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은 코믹 연기 전문배우다? 여전히 ‘청순미’의 대명사로 꼽히는 전지현이지만 그녀의 필모그라피를 살펴보면 의외의 구석을 발견하게 된다. 지금껏 참 많이 망가졌고 그녀가 망가질 때마다 작품은 잘됐다는 것. 망가져도 예쁜 그녀, 전지현의 코믹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대표작 4편을 꼽았다.
# 엽기적인 그녀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링크)
<엽기적인 그녀>를 빼고 전지현을 논할 수 없으리라. 한국 로맨틱 코미디 영화계에 한 획을 그었음은 물론이고 중화권, 일본 등 아시아 전역에 신드롬을 불러일으켰고, 할리우드에서도 리메이크된 레전드 영화. 삼성 마이젯 프린터 cf로 일약 섹시스타 반열에 오른 전지현이 이 작품을 고른 건 그야말로 신의 한수였다. 이 작품으로 청순하면서도 발랄하고 건강미 넘치면서도 보호본능을 자극하고 영악해보이면서도 백치미 넘치는 이미지 모두 가질 수 있었으니까. 대머리 아저씨에게 우웨에엑 오바이트를 하고, 말끝마다 “야 너 죽을래?”를 외치면서도 지극히 평범한 견우(차태현)을 미친듯 따라다니는 여주인공이라니 지금은 유치해보이지만 그 당시엔 얼마나 신선했는지 모른다. 게다가 여리여리한 몸매에 투명 메이크업을 한 청순 미녀라서 반전 매력이 배가됐음은 당연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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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은 이 작품으로 제39회 대종상에서 최연소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이때 그녀 나이 불과 스무살이었다. 요즘 관객 눈높이에서는 내러티브 곳곳에 빈틈 투성이겠지만 반짝 반짝 빛나던 전지현의 스무살을 고스란히 담아냈다는 것 만으로도 다시 한번 꺼내볼 가치가 있는 영화. 더불어 오랜만에 pc통신 감성도 추억해보고 말이다.
- 최고의 1분: 극 중 ‘그녀’는 견우에게 이렇게 귓속말 한 뒤 도망간다. “나 시험칠때 노팬티다~ 근데~ 나 오늘 시험봤다~ 나 잡아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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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둑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링크)
그러나 <엽기적인 그녀> 이후 <4인용 식탁>,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데이지>,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설화와 비밀의 부채>까지 모조리 흥행에 실패하며 오랜 기간 침체기를 겪었던 전지현. 그후 무려 8년만에 터진 작품이 바로 <도둑들>이다. 전작 <타짜>에서 김혜수에게 “이대나온 여자”라는 확실한 캐릭터를 부여했던 최동훈 감독. 이 영화에서는 전지현을 “미친x”이자 줄타기 전문 미녀 도둑 ‘예니콜’로 완벽 변신시켰다. 입이 거친 캐릭터인 만큼 이 영화에서 온갖 욕설과 비속어를 쏟아내는 전지현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있다. (<엽기적인 그녀>의 “죽을래” 같은 귀여운 수준이 아니라 차마 여기에 옮겨 적지는 못하겠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링크)
그렇다고 마냥 ‘센캐’인 건 아니고 의외로 ‘외강내유’ 캐릭터라서 귀엽다. 극 중 자신을 짝사랑하는 연하남 잠파노(김수현)를 “어이구 우리 새끼”라고 부르며 가지고 노는 듯 하지만 본인이 마음을 다 주질 않나, 알고보니 본명은 ‘복희’이고, 의외로 감옥에 갔다온 건 절도가 아니라 ‘간통’인데 본인은 끝까지 ‘사랑’이었다고 주장하는 식. 김혜수, 이정재, 김윤석 등 톱a급 배우가 몽땅 출연하건만 이 영화에서 비주얼 담당, 액션 담당, 심지어 개그 담당까지 도맡았던 건 의외로 가장 분량이 적었던 전지현이었다. 아, 그리고 잠파노와의 로맨스는 이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이어지는데…
- 최고의 1분: “저는 미친년입니다” 마카오 작전이 실패하고 도망가는 와중에 검문 검색에서 이름을 말해야하는 상황. 중국어를 모르는 예니콜이 저렇게 말한 건 본인이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가 저것이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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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에서 온 그대
이미지 출처 : SBS 공식 홈페이지 (링크)
<도둑들>과 <암살>로 다시 살아난 전지현은 브라운관으로 영역을 넓힌다. <해피투게더> 이후 무려 15년만의 드라마 복귀작이었던 <별에서 온 그대>. <도둑들>에서 호흡을 맞춘 김수현과 어마어마한 케미를 보여주어 화제가 됐다. 한류 톱스타 천송이 역할이었는데 아마도 지금까지 그녀가 맡았던 모든 캐릭터를 통틀어서 가장 본인과 닮지 않았나 싶다. 근거는 그해 <sbs 연기 대상>에서 그녀가 보여주었던 의외의 ‘푼수끼’. 이 당시 영상은 ‘현실 천송이’라는 제목을 달고 아직도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중.
