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소개해드린 영화당 108회에서는 트립 투 시네마라는 주제로 두 편의 영화, <트립 투 잉글랜드>와 <트립 투 이탈리아>를 소개해드렸죠?
영화당 109회에서는 마치 내가 진짜 전장에 있는 것처럼, 숨막히고 살 떨리는 서스펜스 영화 두 편을 다루어볼까 합니다. 두 영화의 감독은 최초의 아카데미 수상 감독의 영예에 빛나는 전장영화의 여왕, 세상에서 폭발물을 가장 잘 다루는 감독 ‘캐서린 비글로우’입니다.
사회통념이 요구하는 여성적인 이미지를 넘어서 남자보다도 선 굵은 영화를 만들기로 정평이 나있는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전쟁 3부작, <K-19> <허트 로커> <제로 다크 서티> 중에서 최근에 개봉한 영화 두 편을 소개해드릴게요
#허트 로커(2010)
<허트 로커>는 전쟁영화라기보다는 전장영화라고 부르는 평론가들이 많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내가 있는 곳이 TV나 컴퓨터 화면 앞이 아니라, 이라크의 전장 한복판인 것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영화에도 화풍이 있다면, 캐서린 비글로우 화백은 극사실주의 화풍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 다루었던 <덩케르크>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처럼, 인물의 심리와 사실적인 화면에 집요하게 다가가는 카메라 워크는 그녀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허트 로커라는 말은 미군에서 쓰는 속어로 벗어나기 어려운 물리적, 감정적 고통의 기간과 빠져나올 수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을 뜻하는데요. 이라크전에 참전한 미군, 그것도 극한 상황을 요구 받는 폭발물제거반을 통해 이 말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이제 ‘호크아이’로 더 유명해진 ‘제레미 레너’가 본인의 연기력을 인정받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여담으로, ‘팔콘’ 역을 맡은 안소니 마키가 폭발물제거반의 일원으로 나온다는 사실.
<허트 로커>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팀장을 잃은 미군 폭발물 제거반에 부임한 베테랑 팀장 ‘제임스(제레미 레너 분)’가 독단적 행동으로 팀원들을 위험천만한 상황에 빠트리게 되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제대까지 남은 시간은 38일. 팀원들이 과연 무사히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전쟁 시리즈에서 중심인물은 자신의 사명감에 중독된 것처럼 그려집니다. 특히 제임스는 위험천만한 스릴 속을 걷는 것을 즐기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죽음의 고비에서 외줄타기를 하는데요.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던 한 인물이 광기에 휩싸여 점점 변해가는 모습, 처음 그 장면의 인물이 아닌 듯한 마지막 장면 속 주인공을 바라보는 소회도 대단한 영화입니다.
세밀한 심리만큼이나 전장의 디테일과 큰 그림까지 잡은 명감독의 작품답게, 이라크 전장이 어땠는지 다큐멘터리처럼 볼 수 있는 영화가 <허트 로커>입니다. 단순함이 주는 극단적 서스펜스를 통해, 정치색을 빼고 전장 그 자체를 진저리 쳐질 정도로 사실적으로 그려낸 끝에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6개 부문에서 수상을 했지요
남편이자 동료인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을 제치고 수상한 상도 많은데, 이를 기쁘게 받아들이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감동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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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다크 서티(2012)
전쟁 3부작의 마지막은 정보원이 주인공입니다. 첩보원, 스파이 등 다양하게 부를 수 있지만 영화 속 대표적인 정보집단인 CIA의 요원, 그 중에서도 여성요원이 주인공인 작품인데요. 그녀는 놀랍게도 미국의 최대작전 중 하나였던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인 넵튠 스피어에 지대한 역할을 끼친 인물로 그려집니다. 요원 ‘마야’ 역할은 ‘제시카 차스테인’이 맡아 열연하였는데, <헬프> 등에서 착하고 여리게 나왔던 그녀가 CIA 요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염려하던 이들에게 통렬한 한 방을 먹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디테일에 대한 집착이 병적인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은 마야를 기존의 영화 속 총질을 하고 다니고, 로맨스가 주 업무인 요원이 아니라 마치 CIA 요원 직업 체험 방송인 것처럼, 어떻게 보면 지루할 정도로 요원들의 업무방식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작중에서 우리가 원하는 전투나 화려한 액션이 나오는 장면은 후반 몇 분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마야는 끊임없이 정보를 수집하고, 해석하고,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그것을 머릿속에서 뭉쳐 작전을 입안합니다.
정보원의 진짜 전장은 작전이 벌어지는 총격의 현장이 아니라, 수배범들의 포스터와 위성사진이 가득한 상황실과 분석실인 것이라는 거죠. 친구를 테러로 잃고, 본인도 블랙리스트에 올라 암살 위협을 겪으면서도 마야는 끊임없이 분석하고, 분석하고, 의심하고, 다시 분석한 끝에 오사마 빈 라덴의 위치를 특정해냅니다. 어떠한 팡파레도, 격한 제스쳐도 없고 심지어 역사를 아는 이들은 다 알 정도로 뻔한 결론임에도 전율적인 장면인 이유는 감독이 사막의 모래처럼 건조한 시선으로 우직하게 그녀의 뒤를 따른 덕분일 것입니다.
심지어, 마지막 작전조차도 어떠한 카타르시스를 보여주기보다는 철저한 준비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듯한 카메라의 활용이 인상적입니다. 오사마 빈 라덴의 죽음조차도 그저 작전의 일부일 뿐이며, 이후 대통령이 미국의 고문행위를 부정하는 모습을 지극히 삭막한 눈으로 바라보는 마야를 비롯한 CIA 요원들의 무심한 표정은 이 영화의 명장면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 <제로 다크 서티> B tv 메뉴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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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쟁영화라고 하면, 미국제일주의와 화려한 전투장면 등이 먼저 떠오르실 겁니다. 캐서린 비글로우의 전쟁영화는 전장과 인물, 인물의 심리에 무서울 정도로 접근하며 오히려 누가 옳고 그르고의 문제에서 벗어난 전장 그 자체를 현실감 있고, 긴장감 있게 그려냅니다.
영화의 호흡이 느려지는 것이 오히려 보는 이의 숨을 막히게 만들고, 상황이 해소될 때까지 눈 하나 깜짝하지 못하게 만드는 거장의 연출력을 경험해보고 싶으시다면, 소개해드린 두 편의 영화 <허트 로커>와 <제로 다크 서티>를 감상해보시기를 권해드릴게요. 두 편의 영화는 모두 B tv에서 시청하실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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