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당 49화에서는 <최악의 하루>, <한 여름의 판타지아>, <경주>를 통해 봄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그리고 여행과 관련된 로드무비 같지만 수필처럼 가볍고 재치 있는, 하지만 뒷맛은 알싸한 수필 같은 한국 독립영화를 소개합니다.
# 하루종일 걷고 난 뒤 보이게 되는 환상적인 길 <최악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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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의 서촌, 배우 지망생 은희는 연기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길을 찾고 있던 일본인 소설가 료헤이와 만납니다. 그 후 그녀는 드라마에 출연 중인 남자친구 현오를 만나러 남산으로 향합니다. 같은 시간, 한때 그녀와 만났던 남자 운철이 남산으로 찾아오게 되며 하루에 세 명의 남자를 만나게 되는 은희
과연 이 정신없는 하루의 끝에는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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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하루>의 소설가 료헤이(이와세 료)가 자신이 구상한 소설 이야기를 처음 만난 은희(한예리)에게 들려주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 길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에요" 평범해 보이던 영화가 그 순간부터 신비로워집니다. 현실의 길이 모두 지워지고, 보이지 않던 길이 생겨납니다.
그건 '이야기의 길'이고 '신비로운 길'이며 낮에는 잘 보이지 않는 환상의 길. 하루 종일 걷고 난 후에야 그 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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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목을 거닐며 얘기를 나누는 남녀의 이야기 <한 여름의 판타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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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영화를 찍기 위해 일본의 지방 소도시 나라현 고조시를 방문한 영화감독 태훈과 조감독 미정.
쇠락한 마을을 누비며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떠나기 전날 밤, 태훈은 이제 막 시작된 불꽃놀이 풍경과 마주하게 됩니다.
한편, 한국에서 혼자 여행 온 혜정은 일본인 유스케를 만나고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그리고 밤이 되어 유스케는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고백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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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두 주인공 혜정(김새벽)과 유스케(이와세 료)는 일본 고조시의 좁은 골목을 걸으면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눕니다. "여기서 뭔가를 찾고 있어요"라는 혜정의 말에 유스케가 꼬치꼬치 캐묻자 혜정은 "재료"라고 대꾸합니다. 그 순간, 카메라는 두 사람을 보여주지 않고 두 사람을 유유히 지나 오랫동안 골목을 비춥니다. 마치 그 속에 중요한 뭔가가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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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방에 능이 있는 '죽음'의 장소. 삶도 죽음도 아닌 곳을 헤매는 영화<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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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형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북경대 교수 최현. 그는 문득 7년 전 본 춘화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충동적으로 경주로 향합니다. 경주에 도착해 찾은 찻집에서 미모의 주인 윤희를 만나 변태로 오인 받게 되지만 그 순간 그들의 가슴 설레는 로맨틱 시간여행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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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화를 보기 위해 충동적으로 경주로 온 최현(박해일)은 그곳을 배회합니다. 경주는 죽음의 장소입니다. 사방에 능이 있고 삶과 죽음은 지척에 있습니다. 경주를 헤맨다는 것은 삶도 아니고 죽음도 아닌 곳에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끝부분에 이르렀을 때에야 최현은 길 한가운데 우두커니 앉아 자기 그림자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갑자기 길이 아닌 곳으로 걸어갑니다. 영화가 불현듯 끝나고 나면 백현진의 노래 '사랑'이 흘러나오는데 노랫말이 마치 영화의 마지막 대사 같기도 합니다.
"텅 빈 마음으로 텅 빈 방을 보네. 텅 빈 방 안에는 텅 빈 네가 있네." 텅 빈 방에서 서로 바라보는 텅 빈 두 사람에게서, 이야기가, 처음부터 시작됩니다.
영화당 49화 수필같은 한국 독립영화 ‘최악의 하루’와 ‘경주’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걸음에 대한 영화들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오랫동안 걷습는다.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걷는 동안 생각하고, 이동하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납니다. 걷고 또 걷는 영화속의 스토리에서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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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시리즈 > 테마추천관 > 이동진, 김중혁의 영화당
*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했습니다. *
* 본 포스팅은 영화당을 진행하고 있는 김중혁 소설가께서 한국일보에 논평한 기사를 일부 발췌하여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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