이미지 출처 : SBS 공식 홈페이지 (링크)
<엽기적인 그녀>나 <도둑들>에서의 코믹 연기가 단지 캐릭터를 공고히 하는 정도였다면 이 작품에서는 매 회, 매 에피소드마다 철저히 망가진다. 천송이 원맨쇼를 보려고 ‘별그대’ 본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정도. 영화보다는 오바스럽지만 솔직히 재밌긴 하다. 눈물 한 방울 흘리고 말 것도 끄억끄억 소리를 내면서 오만상을 다 써서 울고, 애교를 부릴 때도 ‘아잉’ 정도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해지마아아아 해지마해지마 그르지마아아악~”라며 오도 방정을 떤다. 신기한 건 그러다가도 순간순간 감정을 잡고 진지한 눈빛 연기를 해낸다는 것. 연기 못하는 배우였으면 그냥 망가지고 끝났겠지만 역시 전지현은 전지현이었다.
- 최고의 1분: “천송이가 랩을 한다 쏭쏭쏭~ 내 이름은 천쏭이 우리 언니 만쏭이 내 동생 백쏭이" 자뻑 여왕 천송이는 운전을 할 때도 조용히 가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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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바다의 전설
이미지 출처 : SBS 공식 홈페이지 (링크)
<별에서 온 그대> 이후 박지은 작가와 두번 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 육지에서 만난 인간 남자 준재(이민호)에게 반해서 뭍으로 올라 온 멸종 직전의 인어 역할이다. 22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서 cg로 ‘인어 전지현’을 그럴 듯하게 구현했다. 인간 세상의 물정을 모르는 캐릭터인 만큼 일부러 웃기려고 한다기보단 본인은 진지한데 상황이 그렇게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오죽하면 이름부터 ‘심하게 멍청’하다는 뜻의 ‘심청’일까. ‘친구 먹었다’는 말을 진짜로 친구를 잡아 먹은 줄 알고 놀란다거나 아이들이 삥 뜯는 걸 보고 나쁜 일인 줄 모르고 그대로 따라한다거나 ‘건물주는 자폭하라’ 셔츠에 쓰레기통에서 주운 ‘랑방 코트’를 매치하고 태연하게 강남 거리를 돌아다니는 식. 급하게 배워서인지 단어 선택도 미묘하다. 준재에게 가장 처음 했던 칭찬은 “네 눈깔, 반짝반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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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었던 회차는 조정석이 특별 출연했던 6회와 7회였다. ‘인밍아웃’은 절대 안된다고 조언하는 동료 인어 조정석과 이를 듣고 끄덕이는 전지현이라니. 두 사람만 진지하고 나머지 모두가 빵 터졌다.
- 최고의 1분: 인어의 눈물은 진주다. 준재(이민호)를 부자로 만들어 주려고 슬픈 멜로 드라마를 보면서 까만 봉지를 귀에 걸고 눈물을 모으는 인어. 웃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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