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김중혁의 영화당 184회. 찌질한 작가들의 비밀 <더 와이프>, <녹터널 애니멀스>
오늘 이동진, 김중혁의 영화당 184회에서는 찌질한 작가들의 비밀, <더 와이프>와 <녹터널 애니멀스>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흔히 생각하는 작가의 일상이라 하면 마냥 고상하고 경건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요.
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가상을 시상하러 나온 배우 ‘로버트 드 니로’는 “작가의 마음은 진정 무서운 것입니다. 고독하고 신경질적이고, 카페인에 중독돼 있고, 자신감 없고 자괴감에 빠져 있어서 컴퓨터를 마주하기도 겁이 납니다. 기분이 좋은 날에 말이죠~”라며 작가가 작품을 창작할 때 어디까지 찌질해질 수 있는지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름만으로도 황홀한 상의 무게와 반비례하는 작가들의 모습을 담은 <더 와이프>와 <녹터널 애니멀스>.
작가들의 비밀 속으로 들어가 보시죠!
# <더 와이프>
작가인 남편 ‘조셉’(조나단 프라이스)의 성공을 위해 평생을 바친 와이프 ‘조안’(글렌 클로즈)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시작되는데요.
마침내 ‘조셉’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고 킹메이커로서 모든 걸 이뤘다고 생각한 순간, 두 사람의 충격적인 비밀이 밝혀지게 됩니다.
영화 초반 노벨상 위원회로부터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게 된 ‘조셉’과 그 순간을 함께 누리고 싶어 다른 방에서 수상 소식을 엿듣는 ‘조안’의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재밌었던 장면인데요.
노벨상을 받은 작가가 상을 통보받고 수상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등을 알 수 있어 소소한 재미를 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더 와이프>는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예술가와 그의 아내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일단 큰 이야기만 보면 영화사에 흔히 나오는, 위대하지만 변덕투성이인 남성 예술가와 헌신적인 아내인 여성 조력자의 이야기 같지만 이 영화에는 반전이 숨어져 있습니다.
과거 장면을 보면 ‘조안’이 젊은 시절 출판사에서 일을 하며 편집위원들의 대화를 듣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 장면은 당시 성 권력이 어떻게 문단을 이끌어 가는지 그대로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는 인물 내면의 측면에서도 중요한데요,
‘조안’은 권력자들의 이야기를 엿듣는 순간, ‘조안’은 자신이 여성 작가로 성공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후 자신이 아닌 남편을 작가로 추천하며 남편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는데요.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일이나 창작에 대한 태도에 대해 완전히 다른 자각을 하며 일과 사랑이 분리된 ‘조안’ 본인의 세계로 복귀하게 됩니다.
그래서 <더 와이프>는 노벨상 수상까지의 로드 무비 같은 영화인 동시에 한 여성 작가의 자각을 다룬 작품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견고한 남성의 벽을 무너뜨린 여성 작가의 탄생기 <더 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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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터널 애니멀스>
<녹터널 애니멀스>는 1994년~2004년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한 세계 최정상의 디자이너 ‘톰 포드’감독의 작품입니다.
패션 디자이너 출신답게 화려한 비주얼과 강렬한 영상미가 특징이죠.
모든 것을 가졌지만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수잔’(에이미 아담스)은 어느 날 소설가를 꿈꾸던 전 남편 ‘에드워드’(제이크 질렌할)로부터 ‘녹터널 애니멀스’라는 소설을 받게 되는데요.
그의 이야기 속 슬프고 폭력적인 사연의 주인공이 된 ‘수잔’은 잊었던 과거의 기억으로 인해 혼란과 충격에 빠지게 됩니다.
영화 전반의 질감을 담은 듯한 ‘톰 포드’ 스타일의 오프닝이 굉장히 인상적인 작품인데요.
영화는 플러스 사이즈의 모델들이 나체 상태를 개의치 않고 즐거운 얼굴로 춤을 추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사회적으로 정해진 아름다움이나, 나체의 상태를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등 일반적인 당위의 반대편에서 기본적이고 본능적인 환희를 그리고 있는 듯한데요.
반면 이것을 보고 있는 ‘수잔’은 사회적으로는 성공했지만 검은색 옷을 입고 환희와 거리가 먼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이는 이 영화가 ‘수잔’의 균열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요.
영화 속 ‘에드워드’가 ‘수잔’에게 준 소설 ‘녹터널 애니멀스’를 관객에게 보여주는 방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에드워드’의 소설 속 자아인 ‘토니’는 ‘에드워드’와 1인 2역으로 등장하지만 ‘수잔’은 철저하게 배제시켜 소설 속 상황과 현실의 자신을 하나로 보게끔 하는데요.
이는 원작인 ‘오스틴 라이트’의 소설 ‘토니와 수잔’보다 영화에서 보이는 ‘수잔’의 심리를 더욱 직접적으로 다루고자 했던 감독의 의도가 잘 드러난 연출이라고 생각됩니다.
<녹터널 애니멀스>는 복수를 위해 글을 쓴 작가 ‘에드워드’를 통해 작가의 한계와 나아가야 할 바를 의미심장하게 말하는 작품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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