잡아낸다. 뒷목을 낚아채는 이야기나 화려한 카메라 워크는 어울리지 않는다. 천천히 숨 쉬는 카메라를 따라 옛 것의 가치가 살아 있는 풍경을 따라가면 되겠다. 이야기 구성은 예상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디테일이다. 수의를 만들어 달라고 보낸 옛 선생님의 옷을 정원 손질용 작업복으로 만들어 돌려주거나 고인이 된 마을 어른의 연미복을 파티장에 세워놓는 에피소드들은 작은 이야기가 얼마나 힘이 센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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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쉰문학상 수상작 영화화한 '산이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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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루쉰문학상을 받은 거쉬핑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1984년 중국의 한 외딴 산골 마을에 비밀스런 한 가족이 들어온다. 어느 날, 마을 청년 한총이 놓은 덫에 걸려 이 외지인 가족의 아버지 라홍이 숨지고 그의 아내 홍시아와 아이들만 남는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한총이 홍시아 가족을 돌봐주다 그녀와 사랑에 빠지자 마을 사람들은 한패로 이 외지 여자를 쫓아내려고 궁리한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링크)

첩첩 산중, 절벽 위로 난 구불구불 산길, 조감하는 자에게는 한 폭의 그림이지만 그 안에 사는 이들에겐 거대한 감옥이다. 감독은 모래바람 속 건조한 모래 알갱이라도 집어내려는 듯 집요하게 그 풍경의 아름다움을 쫓는다. 그아름다움은 숨 막히는 숭고함으로 또는 숨 막히는 고립감으로 모습을 바꾼다. 카메라는 그 풍경으로 시작해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의 몸부림을 잡고 더 나아가 그 이면에 똬리를 튼 비밀들을 풀어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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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했습니다. *

* 본 포스팅의 원본 글은 B tv 매거진 2016년 7월호(링크)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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