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14 18:02

[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영화 ]


여성이 주인공이고, 이들 사이 관계가 주요 관찰 대상인 영화를 흔히 '여성영화'라고 합니다. 이러한 여성 영화는 당연히(?) 여성에게 관심이 높겠지만, 그렇다고 여성만 보란 법은 없죠? 오히려 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는 영화로 받아들여 남녀를 가리지 않고 관람의 폭을 넓힐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평범한 듯 보이지만 기구한 삶을 살아가는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를 소개해 드리려고 하는데요, 이 영화들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와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그럼 Blog 지기와 함께 자세히 살펴볼까요?



"여기가 네 집이야, 언제까지나."

사치(아야세 하루카)

"응. 여기 있고 싶어, 언제까지나."

스즈(히로세 스즈)

화창한 날씨와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으로 봄을 느낄 수 있는 3월도 보름이나 지났습니다. 하지만 꽃샘추위는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여전히 몸과 마음을 차갑게 하고 있는데요, 따뜻한 봄이 오긴 오는 건지 실감이 안 나는 분들에게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추천합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유자차를 친구랑 나눠마신 것처럼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만큼 아픈 이야기도 함께 담고 있는 것이 특징! 이 슬프지만 따뜻한 영화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접근법은 새롭습니다. 마치 담요와 같달까요? 바람난 아버지는 15년 전 세 딸을 버리고 집을 나갔습니다. 그사이 엄마마저 집을 나가버려 세 자매는 할머니와 함께 살았는데요, 그러던 중 감감무소식이던 아버지의 부음을 듣게 되고...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존재도 몰랐던 13살 이복동생 '스즈(히로세 스즈)'를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어느 부분이 담요 같은 접근 법이냐고요? 바로 영화 속에서 이들의 상처를 파헤치려 들지 않은 점입니다.히려 영화의 시선은 옛 상처에 가 있지 않고 네 자매가 상처를 덮어가는 과정에 닿아있습니다. 고성도 없고 머리채도 안 잡는 채 말이죠!  큰언니 '사치(아야세 하루카)'를 비롯해 세 자매는 아버지를 빼앗아간 존재나 다름없는 '스즈'에게 같이 살자고 제안합니다. '사치'는 홀로 남겨진 '스즈'에게서 옛날 엄마가 떠난 뒤 졸지에 가장 신세가 된 자기 모습을 보게 되는데요, 이 이상한 자매들은 바닷가에 함께 놀러 가기도 하고, 유카타를 입고 폭죽놀이를 하며 여느 가족의 모습과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답니다.  


여기 주목!

이 영화의 또 다른 특징은 악인이 없는 점입니다. 그저 상대와 비슷한 처지에 놓이고서 그 마음을 헤아리는 평범한 사람들이죠. '스즈'는 언니들에게 “나는 존재만으로도 상처를 주는 사람”이라 말하며 서로의 상처를 응시하고 다독이면서 자매들은 진짜 자매가 되어갑니다. 자신들만의 추억을 쌓아가는 것이죠. '스즈'는 언니들한테 “새엄마가 제일 싫다”며 감정을 토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뿌리가 비록 상처에 있다고 해도 그들이 함께 심은 추억의 나무는 싱싱하게 자라게 됩니다. 

■ 바닷마을 다이어리 보기 :: 영화/시리즈 > 해외영화 > 드라마



"내가 잘하는 일을 하는 게 내가 행복한 길이야"

브룩(그레타 거윅)

"그녀와 있다 보면 뉴욕에 있는 것 같다.

숨고 싶은 대신 삶을 찾아 나서고 싶어진다."

트레이시(롤라 커크)


20대 여자와 30대 여자의 홀로서기 내용을 담고 있는 [미스트리스 아메리카]. 이 한 줄을 보면 줄거리가 빤하다고 생각되는 분들이 계실 텐데요, 그 줄거리가 무엇이건 이 영화의 이야기를 맞추지 못할 확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프란시스 하](2014)와 [위아영](2015)을 만든 노아 바움백 감독은 그렇게 만만한 이야기꾼이 아니기 때문이죠.


