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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김중혁의 '영화당' 제 58화, B급 소재를 S급의 재미로 승화시키는 쿠엔틴 타란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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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브로드밴드 2017. 6. 1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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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첫 번째 영화 '저수지의 개들(1992)'을 보던 날의 충격을 잊을 수 없습니다.

남자들의 수다로 시작되는 이 장면은 영화의 내용과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그 대화가 7분 가까이 이어집니다.그 오프닝의 비효율에 놀랐었는데요.

일반적인 영화의 오프닝과는 달리 타란티노는 오프닝 장면으로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고, 오직 관객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듭니다.

오늘 B tv 블로그에서는 B급 소재를 S급의 재미로 승화시키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감독 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 저수지의 개들 (1992)

이미지 출처 : 링크


서론에서 언급했던 영화 '저수지의 개들'의 오프닝에 등장한 대화가 잡담일 뿐인가 하면, 그건 아닙니다. 영화를 모두 보고 나면 다음 오프닝을 볼 때는 놀라운 비밀이 숨어있기 때문인데요. 인물의 관계, 사건의 비밀이 대수롭지 않은 대화 속에 모두 들어있습니다. 

중요한 대화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므로, 당연히 우리가 놓친 장면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볼 수밖에 없죠.



# 펄프픽션 (1994)

이미지 출처 : 링크


두 번째 영화 '펄프픽션' 역시 식당에서 영화가 시작되고 장황한 대사가 끝없이 이어집니다. 살인에 앞서 성경을 읊어대는 등 이야기를 길게 합니다. 장면과 장면이 이어지는 영화라기보다 대사와 대사가 이어지는 영화입니다.

영화평론가 로저 이버트는 영화 '펄프픽션'이 오디오북으로 나와도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얘기했을 정도니까요. 액션은 짧고 간결하게, 이야기는 최대한 수다스럽고 흥미롭게 만드는 것이 타란티노의 방식이 아닐까요? 활을 쏠 때와 마찬가지로 천천히 당기고 순식간에 놓는 것 말입니다.


 

# 바스터즈-거친 녀석들 (2009)

이미지 출처 : 링크


바스터즈-거친 녀석들의 지하 맥주집 장면은 타란티노의 대사가 얼마나 사람을 숨죽이게 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아군과 적군이 뒤엉킨 맥주집에서 타란티노는 최대한 대화를 늘립니다. 수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여러 상황들이 이어지며 무려 20분 동안 계속됩니다.

우리는 이 대화를 조마조마 듣게 되고 상황이 종결되는 총격전은 고작 15초에 불과합니다. 

"스카치를 낭비하는 놈은 지옥에 가. 곧 죽을 거 한잔해야겠군." 주인공이 총격전 직전에 내뱉는 말은 유머러스하면서도 비장합니다. 


 

# 장고-분노의 추격자 (2012)

이미지 출처 : 링크


장고-분노의 추격자 역시 명대사들의 전시회장이지만 그중 압권은 캘빈 캔디와 닥터 킹 슐츠의 마지막 대화로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모든 흥정이 끝난 줄 알았지만 갑자기 캔디가 악수를 청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미시시피에서는 악수를 해야만 거래가 끝나는 거요.” 

악수할 마음이 없었던 슐츠는 마음속으로 외칩니다. “그냥 악수해버려.”라며 악수를 하자고 손을 내미는 한 사람과 그걸 거절하는 한 사람의 대화를 이렇게 살 떨리게 쓸 수 있는 사람이 지구 상에 몇 명이나 될까요?



전에 말하지 않던 방식으로 말하기, 중요한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은 듯 말하기, 긴 이야기는 짧게 말하고, 짧은 이야기는 길게 말하기, 상대방이 짐작하지 못할 때 이야기를 끊어버리기, 지루할 틈이 없게 말하기, 소설가 뿐 아니라 직장인들도 타란티노의 영화를 꼭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긴 이야기를 더욱 길게 하고, 지루한 이야기를 더욱 지루하게 설명하는 우리의 상사들에게도 타란티노 영화를 추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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