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소개해드린 영화당 105회에서는 경합하는 놀라운 이야기들이라는 주제로 <나를 찾아줘>와 <라이프 오브 파이>를 소개해드렸는데요. 이야기가 가진 힘을 알려주는 두 영화 재미있게 보셨나요?
오늘 SK브로드밴드 블로그에서는 음악 영화에 관해 다루어볼까 합니다. 음악은 사람을 벨벳처럼 포근히 감싸주기도 하고, 때로는 미친 것처럼 열정에 기름을 부어주기도 합니다. 좋은 음악 영화는 중독성이 강하다고도 하죠.
이제 소개해드릴 두 편의 영화, <벨벳 골드마인>과 <아임 낫 데어>는 그런 음악 영화 중에서도 손꼽히는 실험적이고, 매력적인 영화랍니다. 두 영화의 감독인 토드 헤인즈는 평론가들 사이에서 지난 2, 30년 사이 가장 뛰어난 감독이자 비주얼 아티스트, 실험영화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형식과 구조의 혁신이 돋보이는 두 작품을 한 번 만나볼까요?
#벨벳 골드마인(1998)
영화 <벨벳 골드마인>은 1970년대에 유행했던 글램락에 바치는 것과 같은 영화입니다. 글램락이 뭐냐구요? 위의 영화 포스터에서 보시는 것처럼 원색의 머리를 하고 화장을 한 가수, 화려한 분장과 의상이 대표적인 영국의 1970년대를 주름잡았던 음악 장르입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1970년대 글램록 최고의 스타였던 ‘브라이언(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분)’이 콘서트 무대에서 암살을 당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자작극으로 밝혀지면서 무대에서 사라지게 된 과거를 배경으로 합니다. 10년이 지나 브라이언의 팬이었던 ‘아서(크리스찬 베일 분)’가 기자가 되어 브라이언 특집 기사를 취재하게 되며 놀라운 진실을 만나게 되는 내용입니다.
극중에서 아서는 동성애적인 성향이 강한 인물입니다. 초반에 그는 관찰자적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영화를 보는 이들은 진정한 주인공이 누구인가를 느끼게 됩니다. 신문 기자가 거물의 미스터리를 알아내기 위해 주변 인물을 취재한다는 포맷은 영화 <시민 케인> 과도 비슷하지만, 관찰자의 역할이 다르다는 것이 <벨벳 골드마인>의 차이점입니다.
<벨벳 골드마인>은 파편적인 구조가 모여 스타론을 재구성합니다. 우리가 알 수 있는 연예인, 스타는 단편적인 존재입니다. 스타란 무엇인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자신이 만들어낸 이미지가 자신을 억압하고 족쇄가 되어 잡아먹기까지 하는, 쇼비즈니스 산업의 앞면과 뒷면을 다루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음악 영화답게, <벨벳 골드마인>은 OST가 극찬을 받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영화 속 백밴드가 어마어마한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기도 합니다.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 스웨이드의 버나드 버틀러, 플라시보의 브라이언 몰코까지. 몸값이 어마어마한 이들이 음악 영화에 집결했습니다 영화작가 이동진은 <벨벳 골드마인>의 OST를 최고의 OST 중 하나로 꼽기도 했죠.
이 영화는 무엇이 거짓이고 진실인가 같은 딱딱한 것보다는 인간의 심리와 감정에 더 집중합니다. 나를 송두리째 사로잡았던, 미친 것처럼 격렬하게 타올랐던 경험이 있냐고 묻는 영화이며 그런 경험에 바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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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 낫 데어(2007)
영화 <아임 낫 데어>는 전설적인 가수 ‘밥 딜런’ 특유의 시적인 가사를 영화를 관통하는 줄기로 삼아,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렬한 아이콘의 초상을 완성했다고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밥 딜런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외양의 캐릭터를 넘어, 그의 삶을 7명의 캐릭터를 통해 표현하고 보여주는 독특하고 색다른 형식의 도전이 인상적인 전기 영화이기도 합니다. 밥 딜런 전기 영화라고 보았다가 왜 밥 딜런은 안 나오고 듣지도 보지도 못한 7명의 인물이 나와 당황하실 수도 있지만, 그 모두가 밥 딜런이랍니다. 그 모두가 밥 딜런이 아니기도 하구요. 무슨 말인지 궁금하시다면 글을 끝까지 읽어주세요!
영화의 시작은 밥 딜런이 죽고 그를 부검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뮤지션 밥 딜런을 표현하는 쥬드, 잭, 존과 문화적 배경과 영감의 원천인 우디, 빌리, 아서가 추가적으로 형상화된 밥 딜런인데 이 밥 딜런들은 남자, 여자, 백인, 흑인, 노인, 소년까지 다양한 계층을 망라하는 구성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영화는 마치 가운데가 텅 빈 도넛처럼 밥 딜런을 묘사함에 있어 밥 딜런을 빼버리고 그를 둘러싼 이미지를 표현한 7명의 캐릭터에 집중합니다. 그에 대해 잘 알려진 사실부터 어찌 보면 뜬금없게 여겨질 수도 있는 사실들까지, 밥 딜런의 모든 면을 다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전기영화입니다.
사실 밥 딜런이 굉장하다는 것은 상식으로 알아도 정작 뭐가 대단한지 느껴본 사람은 드뭅니다. 그러나 번악곡만 들어본 한국인 중에 그를 좋아하는 사람은 찾기 어려운데 밥 딜런의 굉장함은 가사의 대단함에 있기 때문입니다. <아임 낫 데어>는 밥 딜런을 이해하기 위한 입문서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OST의 경우 사운드 트랙에 소닉 유스, 캣 파워, 욜라 탱고 등의 쟁쟁한 뮤지션들은 물론이고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주제가를 부른 수프얀 스티븐스까지 참여해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밥 딜런의 삶에 대한 집요하리만치 심도 깊은 분석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제목인 I’M NOT THERE은 밥 딜런의 미발표곡에서 따오기도 했고, 영화의 중심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묘사를 하면 할수록 그 모든 것이 밥 딜런이면서 밥 딜런이란 진정 누구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밥 딜런은 거기 없었다. 이것이 이 영화가 진정 말하고자 하는 바이며 토드 헤인즈의 스타론이기도 합니다. 나아가 이것은 타인의 인식 속에서 존재하는 나라는 존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타인에 대한 인식론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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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천재, 음악 영화 천재로 불리는 토드 헤인즈의 개성적이고도 매력 넘치는 음악 영화 두 편을 소개해드렸습니다. 귀와 눈이 즐겁고 철학적인 깊이까지 제공하는 멋진 영화들을 보고 싶으시다면, 지금 바로 B tv에서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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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시리즈 > 테마추천관 > 이동진, 김중혁의 영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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