이제 막 뉴욕 생활을 시작한 '트레이시(롤라 커크)'는 학교생활에 적응을 좀처럼 하기 힘든데요, 그러던 중 식당에서 감자튀김을 홀로 먹다 휴대폰 연락처에서 '브룩'이란 이름을 발견하고 멈칫합니다. '트레이시' 엄마의 재혼 상대 딸이 바로 '브룩'이기 때문! 그러니까 곧 의붓자매가 될 사이인 것이죠.  막상 만나본 30대 '브룩'은 뉴욕 그 자체처럼 매력적입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인데 잘나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머가 넘치는 건 확실합니다. “너 호텔 바워리 알아?” “알죠, 세상에!” “그 건물에서 한 블록 더 가면 아주 세련된 제모샵이 있어, 거기 대기실 인테리어 내가 했잖아.” 이런 식이랍니다.


여기 주목!

'브룩'의 인생이 난관에 봉착하는데 남자친구의 변심 탓입니다. 이 여자를 '브룩'과 '트레이시'가 찾아가게 됩니다. 이 상황을 통해 영화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튀게 되는데요, 다른 듯 닮은 두 여자가 자기 자신을 껴안으며 두 발로 서는 과정을 보게 됩니다.

■ 미스트리스 아메리카 보기 :: 영화/시리즈 > 해외영화 > 드라마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야. 

우리는 그냥 맡겨두기만 하면 돼..."

여자(윤다경)

"엄마, 애기 태어나면 어떻게 돼?"

소녀(안지혜)

고급 외제차 한 대가 시골집 앞에 멈추고 부부가 내리는데, 옷차림이 세련됐습니다. 이들이 찾아온 건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소녀(안지혜)'. 부부는 소녀의 아기를 몰래 입양하려고 하는데요, '남자(김경익)'는 돌아가고 '여자(윤다경)'만 소녀가 출산할 때까지 시골집에 머물게 됩니다. 이를 계기로 '여자'와 '소녀', 소녀의 '어머니(길해연)'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됩니다.


배가 불러오면서 소녀는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고, 셋의 갈등은 신경을 갉아먹을 정도로 고조됩니다. [인 허 플레이스]는 캐나다 한인 2세 감독 앨버트 신이 만들었는데요, 영화를 연출한 시선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영화는 총 세 부분으로 나뉘어 전반부는 '여자'의 시점으로 '소녀'를 관찰하고 중반부에선 '소녀'의 갈등에 초점을 맞추다가, 후반부에서 휘몰아치며 결말을 맺게 됩니다.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쌓이다 터져버리는 연출이 독특하게 느껴지는데요, 감독은 이 '예감'을 말이 아니라 카메라의 시선으로 쌓아나갑니다.


여기 주목!

'여자'가 '소녀'에게 옷을 선물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꼭 자기 앞에서 옷을 갈아입으랍니다. 소녀는 돌아서서 맨등을 드러내게 되는데 날개뼈가 생생하게 나옵니다. 말이 없는 그 장면에서 둘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전달되는데요, 감독이 어디서 찾아낸 것인지 '소녀' 역을 맡은 신인 안지혜의 연기가 매섭게 빛나는 순간들이 많습니다. 알버트 신 감독은 “여자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게 중요했다”며 “모성을 제대로 그리지 못하면 영화의 나머지 다른 요소들이 잘 표현돼도 소용없을 거라 생각해 시나리오를 쓰면서 입양기관 사람들을 만나 리서치를 많이 했다”고 말해 영화에 대해 더 기대감을 불러모았습니다.

■ 인 허 플레이스 보기 :: 영화/시리즈 > 가나다찾기 > 아



오늘은 사이좋은 의붓 네 자매들의 삶을 그린 [바닷마을 다이어리]부터 어쩌다가 자매가 된 [미스트리스 아메리카] 그리고 태어날 아기를 두고 긴밀한 관계를 가진 세 여자의 이야기 [인 허 플레이스]까지 여성의 삶을 그린 영화 세 편을 만나봤는데요, 우리의 삶과 그녀들의 이야기를 비교하면서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상 Blog 지기였습니다:)  


*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됐습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Posted by SK브로드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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