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06 10:35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링크)

왜 2017년 시작부터 한국사회 민낯을 봐야 하나? B tv가 준비한 세 영화는 그 쓰라린 현실에 눈을 부릅뜨는데, 이 작품들이 전하는 감정은 되레 희망이다. 끝까지 질문하는 용기, 다름을 포용하고 더 큰 꿈을 함께 꾸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 한 해를 시작하는 영화들로 그만인 셈이다.


글 | 김소민



# 일베 청년과 극우 할배 '우리 손자 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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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을 보고 있으면 울화통이 치밀지 모른다. 교환(구교환)은 소방공무원이 꿈이라는데 사실 극우사이트 ‘너나나나베스트’의 ‘애국’ 키보드 워리어다. 여동생이 속옷만 입은 사진도 올리는 작자다. 탑골공원이 아지트인 어르신 정수(동방우)는 종북좌파 척결이 남은 인생의 목표다. 이 둘이 눈맞은 건 세월호 유가족이 있는 광화문광장에서다. 교환은 유가족의 단식투쟁을 비웃듯 폭식투쟁을 벌였고 정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좌파척결을 부르짖었다. 그들 사이 운명처럼 유사 부자의 정이 싹튼다. 김수현 감독의 카메라는 고발이 아니라 깊이 들여다보기를 택한다. 그 두 ‘사람’ 속에 있는 거대한 공허와 슬픔을 포착한다. 이들의 애국 열정은 기괴하고 허망하다. 정수는 김대중 전 대통령 가묘를 만들어 훼손하는 퍼포먼스를 하다 얻어맞는다. 교환은 평화 기원 콘서트에서 폭탄테러를 하려다 헛물만 들이킨다. 그런데 강한 척 표독스러운 말들을 토해 놓는 이들은 기실 구원을 바라는 존재들이기도 하다. 김수현 감독의 카메라는 연민하지도 꾸짖지도 않으며 그들을 지그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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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첩 조작사건의 진실 '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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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감독은 문화방송 <피디수첩> PD였다가 4대강 문제점을 파헤친 다큐 <4대강 수심 6m의 비밀>를 내보내고 해고당했다. 그러나 그의 탐사보도는 멈추지 않았다. 해직 언론인들과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를 만들었다. 이제 시민이 그의 고용주다. 그가 3년 동안 간첩조작사건을 파고들어 다큐멘터리 <자백>을 만들었다. 이 다큐가 희망인 까닭은 질문의 힘 때문이다. 2012년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는 간첩 혐의로 수감됐다. 국정원이 그의 여동생 유가려씨를 여섯 달간 감금 협박해 허위진술을 받아낸 것이 드러난다. 2015년 대법원은 유우성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승호 감독 팀은 한국, 중국, 일본, 태국을 넘나들며 추격을 이어간다.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간첩혐의로 조사 받다 자살한 탈북자 한준식씨, 한준식은 그의 진짜 이름이 아니다. 진짜 이름과 생년월일을 삭제 당한 채 묻혔다. 북에 두고 온 딸에게 부고를 전한 사람은 최승호 감독이다. 전화 받는 사람에게나 거는 사람에게나 고통이었다. 최 감독은 딸에게 한준식씨가 북한에 드나들었다는 국정원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해야 했다. 딸은 사실을 알려줬다. 이어 카메라는 북한과 중국 국경의 얼어붙은 강을 보여준다. 무명인으로 숨진 한준식씨가 견뎌야 했던 시간, 아버지를 그리워했던 딸의 시간이 그 위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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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유학생간첩단사건에 휘말려 고문당한 서울대 유학생 출신 재일동포 김승효씨는 고문 후유증으로 평생 정신병증에 시달렸다. 김승효씨는 말한다. “잊어버리고 싶다는 말이야. 기억하면 가슴이 아파 죽을 지경이야.” 그는 잊을 수가 없고, 그의 인생을 조각내버린 사람들은 사과한 적이 없다. 김승효씨 인터뷰 뒤로 95건의 간접 조작사건 리스트가 이어진다. 이 먹먹한 슬픔을 그나마 위로하는 게 있다면 버티는 카메라다. 국정원합동조사센터 정문에서 검사에게 사과받으려 버틴다. 공항 로비로 쫓아가 유학생간첩단 조작사건 당시 대공수사국장이던 김기춘 앞에 서서 버틴다. 사과하라고 요구한다. 전 국정원장 원세훈에게 묻는다. “어떻게 유우성을 모른다고 하냐”고. 버티는 카메라와 앞뒤 가리지 않고 곧바로 내리꽂는 질문은 힘이 있다. 비록 ‘짐승의 시간’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도 이 다큐가 어떤 해방감을 선사하는 이유다. 1만 7261명이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이 다큐멘터리의 제작비를 댔다. 엔딩 크레딧 6분 30여 초 동안 이어지는 이 후원자들의 이름은, 그대로 희망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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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엮는 끈질긴 뜨개질 '야근 대신 뜨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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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상하다. 사회적 기업 트래블러스맵에 다니는 직원인 나나, 빽, 주이는 ‘공정’한 여행상품을 기획하려고 야근을 밥 먹듯 한다. 셋은 야근 대신 뭔가 재미난 일을 해보기로 뭉치는데 그게 뜨개질이다. 헌 티셔츠를 잘라 뜨개질 해 도시에 온기를 불어넣자는 프로젝트다. 영등포역 버스 정류장 부스에 설치한 뜨개질 작품 근처엔 쓰레기만 쌓인다. 나나는 뜨개질에서 멈추지 않는다. 노조를 만들기로 한다. 보람도 있고 위계질서 딱딱하지 않은 분위기는 좋다. 그런데 경영이 악화되자 임금협상은 회사 맘대로 미뤄진다. 원칙주의자 나나는 이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다. 노조 설립을 놓고 동료들 사이 온도 차이가 있다. 주이는 나나의 뜻을 이해하지만, 나나가 추진하는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뜨개질보다 따뜻한 건 손을 놀리며 풀어놓는 세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다. 밀양 송전탑, 세월호 참사 등에 대한 셋의 의견은 만났다가 어긋나기도 한다. 상대의 의견을 꺾으려고 토론하는 게 아니라 서로를 탐색하고 연대하기 위해서 한다. 노조 설립은 좌절되고 나나는 회사를 그만두지만 광화문광장으로 나와 세월호 유가족들과 뜨개질을 한다. 여기에 주이와 빽도 합류한다. 여전히 얽히고 설키는 뜨개질은 따뜻하다. 나나는 말한다. “동료들은 자극이자 모험.” 박소현 감독은 따로 또 같이 가는 유쾌한 길을 첫 장편 다큐멘터리에서 탐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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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했습니다. *

* 본 포스팅의 원본 글은 B tv 매거진 1월호(링크)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



Posted by SK브로드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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