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볼 때 유명한 거장 감독 이름을 보면 왠지 모르게 겁을 먹곤 합니다. 명작인 건 당연지사, 그런데 '내용이 어렵지 않을까?' 혹은 '재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걱정은 NO! 주인공을 죄다 자살하게 만들던 필립 가렐 감독은 발랄해졌고, 허우 샤오시엔 감독은 첫 무협영화를 찍었으며,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는 마틴 스콜세지 등 다른 거장들의 뇌를 쭈뼛하게 만들었다는 사실! 그래서 오늘은 영화계가 주목하는 세 거장의 영화와 대표 작품들을 만나 보려고 하는데요, 어렵지 않을까 겁먹지 말고, Blog 지기와 함께 천천히 알아보도록 해요!
'새로운 물결'이라는 뜻을 가진 '누벨 바그'의 거장 필립 가렐 감독 작품 [인 더 섀도우 오브 우먼]은 2015년 작품이지만 흑백영화입니다. 프랑스판 [사랑과 전쟁] 같은 스토리에, 필립 가렐 감독 영화 가운데 프랑스에서 가장 흥행한 작품이기도 하죠.
남편 '피에르(스타니슬라 메하르)'와 부인 '마농(클로틸드 쿠로)'은 함께 프랑스 레지스탕스 생존자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동지이기도 합니다. 부인은 물심양면 다큐멘터리에 정진하는데 남편은 질질 끌기만 하더니 급기야 필름보관소에서 만난 젊은 대학원생 '엘리자베스(레나 포감)'와 사랑에 빠지는데요, 어느 날 '엘리자베스'가 '피에르'에게 충격적인 소식을 전하는데 부인 '마농'에게도 애인이 있다는 겁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보고 뭐라 한다고 '피에르'는 아내의 외도에 눈이 뒤집히게 되고... 이 부부의 비밀과 갈등은 이들이 찍는 생존 레지스탕스의 배신과 밀고의 역사와 묘하게 엮이게 됩니다.
사랑과 소통은 정말 가능할까요? 사랑이란 게 사소한 농담 한마디에도 와장창 무너져내리기 일쑤인데요. 영화는 닿을 수 없는 사이를 두고도 닿으려 몸부림치는 부부 또는 연인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비밀의 아이](1982)를 보면 주인공 직업이 영화감독입니다. [평범한 연인들](2005)에는 친아들 루이스 가렐이 출연하기도 했죠? 특히 그의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많이 자살했는데요, [평범한 연인들]에선 68혁명 당시 주인공이 혁명이 실패하고 애인이 떠나자 권총으로 자살하고, [야성적 순수](2007)에서는 여자 주인공이 자신이 남자친구의 과거 애인의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돼 자살합니다.
[인 더 섀도우 오브 우먼]도 '섀도우'가 어쩐지 불길해 보이는데요. 그런데 스포일러를 무릅쓰고 밝히자면 아무도 안 죽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며 필립 가렐 감독 영화들은 '희망'을 말하기 시작했거든요. [인 더 섀도우 오브 우먼]도 그 연장선에 있는 영화랍니다.
■ 「인 더 섀도우 오브 우먼」 보기 : 영화/시리즈 > 해외영화 > 드라마
━
필립 가렐 감독 필모그래피
필립 가렐 감독은 과연 어떤 인물일까요? 그의 아버지 모리스 가렐은 배우이자 연극 연출가였습니다. 필립 가렐 감독은 열여섯 살에 첫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때부터 비평가들을 사로잡았답니다. 68혁명의 기운을 듬뿍 받아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1964) [방문할 권리](1965) [아네모네](1966) 등 젊은이들의 갈등을 소재로 기존 영화문법을 뒤집는 시도들을 해왔고, 사적인 영화를 만들기로도 유명합니다.
━
이 영화는 세기의 문제작입니다. 1970년에 나왔는데 고전은 역시 죽지 않나 봅니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을 연출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은 "영화 [순응자]는 내게 모더니즘을 잉태시켜줬다"고 말하며 '정상'으로 향하는 폭주가 어떻게 파시즘으로 탈바꿈하는지 매의 눈으로 관찰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 '마르첼로(장-루이 트린티냥)'는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인물입니다. '줄리아(스테파니아 산드렐리)'와 결혼을 앞두고 있죠. 그런데 '줄리아'가 '마르첼로' 집안의 비밀을 폭로하는 익명의 편지를 받게 됩니다. 편지를 보면 '마르첼로' 아버지는 매독 탓에 정신병을 앓고 있는데, 실제로도 정신병동에 수감 중이었죠.
