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당 억소리 나는 스타 드라마 작가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요즘 가장 뜨거운 작가를 꼽자면 단연 김은숙. 스토리는 말할 것도 없고 심장 박동수가 고막까지 들리는 심쿵 명대사를 가래떡 뽑듯 쭉쭉 뽑아낸다. 감독도 배우도 시청자도 그리고 광고주까지 사랑하는 그녀. 역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심심할 땐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 최고다. 걸그룹 여자친구처럼 시간을 달려서 언제 그랬냐는 듯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다. 이정도면 타임 킬링이 레옹급. <태양의 후예>가 끝나고 후속작 <도깨비>도 벌써부터 기대만발이다. 올해 안에 tvN에서 방영될 예정이고, 주인공은 공유가 낙점됐다. 카X 커피처럼 달콤한 도깨비 역할인가보다. 아직 제작발표회도 안했는데 벌써 달달한 느낌이 든다. 지난 12년간,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를 훑어봤다. <태양의 후예>부터 <온에어>까지. 역시나 명작들뿐이다. “애긔야 가자!”를 외치며 닭살을 불러일으키는 몇몇 작품은 뺐다. 드라마 보다가 손 오글거려서 혹시 쥐라도 날까봐.
#태양의 후예(2016)
출연 : 송중기, 송혜교, 진구, 김지원
말하자면 입 아프고 설명하자면 날이 새도 모자란 명작. 지카 바이러스보다 지독한 송중기 바이러스로 아시아 전역은 열병에 시달렸으며 배우들의 닭살 연기에 전국양계장에 닭살 경보가 내렸다. 중앙아시아 가상 국가 우르크를 배경으로 전쟁과 질병으로 얼룩진 낯선 땅에 파병된 군인과 의사들의 이야기다. 작가가 미필을 입증하듯 허점이 가득한 군대로 묘사되는건 감점 요소지만 오글거림과 PPL을 적절하게 배합하여 여심을 저격한 것은 높이 살만하다. 평균 시청률 30%대, 마지막화는 40%라는 말도 안 되는 시청률을 찍었다. 군대식 말투인 “~지 말입니다”를 유행시켰지 말입니다.
■ 손발이 오그라드는 명장면 (9화)
송혜교 : 제가 오전이랑 오후랑 어떻게 다른데요?
송중기 : 오전엔 되게 예쁘고, 오후엔 겁나 예쁘죠.
#상속자들(2013)
출연 : 이민호, 박신혜, 김우빈, 크리스탈
원래 제목은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 상속자들>이다. 상류층만 다니는 ‘제국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고교생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요즘 잘나가는 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는데 김지원, 강하늘, 제국의 아이들의 박형식, 씨엔블루의 강민혁, 김희철 등이 나온다. 아이돌이 대거 출연하여 거부감이 들 수도 있으나 신경쓰지 않는다면 꽤나 재미있는 드라마다. 전체적으로는 <꽃보다 남자>를 연상케하는 느낌도 든다. 자잘한 패러디나 중간중간 피식거리는 요소가 많다. <영웅본색>, <쉬리>를 패러디하기도 하고, 14회 인사이동 대상자 명단에 소녀시대, f(x), 제국의 아이들 멤버 이름이 껴 있기도 하다. 광고 드라마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눈에 띄는 PPL이 많은데 가장 최고는 10화의 캠핑씬. 텐트부터 아웃도어 의류까지 한 브랜드만 나오길래 무슨 ‘검은 물소’ 군단인줄 알았다.
■ 손발이 오그라드는 명장면 (2화)
이민호 : 나 너 좋아하냐?
#신사의 품격(2012)
출연 : 장동건, 김하늘, 김수로, 김민종, 이종혁
40대가 이렇게 멋있어도 되나? 사랑 찾아 인생 찾아 떠나는 40대 꽃중년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장동건의 브라운관의 복귀작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꽃미남 김민종의 재조명, 김하늘의 연기력이 더 인정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했다. 아재들이 많이 등장해서 그런지 ‘아재개그’가 종종 등장하는 것도 꿀재미. 전지현이 왔다는 전화에는 시큰둥했던 4인방이 임요환이 왔다는 말에 부리나케 뛰쳐나가는 장면을 보면 ‘나이 먹은 철부지가 여기도 있구나’라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김우빈은 이 드라마로 주연급으로 성장했으며 <개그콘서트>는 이 드라마를 패러디하여 허경환이 <거지의 품격> 코너를 만들었다. AOA 혜정도 까메오로 출연한 적이 있다.
■ 손발이 오그라드는 명장면 (10화)
“오늘보다 어제가 청춘이고 그래서 늘 나는 오늘보다 어제 열정적이었고 어제보다 그제가 더 대범했어요. 그렇게 난 매순간 최선을 다했어요. 난 그저께 보다 어제가, 어제보다 오늘이 제일 성숙하니까”
#시크릿 가든(2010)
출연 : 현빈, 하지원, 윤상현, 김사랑
여자 스턴트맨과 부잣집 도련님의 사랑이야기. 심지어 두 사람의 몸이 바뀐다는 유치원 수준의 설정. 오글거림과 진부함이 난무하는 드라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본방을 사수해야했던 마성의 드라마다. 막장의 소재가 없어서 거리낌없이 봤던 1人으로서 “이탈리아 장인이 한땀한땀”같은 재기발랄한 표현도 마음에 든다. 처음에는 코믹적인 요소도 많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줄거리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나 해가 거듭될수록 극이 진지하게 진행되니 참고하자. 참고로 드라마에서 로엘 백화점으로 나온 백화점은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이고 송재림이 15화에서 언더그라운드 가수로 깜짝 출연한다. 마지막회는 38.6%라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했다.
■ 손발이 오그라드는 명장면 (10화)
거품키스를 하는 장면. 이때부터 소개팅에 나갈 때마다 카푸치노를 먹기 시작했다. <응답하라 1988>에서도 안재홍과 이민지가 패러디하기도 했다.
#온에어(2008)
출연 : 김하늘, 박용하, 이범수, 송윤아
군대에서 베개를 끌어안고 소리를 지르며 본방사수했던 드라마. 부대에 갇혀있어 사회적인 분위기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당시 60만 장병들은 오글거리는 백혈구 세포를 주체하지 못하고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르느라 탈영 직전까지 가곤 했다. 본래 PD를 준비했던 에디터는 방송국 이야기라 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톱스타 여배우와 PD, 매니져가 사랑에 빠질 수도 있다는 뻔한 스토리도 그럴싸해보였다. 여배우(김하늘), 드라마 작가(송윤아), 매니져(이범수), PD(박용하) 네 사람의 사각관계가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질질 끌었던 기억이 난다. 영화 <곡성>처럼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봐야하는 드라마다(그래서 마지막에는 어떻게 됐더라?) 최고 시청률은 마지막회의 25.8%. 이 드라마로 이범수만 빼고 모두 상을 받았다. 특히 김하늘과 송윤아는 나란히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 손발이 오글거리는 명장면 (1화)
이범수 “사람들이 널 사랑하게 만들지마. 그럼 거기가 끝이야. 널 끝없이 동경하게 만들어. 그게 스타야!”
*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했습니다. *
* 이 컨텐츠는 필진 '박한빛누리'님의 개인적인 관점에서 작성되었습니다.
SK브로드밴드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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