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동물 사전>을 봤다. 에디 레드메인에 빠졌다. 그리고 니플러가 자꾸 꿈에 나타난다. 이게 뭔가 싶다. '신동사' 후유증인가. 에디 레드메인은 전에 없는 독특한 캐릭터를 가졌다. 약간은 허당끼가 있어 보이지만 허술해 보이지는 않는 캐릭터. 말투, 행동, 걸음걸이, 손끝 하나하나가 계산된 것처럼. 아니, 마치 의도한 것처럼 연기의 디테일이 예술이다. 에디 레드메인의 본명은 에드워드 존 데이비드 레드메인. 영국의 중산층 집안 출신이다. 영국의 명문 학교인 케임브리지 대학교를 졸업했다.
학교에서 예술 역사학을 공부하던 중 연기에 매력을 느끼게 되어 2002년 연극 <십이야>로 무대에 서게 된다. 이때 배역은 남장여자인 비올라 역이었다(그의 여장 연기가 궁금하다면 영화 ‘대니쉬 걸’을 참고하자). 큰 배역은 아니지만 연극과 TV를 거쳐 2006년 <라이크 마인드>로 영화배우로 데뷔하게 된다. <천일의 스캔들>, <블랙 데스>, <대지의 기둥> 등 1년에 두세 작품씩 작업하며 커리어를 쌓던 중, 영화 <레미제라블>의 마리우스 역으로 빵 뜨게 된다. 그리고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 스티븐 호킹을 어마무시하게 소화하며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외모면 외모, 연기면 연기, 주근깨면 주근깨. 애교면 애교. 뭐하나 부족함이 없는 배우 에디. 그의 볼만한 작품을 골라봤다.
# 신비한 동물 사전
<해리포터 시리즈>의 J.K 롤링의 마법이 다시 시작됐다. <해리포터>가 끝난 뒤, 6년 만에 <신비한 동물사전>을 다시 세상에 내놓은 것. 전 세계에서 개봉 첫 주 만에 2억 1,83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제작비 1억 8000만 달러를 일주일 만에 땡겨 버렸다(하, 투자할걸...). 입소문을 타고 이번 주에만 벌써 300만 명 이상의 관객이 동원될 예정이다. 어른들의 ‘포켓몬스터’라고 불리는 이 신비한 동물들. 마력이 어마무시하다. 극 중 에디가 맡은 뉴트 스케맨더라는 마법사는 교감 능력이 남다른 인물이다.
영화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코뿔소를 닮은 동물인 에럼펀트와의 춤. 거대한 동물 에럼펀트를 잡기 위해 춤으로 그를 유혹해야 했다. 인터뷰를 보니 JK 롤링은 대본에 두 줄만 썼다고 한다. '뉴트가 짝짓기 춤을 춘다'. 에디 레드메인은 이 춤을 위해 무용수에게 무용을 배웠다는 것. 어쩐지 춤사위가 김연아 같더라니. 그 섹시한 춤사위에 코끼리만 한 덩치도 넘어갈 정도였으니 얼마나 섹시했는지는 직접 영화로 확인할 것! '신동사'는 에디의 첫 프랜차이즈 무비다. '해리포터'의 아성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가볍게 분리수거해버린 에디. 앞으로 2년마다 한편씩 시리즈로 개봉한다고 하니, 10년 동안은 살아갈 이유가 생겼다.
# 대니쉬 걸
에디 레드메인의 연기가 그야말로 미친 작품. <레미제라블>을 연출한 톰 후퍼 감독과의 두 번째 만남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고 세계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한 릴리 엘베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도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덴마크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영상미도 한 폭의 그림처럼 예쁜 영화다. 부인과 너무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한 화가가 성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에디는 이 작품으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었으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밀리며 아쉽게 놓친 바 있다.
영화적 배경은 1920년대. 감독이 시대 배경에 맞는 의상 디자인, 색깔, 질감까지 얼마나 세세하게 신경 썼는지 알 수 있다. 에디의 연기는 더 끝내준다. 눈을 깜빡일 때의 그 찰나의 순간, 웃을 때의 표정, 부끄러워하는 모습, 앉을 때 다리를 비스듬하게 꼬는 것, 물건을 집을 때는 손짓까지. 그의 움직임 1mm에서 '천상 여자'의 기운이 느껴진다. 만약 그가 한X 포차에 닭발을 먹으러 왔다면 바로 번호를 물어봤을 정도. 상대 배우인 알라시아 비칸의 감정 연기 또한 실제 상황처럼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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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이 영화를 보고 그 여운에 사흘 정도 잠을 못 잤던 기억이 난다. 무엇보다 동시대에 같이 살고 있는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실제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 몰입해서 봤던 기억이 난다. 촉망받는 물리학도 스티븐 호킹. 첫눈에 사랑에 빠진 제인 와일드와 사랑에 빠지지만 루게릭병을 선고받으며 앞으로 2년 안에 죽을 것이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이야기를 듣는다. 스티븐 호킹의 20대부터 40대에 이르기까지. 20년의 긴 시간처럼 에디도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한 영화 평론가는 에디의 연기를 보고 '세포 하나하나까지 통제하며 움직이는 듯한 적확하고 눈부신 열연'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스티븐 호킹이 직접 에디에게 '놀라울 정도의 연기. 나 자신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라며 극찬하기도 했다. 에디는 이 연기를 위해 몸무게를 10kg가량 감량했고 직접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만나보기도 했다고. 그리하여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골든 글로브상에는 무려 4개 부문에 후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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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미제라블
유명하니까 보고, 남들이 얘기하니까 보고, 좋아하는 배우들이 나와서 보고, 에디가 나와서 보지만 볼 때마다 '영화 참 길다'는 말이 가장 먼저 나오는 작품. 에디는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연인이자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앞장서서 싸우는 열혈 청년 마리우스 역을 맡았다. 첫 등장부터 그 훈훈한 미소, 매력적인 주근깨에 빠져든다. 영화 최초로 현장 녹음을 진행한 작품인데, 바로 여기서 에디 레드메인의 숨겨진 노래 실력을 볼 수 있다. 그는 7살 때 <레미제라블>을 처음 본 이후 "가브로쉬 역이 너무 하고 싶었다"며 그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실제로 이번에 가브로쉬 역을 맡은 다니엘 허틀스톤에게 "진짜 부럽다"고 말했을 정도. 사실 에디는 <레미제라블>의 광팬으로 뮤지컬에 나오는 모든 노래를 외우고 있다고 한다. 실질적으로 영화 내에서 에디의 비중은 조금 작은 편이다. 하지만 임팩트는 확실하다. 아,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나면 멜론에서 ‘레미제라블 OST’만 골라 듣는 후유증에 시달릴 수도 있으나, 누구나 그러므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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