그 아버지와 '마르첼로'는 절대 화해할 수 없는 사이입니다. '마르첼로'는 사회가 '비정상'이라고 딱지 붙인 것들에 둘러싸여 자랐습니다. 성인이 된 그는 '정상'이 되려고 파시스트가 됩니다. '정상'이 되려고 가장 '비정상'적인 상태를 택한 겁니다. 당시는 파시스트가 지배하는 세계니까.
■ 「순응자」 보기 : 영화/시리즈 > NEW 업데이트
━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 필모그래피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은 [1900](1976) [마지막 황제](1988)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1996) [몽상가들](2003) 등을 만들었습니다. 그의 생물학적 아버지는 유명한 시인인 '아틸리오 베르톨루치'고 자신의 영화의 아버지는 '장 뤽 고다르' 감독이라고 말했는데요, 그런데 그는 이렇게 회고하기도 했습니다. "내게 영화 만들기란 아버지를 죽이는 나의 방식임을 깨달았다." 그에게 '아버지'는 파시즘의 다른 이름이기도 했습니다.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을 홀로 부여잡고 휘두르는 권위, 다름을 허락하지 않는 폭력성을 말하는 거죠. 이를 가장 날렵하게 베어내 보여주는 작품이 바로 [순응자]입니다.
━
[비정성시](1990) 등을 만든 허우 샤오시엔 감독은 역사의 풍랑에 좌초해버린 인간의 비극을 그려왔습니다. 리얼리스트인 그가 무협물을 만들다니! [자객 섭은낭]은 그래서 '다른' 무협영화입니다. 보통 무협영화에선 고수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건 기본, 혼자 100여 명은 너끈히 상대하고 영화의 초점은 그 화려한 몸놀림에 맞춰져 있는데요. 이에 비해 '섭은낭(서기)'은 자객은 자객인데 누굴 잘 못 죽이는 자객입니다.
실력이 모자라서가 아닙니다. 무술이야 이미 완벽한 경지에 올랐는데, 마지막 목숨을 거둘 때 번민하게 되는 거죠. 영화의 초점은 그 '번민'에 있습니다. 이는 '섭은낭'이 자객이 된 배경과도 연관됩니다. 되고 싶어 된 게 아니거든요. 당나라 시대, 복잡한 정치적 상황에 휘말려 10대 때 여도사에게 맡겨져 자객으로 자란 '섭은낭'. '섭은낭'이 무협고수일지라도 그 시대의 수레바퀴에 짓눌린 개인이란 점에서 이전의 감독작품들과 일맥상통하는 인물입니다.
대만 영화의 새 바람을 이끈 허우 샤오 시엔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자객 섭은낭]은 당나라를 배경으로 한 영화인데요, [비정성시] [동년왕사] 등 근현대 대만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찍어온 그가 근대 이전의 중국을 카메라에 담은 것이 새로운 도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자객 섭은낭」 보기 : 영화/시리즈 > 해외영화 > 액션
━
허우 샤오 시엔 감독 필모그래피
허우 샤오 시엔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무협 소설을 즐겨 읽었다고 합니다. 동네 도서 대여점에서 무협 소설을 몇십 권씩 통째로 빌려 오는 역할을 도맡았다는 여담이 있는데요, 허우 샤오 시엔 감독은 "소설 속의 무협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허구였지만 불의를 무찌르는 정의로운 세계라는 점에 끌렸던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오늘은 세 거장과 그들의 영화를 살펴보며 그동안 어렵게 생각했던 거장 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탈피하는 자리를 마련했는데, 어떠셨나요? 이제부터 무조건 어려울 거라는 편견은 버리시고 영화에 대한 식견을 넓혀보시기 바랍니다. 이상 Blog 지기였습니다:)
*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
술 한 잔 하고 싶게 만드는 영화 best 6 (0) | 2016.03.24 |
---|---|
태양의 후예부터 더킹투하츠까지! 군대 배경 드라마 추천 (0) | 2016.03.23 |
패션부터 뷰티까지, 스타일 참고서 B style만 있으면 걱정 끝! (0) | 2016.03.18 |
배우 유아인의 태평양급 스펙트럼, 앞머리와 눈빛의 비밀 (0) | 2016.03.17 |
영화로 살펴보는 인공지능 로봇의 미래 (0) | 2016.03.16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